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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졸업하고 나서 갈 곳이 없어서 매일 산에 갔어요. 매일 집에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받아주는 곳도 없고요. 그래서 매일 아침 일어나서 마치 학교에 가듯이 일어나서 씻고 도시락 싸서 나갔죠."

발달장애인 가족 A씨가 전하는 이야기다.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찾은 곳은 주간보호센터였다. 하지만 주간보호센터에서는 아이가 센터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A씨는 어쩔 수 없이 아이 손을 잡고 센터 문을 나섰다. 언제까지 이렇게 눈치를 보면 살아야 할지 막막했지만 달리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A씨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료하게 하루 종일 집에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평소처럼 일어나 씻고 도시락을 챙긴 다음 장콜을 부른다. 장콜은 장애인콜택시를 줄여 부르는 말이다. 산에 도착해 두어 시간 걷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비가 오면 우비를 입고 갔고 눈이 오면 눈을 맞으며 산을 올랐다. 어떤 날은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면 끝이 날까' 하는 생각도 했다. 사람처럼 살 수 없는 생활, 고립된 생활을 언제까지 이어가야 할지 막막했다.

어렵게 찾은 보호센터... 그마저도 '5년짜리'

우여곡절 끝에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주간보호센터에 아이를 맡길 수 있었다. A씨는 지금이 인생 최고의 시간이라고 말한다. 적어도 아이가 믿을만한 센터에 있는 동안 A씨는 잠시 동안의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휴식이라고 해봐야 한 잔의 커피를 마시고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부모들과 대화를 나누는 정도다.

하지만 이 센터에 머물 수 있는 시간도 5년으로 제한돼 있다. A씨는 "일 년 뒤 센터에서 나오면 그 땐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

B씨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B씨 역시 지금은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주간보호센터에 자녀를 맡기고 있지만 석 달 후면 이곳을 떠나야 한다. 이용기간이 5년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B씨는 은평구 내 사설 주간보호센터에 입소신청을 했지만 연락은 어디서도 오지 않았다. B씨의 자녀가 공격성이 있고 다른 이용자들을 힘들게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B씨는 어떤 대책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B씨의 자녀를 맡아 줄 주간보호센터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냥 살지 뭐…' 하다가도 답답한 마음에 저절로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은평에서 만난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는 한두 명이 겪는 아픔이 아니었다. 갈 곳 없는 발달장애인들의 이야기, 특히 얌전하지 않은, 다루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발달장애인들은 받아주는 곳이 드물었다. 부모들은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주간복지센터를 선호했다. 그나마 이곳은 발달장애인들을 가려 받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이곳에서 수용 가능한 인원은 15명에 불과한 실정이지만 대기자는 120명이 넘는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은평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가 지난 2016년 은평에 문을 열었지만 이 곳의 정원도 30여 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은평의 발달장애인들이 마음 놓고 이용할 곳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2019년 9월 기준으로 은평구 내 장애인은 2만1611명으로 이 중 지적장애는 1733명, 자폐성장애는 298명이다. 이 중 장애정도가 심한 이들은 사설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문제성 행동을 한다고 판단되면 입소를 꺼리기 때문이다.

사회복지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관계자는 "발달장애인들이 지역사회 주민으로서 머물 공간이 없다. 구 단위에서 정책적으로 대안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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