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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을 좋아한다. 작은 시골 마을의 한적한 거리를 좋아하고, 깨끗한 앞치마를 입고 수건을 쓴 채 손님을 환대하는 일본의 노인들을 좋아한다. 다양한 통계를 통해 살펴볼 때, 고령화 사회 등에 있어서 우리보다 30년 정도 앞선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나라로서 앞으로의 대한민국을 짐작하게 하는 부분도 있어서, 즐거웠다.

그런데, 갑작스레 냉각된 양국 관계는 일본의 현재와 일본이 기대하는 미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과연 '아베' 내각이 이끄는 일본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힌트를 얻기 위해 <아베, 그는 왜 한국을 무너뜨리려 하는가>(지식의 숲)를 펼쳤다.

'아베' 내각이 이끄는 일본이 원하는 것
 
 '아베, 그는 왜 한국을 무너뜨리려 하는가' 책표지.
 "아베, 그는 왜 한국을 무너뜨리려 하는가" 책표지.
ⓒ 지식의숲(넥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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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나라 만들기'라는 슬로건은 과거에 일본이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다는 사상을 토대로 한다. 그러니 극우파들은 일본은 과거에 아시아를 침략하지 않았고, 위안부 문제도 불법이 아니라 합법이라고 주장했다. 난징 대학살도 실제로는 일본군이 민간인의 옷을 입은 중국 병사를 죽인 것이므로 전쟁 중에 벌어진 전투 행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왜곡된 사상들이 '아름다운 나라 만들기'라는 슬로건 아래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 p.160

책에 언급된 아베의 일본은 2019년의 세계를 1945년 이전으로 되돌리려 애를 쓰고 있었다. 아베가 주장하는 '아름다운 나라'란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 되기 이전의 일본이 누렸던 '성공적으로 근대화에 안착한' 일본을 뜻한다. 역사가 명백한데 왜 자꾸 우기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지만, 지금 일본을 지배하는 계층을 되짚어가다 보니 그들의 생각을 조금은 알 듯도 하다.

일본은 영국과 동일한 내각책임제를 택하고 있고, 다수당의 당수가 총리를 역임하는 방식으로 정치를 운영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다수당인 자민당의 당수로서, 일본의 내각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제1당인 자민당에 대응하는 야당이 터무니없이 약하여, 자민당의 일당 독재로 보아도 무관할 만큼의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게다가 전후 자민당을 이끌던 보수 본류는 서서히 정치적인 주도권을 잃었으며, 지금의 자민당은 극우로 분류되던 보수 비주류로 불리고 있다.

전후 일본을 이끌던 보수 본류는 지속적으로 국제사회에 타협하고자 했으며, 1990년대에 들어서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를 통해 전쟁의 죄악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1993년 자민당 보수 본류에 속하는 의원들이 자민당을 대거 탈당하면서 자민당은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을 꾀하게 되고, 이때 등장한 것이 자민당 내의 소수파였던 아베 수상이 속한 '극우파'였다. 그들은 고노담화를 '실질적'으로 파기하고, 전쟁에 대한 어떠한 잘못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고노담화의 요점 (1993. 8월)
1. 위안소 설치 및 관리, 여성들의 이송에 구 일본군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2. 여성들의 모집 과정에서 감언/강제가 있었고, 관헌 (국가 공무원) 등이 이에 직접 가담한 적도 있었다.
3. 위안부의 생활은 강제적인 상황 하에서 이루어진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 p.147

무라야마 담화 (1995.8.15 전후 50주년 기념식)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 많은 손해와 고통을 안겨 주었습니다. 의심할 여지는 역사적 사실로 겸허하게 받아들여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 p.149

지금의 일본을 이끄는 극우파의 원조가 아베 수상의 외 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의 스승은 메이지 유신을 이끈 초슈 번 (현 야마구치 현, 시모노세키 근처)과 사쓰마 번 (현 가고시마 현)의 사무라이들의 정신적 스승이었던 요시다 쇼인이라는 것도 놓칠 수 없다.

게다가, 규슈의 사무라이들은 500년 전 조선을 침략했던 임진왜란의 주도세력인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수하라는 것을 듣고 있자니, 두 나라 사이의 청산되지 못한 과거가 얼마나 큰 짐으로 남아있는지 섬뜩하기까지 하다. 여기 아베 내각의 부총리인 아소 다로의 생각을 들어보자.
 
"[정치는] 결과가 중요하다. 수백만 명을 죽인 히틀러는 아무리 동기가 옳다고 해도 소용없다." - 2017년 8월 29일,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 장관)
"독일 바이마르 헌법도 어느새 나치 헌법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그런 수법을 배우면 어떨까?" - 2013년 헌법 개정 논의, 아소 다로

역사에 대해 사죄하지 않는 일본을 보고 있자면, 히틀러의 만행에 대해 끝없이 사과하고 있는 독일이 떠오른다. 진정한 사과란 '상대가 이제 됐다고 할 때까지 계속하는 것'이라는 독일의 자세를 보면서, 일본의 극우파들이 배우고자 하는 상대가 히틀러의 나치 독일이라니 끔찍하다.

"양국 시민사회의 연대가 필요한 시점"

<주전장>(2018)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거기서 지금의 일본 극우의 뒤에서 그들을 조종하는 세력으로 '일본회의'라는 단체를 언급한 바 있다. 그들은 지금의 아베 정권이 주장하는 것처럼 1945년 패전 이후의 역사에 대해 역사 수정주의로 일관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왜곡된' 역사교육은 전후 세대의 주변국과의 관계에 대한 인식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구에서 호사카 유지 교수의 강연이 있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기차 시간을 30분 앞둔 시간이었음에도 많은 독자들의 성원에 일일이 싸인을 해 주고 계시네요. 정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대구에서 호사카 유지 교수의 강연이 있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기차 시간을 30분 앞둔 시간이었음에도 많은 독자들의 성원에 일일이 싸인을 해 주고 계시네요. 정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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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5일, 이 책의 저자인 호사카 유지 교수의 강연이 대구에서 있었다. 저자는 BTS로 대표되는 문화 교류를 양국 관계 개선의 기회로 보았지만, 문화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에게 제대로 된 역사인식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 두렵기만 하다고. 강연 말미, 질의응답 시간에 그동안 내내 궁금했던 사안에 대해 질문했다.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의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데, 일본의 시민사회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분명히 선진 민주주의 사회임에도, 일본 사회에서의 정권 비판은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일본은 언론이 완벽하게 통제되는 사회입니다. 그러기에, 시민은 정부의 정책에 대해 제대로 된 비판을 할 만큼의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합니다. 후쿠시마에 대한 뉴스도 일본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어요. 게다가, 일본의 시민사회는 2012년 민주당 정권의 몰락과 함께 상당히 세력이 위축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지속적으로 일본의 미래에 대해 관심을 갖고 비판 기능을 수행하고자 애를 쓰고 있습니다. 한국의 시민사회가 그들과 연대하여, 일본이 제대로 된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어떨까요? 지금이야말로 양국 시민사회의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언제쯤 냉각된 양국의 관계가 개선될 수 있을까? 제발 일본의 극우가 그들의 오류를 깨닫고,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현명하게 행동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 책정보: <아베, 그는 왜 한국을 무너뜨리려 하는가> 호사카 유지 지음 (지식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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