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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반려동물이 유기되는 사건을 목격한다. 반려동물의 한 일생이 길바닥에 버려지고 있는 이 사회에서, 이와는 반대되는 인물을 만나보기로 했다. '22마리'라는 적지 않은 숫자로 그녀를 알게 됐지만, 그녀를 만나고 싶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고양이들에 대한 그녀의 '미안함'이었다.

지난달 16일, 한 카페에서 평소 화면 속 목소리로만 만났던 그녀를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옷에는 한 마리는 아닌 듯, 여러 종류의 고양이 털을 볼 수 있었다. 포기하면 편하다며 이에 개의치 않아 하던 그녀는 애견미용사 겸 '22똥괭이네'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임지은씨이다.

유튜브 채널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그녀는 '콩이', '이백이', '고니', '봄이', '소이', '도리', '수리', '봉남이', '삼이', '점돌이', '앰버', '코코', '기쁨이', '선덕이', '유신이', '할배', '쁘니', '애옹이', '요미', '아저씨', '러비', '기적이' 총 22마리의 유기묘, 길고양이들과 가족을 이루고 있다.
 
인터뷰 사진 화정역 근처 한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 인터뷰 사진 화정역 근처 한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 방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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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보낸 강아지가 이어준 새로운 인연

반려견 미용사로 일하고 있는 그녀의 첫 반려동물은 고양이가 아니라 강아지였다. 키우던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후, 그 아이와의 추억을 되새기려 걸었던 과거의 산책길에서 고양이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길에서 만난 아이에게 간식을 줬는데 받아먹더라고요. 근데 얘가 손바닥에 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데 그때는 그게 충격이었나 봐요. 그때는 그 아이만 보고 걔한테 밥 주겠다고 계속 가다가 그 친구가 다른 애 데려 오고, 또 데려오고 그러다가 구조하게 된 거 같아요."

그녀에게 고양이들을 만나기 전과 후의 차이점을 묻자, 그녀는 "집사가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녀의 말처럼 그녀의 삶은 모두 고양에게 맞춰져 있었다. 하루 세 번, 몸이 아픈 막내 고양이 '기적이'에게 약을 줘야 하기 때문에 그녀는 먼 곳으로 외출을 나가지 않는다. 개인적인 취미 생활이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은 그녀에게는 머나먼 이야기일 뿐이다.

고양이들을 돌보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삶은 그녀가 고양이들을 키우면서 겪은 힘든 점 중 하나라고 한다. 하지만 개인의 시간이 없다는 정도의 불편함은 그녀가 겪는 힘든 점들 중에서 '제일'이 아니다.

"제일 힘든 점은 경제적인 부분인 거 같아요. 아무래도 저희 애들은 아픈 애들이 많으니까 병원비와 기본 유지비가 일차적으로 큰 난관이고, 다음은 애들끼리의 문제에요. 저희 집 애들이 사이가 나쁜 편은 아닌데도 갈등이 많거든요. 그런데 그 갈등을 제가 통제할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그런 점이 힘든 거 같아요."
 
털 묻은 옷 고양이털로 가득한 그녀의 옷
▲ 털 묻은 옷 고양이털로 가득한 그녀의 옷
ⓒ 방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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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힘듦보다는 고양이들에게 '미안하다'라는 말을 더 많이 한다. 그녀가 데려온 고양이들의 대부분이 큰 병을 앓았거나, 앓고 있는 중인 것을 본다면 고양이들에게 그녀는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을 텐데, 그녀는 무엇이 그렇게 미안한 걸까?

"애들끼리 싸움이 일어날 때와 방을 나눠서 격리를 했을 때인 거 같아요. 제가 분홍방(몸이 약하고 보호가 필요한 고양이들이 따로 모여 사는 방) 격리를 진짜 안 하려고 했거든요. 아이들의 공간을 뺏기 싫어서 어떻게든 합사를 하겠다고 하다가 '아저씨'가 크게 다치고 나서 제가 포기한 거였어요. 안 되겠다 싶어서 격리를 결심했는데 그때 진짜 미안했어요. (중략) 내가 이러려고 데려왔나 싶어요."

그녀의 고양이들은 각기 다른 사연과 아픔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녀는 아이들의 상황에 맞춰 보살피고 싶었지만 22마리라는 숫자는 그녀의 바람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것 역시 그녀가 가지는 미안함 중 하나였다.

스스로의 선택이 잘했다고 생각이 든 적이 없냐고 물은 질문에 대한 그녀의 답은 '미안한 게 100이면 그런 순간은 1 밖에 없다'였다. 그나마 고양이들끼리 서로 의지하는 모습을 볼 때, 특히 혈육끼리 의지하는 모습을 볼 때 그녀는 그들을 떼어놓지 않고 자신이 키우기로 한 것을 잘한 선택으로 여긴다고 했다.

"이제 그만 데려와야지"

한 마리의 고양이를 책임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잘 아는 그녀는 4마리를 키울 때부터 고양이를 그만 데려와야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자신의 눈앞에서 버려지고, 다치는 긴박한 상황 속의 고양이들을 보면서 그녀는 매번 그 결심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2마리의 고양이들을 몇 년 동안 책임지고 있는 그녀에게도 그들이 '임무'로 느껴질 때가 있다고 한다.

"내가 책임져야 할 애들, 뭔가 임무 같은 느낌. 애들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기를 바라기는 하는데, 되게 복잡한 마음이에요."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가끔씩 그녀는 아이들이 다 떠나는 순간을 상상해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상상 속에서도 그녀는 또 다시 고양이들과 함께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이미 고양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너무 익숙해진 자신에게 아무도 남지 않는다면, 그녀는 그것대로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그녀에게 고양이들은 그녀의 삶의 너무나도 큰 부분이 되어버렸다.
 
고양이 사진 그녀의 집안 곳곳에서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 고양이 사진 그녀의 집안 곳곳에서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 방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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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고양이들과 가족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 지 물었다.

"내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경우들을 다 상상한 후 그 경우를 모두 대비하고도 데리고 올 수 있으면 그때 데리고 오라고 말하고 싶어요. 솔직히 사람들은 애들을 어디 보낸다고 해도 결국 살아지잖아요. 그런데 고양이들은 그냥 삶이 무너진 거잖아요. 그러니까 정말 신중해야죠. 진짜 한마디로 신중. 일생을 책임져야 해요."

그녀의 고양이들을 누군가 입양하고 싶어 한다면 보낼 것이냐 라는 한 구독자의 질문에 대한 그녀의 답변이 떠올랐다. 그녀의 대답은 단호함이 느껴지는 '아니오'였다. 자신이 지금 고양이를 입양 보낸다면, 그것이 그 아이들의 일생을 더 이상 책임지지 않겠다는 말, 즉 파양과 다를 게 없다며 그녀는 자신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앞으로 그녀의 목표는 지금을 잘 유지하며, 자신이 죽을 병에 걸리지 않는 이상 고양이들을 끝까지 잘 책임지는 것이라고 한다. 최근에도 고양이를 구조할 뻔했던 그녀에게 구조를 멈춘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하지만 고양이 한 마리의 삶을 책임지는 무게가 얼마나 무겁고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일인지 너무나도 잘 알기에 그녀가 다시금 마음에 새기는 것은 '멈춤' 그리고 '유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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