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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2월 16일, 당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자리에서 문 대통령에게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입장을 묻는 참가자. 문 대통령과 행사 참석자들은 '나중에' 말할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2017년 2월 16일, 당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자리에서 문 대통령에게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입장을 묻는 참가자. 문 대통령과 행사 참석자들은 "나중에" 말할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 닷페이스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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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라는 말
 
"저는 여성입니다. 그리고 동성애자입니다. 제 인권을 반으로 자를 수 있습니까? 제 평등권을 반반으로 자를 수 있느냐는 말입니다."
 
한 참가자의 외침이 장내에 울려퍼졌다. 2017년 2월 16일, 당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자리에서의 일이었다. 이 날의 상황이 있기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소속 목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사실상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와 동성혼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문 후보는 참가자의 외침에 "나중에 말씀드릴 기회를 드릴게요"라고 답했다. 문 후보의 말이 끝난 후 외침을 이어나가려는 참가자에게 문 후보 지지자들은 "나중에! 나중에!"를 외치며 박수치기 시작했다. 참가자는 몸을 돌려 청중들에게도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으나, 이들의 목소리는 "나중에"라는 연호에 묻혀 들리지 않게 되었다.

비슷한 상황은 그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2년 후인 2019년 11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2019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묻는다>에서 성소수자 차별과 동성혼에 대한 질문에 답했다. 문 대통령은 "동성혼을 합법화하기에는 아직 우리 사회가 합의를 이루고 있지 않은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하며 동성혼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보편적 인권에 대한 '나중에'라는 외침은 문재인 정권의 인권 감수성과 정치적 스탠스를 상징하는 용어가 되었다. 인권이 합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믿음, 어떠한 사람의 인권은 후순위가 될 수 있다는 믿음, 더 중요한 정치가 존재한다는 믿음이 '나중에'라는 말로 표현되었다.

그리고 2019년 12월,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총리 후보로 거론되면서 동성혼, 차별금지법, 그리고 여성 인권의 문제가 다시 논해지고 있다. 김 의원이 성소수자·여성 인권에 무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성숙한 정치'

"동성애, 동성혼을 허용하는 법률이 제정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2012년 12월, 김진표 의원은 당시 문재인 후보 선대위 공식 기구였던 종교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기자회견에서 김진표 의원이 해당 발언을 한 후, 곧바로 거센 비난 여론이 일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5년 후인 2017년 4월, 제19대 대선 기독교 공공정책 발표회에서 김 의원은 "동성애, 동성혼은 국민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렵고", "동성애 동성혼을 사실상 허용하는 법률 조례 규칙이 제정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도 2016년 6월 10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차별금지법은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반대할 자유를 탄압하는 법이기 때문에 절대 반대한다"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후임 총리로 거론되고 있는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후임 총리로 거론되고 있는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월 29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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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낙태 금지'의 열혈한 수호자이기도 했다. 2013년 8월, 교계 지도자 초청 한국 교회 당면 현안보고 및 기도회에서 김 의원은 "교계는 하나님의 창조정신에 따라 출산장려와 낙태반대, 동성애, 동성혼 허용 반대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으며 2016년 6월 10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낙태 금지까지 포함시켜 4가지 운동을 함께 실천할 때 창조질서를 유지하고 반기독교 문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 및 인권 단체들에서 김진표 의원 총리 지명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김진표 국무총리 임명에 대해 반대하는 국민청원엔 1만9000명(5일 오전 10시 기준)이 넘는 시민들이 서명했다. 2017년 종교인 과세 유예 법안 발의 등도 도마에 올랐다. 

과거의 행보와 발언에 대한 논란에 대해 침묵하고 있었던 김진표 의원이 다시 입을 연 것은 1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 자리였다. 

"정치는 51대 49의 예술이 아니라 국민의 90%가 만족할 만한 타협안을 만드는 일입니다."

김 의원은 인터뷰를 통해 여야 간의 대화와 소통, 공통의 합의를 강조했다. 그는 "대화를 통해 타협안을 만들어가는 성숙한 정치"가 필요하다고 토로하며 "지나치게 대립과 갈등에 빠져" 있는 현 정치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의 '재고'

정치가 국민 90%가 만족할 만한 타협안을 만드는 일이라면 그 90%에 들어가는 국민은 누구일까. 분명한 것은 김진표 의원의 사고 체계 속에 90% 국민의 범주에는 여성도, 성소수자도 포함되지 않는다. 성숙한 정치, 대화와 소통, 그리고 타협안이라는 표현 속에서 '나중에'라는 외침이 다시 들리는 것은 이러한 까닭이다. 보편적 인권마저 커다란 대의 속에 타협 가능의 대상이 된다면 우리는 끝도 없이 시계를 반대 방향으로 돌릴 수 있게 될 것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믿음이 누군가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타협안' 혹은 '성숙한 정치'라고 불리는 단어들은 누군가의 입을 막는 수단이 되었다. 그 순간 기회는 평등하지 않고, 과정은 혐오스러우며, 모욕적인 결과가 탄생했다. 저울 위에 인권이 올라가고 그 무게가 지지표로 산출되는 정치에서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것은 더 가벼운 쪽의 인권일 수밖에 없다. "모두를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라는 말과 "동성혼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부족합니다"라는 말이 동시에 나올 수 있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국무총리 내정자로 거론되는 김진표 의원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4일, 청와대에서 김진표 총리 카드를 재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아직 김진표 의원이 총리 후보로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지지표를 위해 누군가의 인권을 '합의'로 삭제할 수 있는 정치인은 필요하지 않다. 정치와 인권이 '합의'의 산물이 아님을 이해할 때, 나중에 해결해야할 인권과 지금 해결해야할 인권의 구분은 존재하지 않는다. '김진표 총리 카드'에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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