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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 신임 국무총리가 19일 오후 국회에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예방해 악수하고 있다.
 2015년 6월 19일,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현 자유한국당 대표)가 국회에서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예방해 악수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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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통합 3원칙'을 제시한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의 "탄핵의 강을 건너자"라는 주장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본인의 탄핵 찬성 소신은 변함없지만 평가는 역사에 맡기고, 이제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미래로 나가자는 게 유승민 의원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조차도 애매하긴 마찬가지다. 탄핵은 여전히 보수정당을 위해서 건너야 할 강이 아니라, 규명하고 청산하고 반성돼야 할 현실이다. 손 잡고 강을 건넌다고 탄핵이 없었던 일이 되진 못한다. 보수통합만 한다고 손가락질 받던 정당이 새롭게 태어날 수는 없다는 얘기다.

1호 공약보다 성적표부터 챙겨보자
  
'최악의 국회'라고 평가되는 20대 국회가 실질적으로 막을 내렸다. 임기가 몇 달 남아 있긴 하지만 그동안 예전처럼 활발한 입법 활동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등 정당들은 인재영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차기 총선 공약도 쏟아내고 있다. 총선 채비의 시작이다. 민주당은 '전국 무료 와이파이 시대'를 총선 1호 공약으로 발표했다. 한국당은 건전한 재정운용과 탈원전 폐기, 노동개혁을 1호 공약으로 내놨다. 유권자들이 투표에 앞서 정당이 내놓은 공약을 꼼꼼하게 따져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20대 국회와 정당의 성적 처리다. 최악의 국회였다면 무엇이 최악이었는지 제대로 규명하지 않는다면 21대 국회도 최악을 경신할 개연성은 충분하다.

20대 국회가 '최악'이라는 꼬리표를 단 것은 태업을 일삼는 식물국회, 법조차 무시한 난장판인 동물국회의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2019년 한해를 보더라도 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모습보다 특검 요구와 장외집회로 파행으로 치달은 기억이 국민들에겐 훨씬 깊게 박혀 있다.
 
새누리당 총선 공약집(일부)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20대 총선 공약집 일부,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해 다수결의 원칙을 확립하고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도입하고 폭로성 의혹 제기 인사청문회를 개선하겠다고 공약했다
▲ 새누리당 총선 공약집(일부)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20대 총선 공약집 일부,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해 다수결의 원칙을 확립하고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도입하고 폭로성 의혹 제기 인사청문회를 개선하겠다고 공약했다
ⓒ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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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패스트트랙 상정 저지를 위한 야당의 폭력과 점거 사태 그리고 이후 여야의 대치 정국이 대표적이다. 발의는 많았으나 통과는 적었고, 국회선진화법처럼 스스로 만든 법안도 짓밟았다. 20대 국회가 최악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이 평가에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이는 한국당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20대 총선이 있었던 2016년 당시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여당이었다. 그들은 2016년 국회운영의 생산성을 제고하고,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실천하겠다면서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을 공약으로 내놨다. 대의민주주의의 다수결 원칙을 확립해 국회운영을 정상화하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3년여가 흐른 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처리를 위한 패스트트랙 상정 과정에서 보여준 한국당의 모습은 다수결 원칙을 확립하겠다던 지난 공약과는 정반대의 행동이었다. 국회 의안과를 점거하고, 동료 의원을 감금하고, 의사진행을 가로막는 행위. 많은 국회의원들이 법의 심판을 기다리는 처지가 됐지만 한국당은 여전히 헌법에 보장된 '저항권'이라고 강변한다.

여당이 야당이 됐다고 해서 공약을 손바닥 뒤집 듯 한다면, 그 공약이야말로 양머리 내걸고 개고기를 파는 얄팍한 상술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영장실질심사 출석의 의무화'... 이런 공약 있었는지 기억이나 할까
 
스크럼짜고 드러누운 자유한국당 26일 오후 패스트트랙 저지에 나선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회 본청 사개특위 회의장 앞에서 스크럼을 짜고 바닥에 두러누워 "헌법수호" 등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스크럼짜고 드러누운 자유한국당 2019년 4월 26일 오후 패스트트랙 저지에 나선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회 본청 사개특위 회의장 앞에서 스크럼을 짜고 바닥에 두러누워 "헌법수호" 등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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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폭로성 의혹 제기가 아니라 공직후보자의 정책 능력과 도덕성을 균형 있고 심도 있게 검증할 수 있도록 인사청문회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것도 2016년 새누리당의 총선 공약 중 하나였다. 그뿐일까. 국회 회기 중이라도 영장실질심사를 위한 출석을 의무적으로 부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장관 등 고위공직자의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정책 검증보다 배우자 혹은 자녀에 대한 의혹제기를 앞세웠던 사례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말고도 비일비재했다.

또한 패스트트랙 사태 이후 검찰의 소환을 받은 국회의원 중 한국당 의원 대부분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소환을 막고 본인이 책임지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표명한 게 다였다. 여럿이 행한 범죄를 두고 우두머리가 홀로 책임지겠다는 건 헌법보다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새로운 공약을 쏟아내는 한국당에 눈길이 쉽게 가지 않는 이유는 4년 전 공약이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다기보다 표를 얻기 위해 만들어졌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건전한 재정운용과 탈원전 정책폐기, 그리고 노동개혁. 이번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이 내보인 1호 공약이다. 당초 '공수처법 폐지'를 1호 공약으로 발표했지만 무슨 이유인지 슬쩍 바꿨다. 그러나 1호 공약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세 공약 모두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반대한다는 것만 빼면 합리성이나 정당성,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워 보인다. 건전한 재정운용을 위해 국가채무비율을 GDP 대비 40% 이하가 되게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것이 한국당의 주장이지만, 자칫 복지정책이나 경제성장을 위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탈원전 정책의 폐기 공약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전력 수요가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고,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게 세계적인 추세임을 감안하면 탈원전 정책 폐기는 세계적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는 진부한 공약이라 할 수 있다.

노동개혁 공약도 지난 총선 당시 새누리당 공약의 반복이다. 2016년 새누리당 대표였던 김무성 의원은 국회 연설에서 '10%에 불과한 노조가 기득권을 잡고 있어 일자리와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4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대기업 강성 노조 특권을 없애겠다'며 노동개혁을 1호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노동조합에 대한 적대적 반감과 값싼 노동력, 손쉬운 해고를 강화해 기업의 이윤을 대변하려는 저의는 한결같다.

요약하면 '문재인 정부 반대' 말고는 그 이상의 정책이나 공약을 발견하기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보수정당에게 바라는 건 '반문재인'의 선명성이 아니라 보수의 새로운 비전 아닐까.

한국당의 싸움 상대는 문재인 정부가 아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0년 영입인사 환영식에 남영호 극지탐험가 대장과 함께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가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0년 영입인사 환영식에 남영호 극지탐험가 대장과 함께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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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당이 싸워야 할 대상은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과거의 자신이어야 한다. 한국당이 내놓은 공약이나 출마예상자 면면은 여전히 국정농단의 한 축이었던 새누리당과 별반 바뀐 게 없다. 탄핵의 강을 건널지 여부는 통합을 추구하는 보수정당의 선택에 달렸다. 하지만 한국당과 새보수당 등 보수정당이 웃으며 손 잡고 강을 건넌다고 해서 국민들 뇌리 속에 박힌 국정농단의 상처가 말끔히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면을 종합해 보면 '보수통합의 3원칙' 등의 논란은 선거를 앞두고 덩치를 키우는 시도에 불과해 보인다. 시도 자체를 탓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탄핵의 강에 빠지지 않고 제대로 그 강을 건너려면 '추악한 과거'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먼저라는 이야기다. 국정농단에 대한 반성과 책임 없이, 자신들이 만들었던 공약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은 행위를 일삼는다면 국민의 지지를 받긴 어렵다. 어떤 형태로 보수통합이 이뤄지든 간에 말이다.

정치는, 정치인은, 정당은 '아나바다'의 대상이 아니다. 과거의 낡은 정치를 재탕, 삼탕해서 써야 할 만큼 국민들의 정치의식은 그렇게 가난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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