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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이 문재인 정부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에 대한 비판하는 방식은 참으로 다양하고 꾸준한데요.

동아일보 <명동-홍대앞 텅 빈 점포 "권리금 없습니다"... 전통상권까지 불황 한파>(12/10, 김호경·정순구 기자)는 권리금이 없는 빈 가게가 늘어난다는 보도에서 근거도 없이 소제목을 <최저임금 인상-주52시간제 여파로 끝모를 영업난>이라고 붙였습니다. 이 보도의 전제가 사실이 되려면 일단 권리금을 받지 못한 채 사업을 접어 공실이 된 건물이 2019년에 유난히 많이 늘어났어야 하며, 그 원인이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라는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소제목에 대한 근거, 부동산 중개업자의 발언뿐 
 
동아일보는 논현동 영동시장 일대, 홍대입구, 명동 3곳을 현장 취재한 결과 권리금이 없는 무권리 점포가 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 기사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소제목으로 뽑은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탓>이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소제목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기사를 읽어보면 한 부동산 중개업자의 발언이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과도한 임대료가 공실의 원인이라는 일각의 주장에는 대체로 동의하지 않았다. 점포라인의 마광일 상권개발팀장은 "예전보다 장사가 안돼 임차료를 내기 어려워진 것이지, 임차료 때문에 장사가 안되는 건 아니지 않냐"며 "지난해는 최저임금 인상, 올해는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본격화가 상권 불황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특정 상권 불황이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때문이라는 동아일보
 △ 특정 상권 불황이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때문이라는 동아일보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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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기사에서 '권리금 없는 빈 상가가 늘어난' 원인을 언급한 것을 숨은그림찾기 하듯 더 찾아보면 어떨까요? ▲ "불황을 비켜갈 수 없었던 것" ▲ "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 ▲ "인건비를 빼면 남는 게 없어" ▲ "최근 회식을 줄이는 사회 분위기와 온라인 쇼핑의 성장으로 전통 상권의 어려움이 가중" ▲ "술자리가 줄면서 주류 매출이 큰 요식업 상인들의 타격이 크다" 정도였습니다.

더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임차상인들의 어려움을 말하는 이 보도에서 인용된 모든 취재원들이 공인중개업 종사자나, 프랜차이즈 회사 관계자였고, 정작 자영업자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들도 자영업자의 목소리를 많이 듣는 직종이기는 하지만, 당사자는 아닙니다.
  
동아일보의 최저임금·52시간제 탓
   
그렇다면 자영업자들이 권리금마저 포기하고 사업을 접게 된 원인이 '최저임금 인상과 52시간 노동제' 때문일까요?

'논현동 영동시장'은 인기 방송인이자 프랜차이즈 경영인인 백종원씨가 가게를 내면서 유명해진 곳입니다. 백종원씨가 만든 프랜차이즈 식당 1호점 19개가 영동시장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식당들이 2016년부터 차츰 없어지면서 영동시장 상권은 침체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가 시행되기 전이었습니다. 백종원 식당을 관리하는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중앙일보 <'백종원 거리'에 백종원 식당이 모두 사라진 까닭>(2018/3/25)에서 "고향과도 같은 이곳을 떠나게 된 것은 가파르게 오르는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명확하게 임대료를 문제의 원인으로 짚은 겁니다.
  
동아일보가 기사에서 언급한 홍대, 가로수길, 경리단길 상권도 급격한 임대료 상승의 피해로 상권이 침체된 전형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최근 경리단길 가게를 정리한 홍석천씨는 여러 차례 주차공간 부족과 함께 임대료 상승을 상권 침체의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홍대 역시 201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홍대 문화를 이끌어 왔던 라이브클럽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등장과 임대료 상승 등의 원인으로 문을 닫으며 상권이 쇠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로수길 역시 가파른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상권 쇠락의 전형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주간조선 <젠트리피케이션 1번지 압구정동의 부활>(2018/7/16)에서 취재한 상인은 "굳이 소상공인을 잡을 것 없이 가로수길 이름값을 원하는 대기업 하나를 잡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건물주들이 '시세'에 맞게 임대료를 올리기 시작했어요. 지금 비어 있는 곳들이 다 그렇게 임대료 올려서 나간 곳이에요. 가로수길을 찾는 사람은 줄어들고 가게 매출액은 해마다 반토막씩 나는데 임대료는 오르니 상인들이 버틸 수 있나요"라고 지적했습니다.

명동 상권의 침체는 '사드 보복'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힙니다. 명동 상권의 주 고객이 중국인 관광객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드 보복 이후 중국인 방문객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현재는 중국인들의 주된 관광 소비 형태가 바뀌어서 명동 상권은 예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모두가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도입 전에 일어난 일들입니다.

건물주 책임 숨기는 언론, 자영업자·노동자 절망 사회 만든다
 
낮은 임대료를 찾아 가난하지만 창의적인 소상공인들이 특색 있는 거리를 만들어 사람이 몰리면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올려 버티지 못한 상인들이 떠나고, 거리의 비교우위가 사라져서 상권이 침체되는 것을 '상가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현상이라고 합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많은 사람이 '건물주가 무분별하게 임대료를 올리게 되면 결국 자영업자도 떠나고 건물주도 공실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해 왔습니다.
  
사드보복이라는 외부 변수가 작용한 명동을 제외하고 동아일보가 다룬 홍대나 논현동 영동시장, 가로수길 등의 사례는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사례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경기가 호황이어서 매우 장사가 잘된다면, 아무리 비싼 임대료라도 감당하고 조금이라도 더 버틸 수 있었겠지요. 그러나 열심히 장사해서 얻는 수익보다 '갓물주'가 임대료를 인상해서 얻는 수익이 훨씬 높은 상황이 지속되는 한. 상권 침체는 피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경고가 현실이 된 지금, 동아일보가 꺼낸 것은 상권 침체와 직접적인 관련성을 찾기 힘든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탓입니다. 사실관계가 틀렸을 뿐만 아니라, 을과 을을 분열시켜 통치하는 치졸한 프레임에 불과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12/10 동아일보(*지면보도에 한함)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미디어오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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