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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인 김진석 사진작가가 지난 2월 26일 '고려인의 길' 취재에 나섰다. 우즈베키스탄을 시작으로 타지키스탄, 키르기즈스탄, 카자흐스탄을 거쳐 고려인의 기차 이동 경로를 거꾸로 달려 블라디보스토크로 갈 예정이다. 이후 모스크바, 우크라이나, 조지아, 벨라루스를 거친 뒤 러시아 사할린과 캄차카의 고려인을 만날 예정이다. 김진석 작가의 '고려인의 길' 연재기사는 <오마이뉴스>에 단독으로 게재한다.[편집자말]
최 파밀리아 할머니와 딸 강 또냐.ⓒ 김진석

타지키스탄(Tajikistan)의 수도 두샨베(Dushanbe). 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나라와 도시의 이름이다. 현재 타지키스탄에는 150여 명의 고려인이 살고 있다(타지키스탄 고려인협회 빅토르 김 회장의 추정치). 여러 도시에 흩어져 살고 있기 때문에 수도 두샨베에는 100명이 채 안 되는 고려인들이 살고 있는 셈이다. 

나는 대사관과 타지키스탄 고려인협회, 그리고 한국 교민들의 도움으로 이곳에 사는 고려인들을 찾아 나섰다. 

강 또냐(41세)는 두샨베에서 가장 큰 메흐르곤 시장에서 반찬가게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주는 타지키스탄의 설 명절인 '나브로즈'(새해라는 뜻으로 우즈벡 민족의 명절이며 매년 3월 21일)여서 또냐는 시장에 없었다. 수소문 끝에 또냐의 집을 확인해 찾아갔다. 

두샨베에는 봄비가 내렸다. 오래된 철문 앞에 누군가 우산을 쓰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또냐였다. 간단한 인사와 함께 찾아온 이유를 설명하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오래된 또냐의 집에 들어서자, 앞마당과 몇백 년이 돼 보이는 나무 한 그루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타지키스탄(Tajikistan)의 수도 두샨베에 사는 최 파밀리아 할머니는 1938년생으로 올해 82살이다.ⓒ 김진석

또냐는 어머니 최 파밀리아 할머니(82세)와 함께 살고 있었다. 최 할머니는 1938년 생이다. 부모님이 1937년 강제 이주한 다음해에 카자흐스탄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1950년에 부모님과 함께 타지키스탄으로 이주했다. 

최 할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온 나를 보며 고려 말(강제 이주 전 연해주에서 쓰던 말)로 몇 마디를 건넸지만, 대부분 러시아 말로 이야기를 하신다. 여덟 살 때까지는 집에서 고려 말을 사용했지만,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러시아 말을 사용해야 했단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고려 말을 잊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최 할머니는 나에게 고려 말로 노래를 불러준다. 어렸을 때 배웠던 노래란다. 제목은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를 부르는 최 할머니.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또냐는 마냥 사랑스럽기만한 어머니를 보고 있다. 
 

또냐는 올해 마흔 한 살이지만 아직 결혼을 못했다. 또냐는 최 파밀리아 할머니가 두번째 결혼을 한 뒤에 태어났다. (할머니의 표현으로) 첫번째 결혼한 남편이 나쁜사람이어서 헤어졌단다. 그 후 또냐의 아버지를 만나 또냐를 낳고 행복하게 살았지만, 10여 년 전에 남편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다. 또냐는 지금까지 혼자가 된 어머니를 모시며 살고 있다.

"한국에 가고 싶고, 좋은 남자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싶어요." 

어머니를 지켜보고 있는 또냐에게 가장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물어봤다. 또냐는 대학을 졸업하고 다른 고려인들처럼 한국에 가길 원했다. 하지만 혼자 되고, 치매 증상이 있는 어머니를 홀로 두고 차마 한국으로 가지 못했다. 

그런 마음 때문인지 또냐는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았다. 그저 어머니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는 표정만 보일 뿐이었다. 

또냐의 집 안마당에는 오래된 나무가 있다. 얼마나 됐는지 모른다고 한다. 하지만 아버지가 이 나무를 너무 좋아했고 유언으로 나무를 자르지 말라고 했단다. 또냐는 나무를 볼 때마다 아버지를 떠올리곤 한다. 

인터뷰와 사진 촬영을 마치고, 나무 앞에서 기념사진을 한 장 찍었다. 아버지가 아꼈던 커다란 나무 앞에서 어머니와 함께 또냐의 가족사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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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냐의 아버지가 사랑한 집 앞마당의 나무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최 파밀리아 할머니와 딸 또냐.ⓒ 김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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