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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만 가지 이슈가 쏟아지는 한국 사회. 그러나 '조국 사태' 같은 블랙홀 이슈가 생기면, 다른 이슈들은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2019년, 블랙홀 이슈에 가려져 주목받지 못한 이슈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슈에 가려진 이슈'를 짚어본다. - 참여사회
[기자말]
올해 미국 HBO에서 제작한 드라마 <체르노빌>이 큰 화제였다. 핵발전소 폭파의 장면이나 방사능에 피폭된 노동자와 주민들의 모습이 너무나 사실적이기도 했지만 당시 정부가 사고의 원인과 방사능 피해를 은폐하면서 얼마나 큰 재난의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어서 놀랐다. 33년 전 발생한 이 사고를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재난 중 하나로 알고 있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역사의 기록으로서만이 아니라, 체르노빌의 현재를 이야기하고, 우리에게는 고작 9년 전 발생한 후쿠시마 핵사고를 잊었냐고 묻고 있다. 

2011년 3월 이후,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후쿠시마현과 일본이 완전히 재건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주민들은 복구되지 않은 고향으로 강제귀환 조치를 받고 있고 피난민들에 대한 지원은 끊겼다. 제염작업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이미 10차 하청에 일용직, 이주노동자들까지 투입되고 있으며 그들의 안전은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 지난가을, 태풍 하기비스의 영향으로 제염해서 쌓아놓은 오염토가 유실되어 땅과 지하수의 방사능오염이 심각해졌다. 이런 상황이 얼마나 반복될지 알 수 없다. 
 일본산 수산물의 방사능은 걱정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수십 개의 핵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현실이 아이러니한 것만은 사실이다
 일본산 수산물의 방사능은 걱정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수십 개의 핵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현실이 아이러니한 것만은 사실이다
ⓒ 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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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쿠시마 핵사고 직후를 생각해 본다. 어떤 사람들은 폐허의 후쿠시마를 안타까워하고 어떻게 연대할까 고민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일본이라는 나라가 그렇게 망할 것이라는 저주의 말을 퍼붓기도 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은 방사능비나 일본산 수산물의 방사능 오염을 걱정하며 나에게 피해가 오진 않을까 걱정했다. 물론 그런 걱정을 잘못이라고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산 수산물의 방사능은 걱정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수십 개의 핵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현실이 아이러니한 것만은 사실이다. 

올해 한-일간 갈등이 복잡하게 전개되는 동안 아베정권은 후쿠시마 방사능오염수의 바다방류와 2020년 도쿄올림픽의 방사능 위험 문제로 한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우려를 사고 있다. 한국정부가 일본에 항의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진상 파악 등의 협조를 구하는 것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탈핵사회를 선언했던 문재인정부는 '공론화'를 명분으로 신고리 5,6호기 핵발전소 건설에 무책임했다. 매일 쌓여가는 고준위핵폐기물의 문제를 재검토하겠다며 또다시 원칙조차 무시한 재검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방사능오염수와 도쿄올림픽 식자재 문제로 일본정부에 극렬히 항의해야 한다던 어떤 정치권력들은 수명 다한 월성 1호기 핵발전소를 더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년이면 후쿠시마 핵사고가 발생한 지 10년이 된다. 우리가 반대해야 할 것은 일본 정부의 무책임한 행위만이 아니라, 이 나라에 유지되고 있는 핵발전이라는 부정의한 에너지시스템이다. 10만년 이상의 책임을 질 방법도 없으면서 핵폐기물을 만들어내는 신규 핵발전소를 짓는 이 상황에 분노해야 한다. 

재난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가장 약한 사람들과 손을 잡고 연대하는 것이 우리가 인류공동체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유일한 방법라고 믿는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한국과 일본 시민사회가 탈핵을 위해 연대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갈등으로 서로를 원망하다가 너무 많은 것을 잊고, 잃고 있다. 탈핵 세상을 위한 더 단단한 연대가 절실한 날들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강언주 님은 부산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이자 탈핵부산시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 2019년 12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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