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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좋은예산연구모임'은 군민들 주도로 국민이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살펴보는 모임으로 2014년부터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 모임은 곡성군수 등의 업무추진비와 관용차량 운행내역을 꾸준히 모니터링 해오고 있는데 2019년도에 모니터링한 내용을 오마이뉴스에 공개합니다. 이곳에 공개하는 내용은 곡성군 사례이지만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도 그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를 알리고자 하는 뜻입니다. - 기자 말

세금에서 나가는 '경조사비', 찬성하십니까?
 
 곡성군과 곡성군의회에서 2018년 지출된 경조사비는 총 595만 원이었다.
 곡성군과 곡성군의회에서 2018년 지출된 경조사비는 총 595만 원이었다.
ⓒ px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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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주변에서 경조사가 있으면 각자 주머니에서 자신의 형편에 맞춰, 또는 친소에 따라 적절히 축하의 뜻이나 조의를 표한다.

그러나 곡성군수, 부군수, 곡성군의회 의장 등은 직원들의 경조사비를 낼 때 '업무추진비'라는 세금을 사용한다. 곡성군과 곡성군의회에서 2018년 지출된 경조사비는 총 595만 원이었다.

공무라고 볼 수 없는, 공무원 개인의 사적인 업무에 업무추진비라는 공금을 사용해 부조하는 것이 허용되면서 사적인 일과 공적인 비용이 뒤섞이고 있는 형편이다.

이제는 업무추진비 집행기준에 있는 '축·조의금' 항목이 시대의 흐름에 맞는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개인적인 친분이 아니라 '부하직원'이라는 개념으로 세금에서 일괄적으로 경조사비가 나가는 행태는 직장 내 수직적인 위계질서가 점차 바뀌고 있고 직무와 직급은 구분하되 인격적인 동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시대적 흐름에 전혀 부응하지 못한 관습적인 지출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관습상 경조사비는 대개 상호부조를 전제로 하고 있다. 어떤 이는 "만약 군수 자신의 경조사가 생겼을 경우 축‧조의금이 들어올 것"이라면서 "공돈(업무추진비)을 내고 사익을 취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경조사비로 지출되는 공금이 실은 군수 '개인'이 되돌려 받는 미래의 현금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경조사라는 개인적인 일을 공무로 처리하는 것은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 아무리 군수나 부군수, 군의회의장에게 주어진 업무추진비라 할지라도 쌈짓돈이 아닌 이상 공적인 용도에 맞게 쓰는 것이 원칙이다. 경조사비는 평범한 다수의 '우리'처럼 개인이 지출해야 할 비용이다. 현금으로 지급되는 격려금이나 입원위로금도 세금에서 지출하는 건 이제 지양해야 할 일이다. 

당신 돈이면 이렇게 쓰시겠습니까

업무추진비의 사용처를 살펴본 바 상당 부분이 간담회비, 즉 식사비로 쓰이는 것이 확인됐다. 곡성군뿐 아니라 거의 모든 공공기관의 업무추진비 용처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곡성군의 경우는 2018년 군수, 부군수, 군의회의장 등의 총 업무추진비 2억2968만3459원 중에서 간담회 비가 1억2826만9909원을 차지했다. 그러니까 2018년 곡성군의 예산 중 군수, 부군수, 군의장 의원 등 의 식사비로 약 1억3000만 원이 지출됐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간담회, 즉 식사가 업무추진을 위해서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부 직원들과 수시로, 관행적으로 열리는 간담회(식사)라든지 고속도로 휴게소나 찻집, 김밥집 등에서 열린 간담회의 예를 보면 그 비용 지출이 과연 업무추진에 불가결한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만찬간담회를 업무로 봐야 할지 아닌지 명확하지가 않다. 만찬간담회가 업무라면 만찬간담회라 일컫는 저녁식사가 끝날 때까지를 업무시간의 연장으로 봐서 참석자들에게는 연장근무 수당을 지급해야 할 터인데 그 예산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찬간담회가 업무라기보다 회식 성격을 띤 행사라면, 이를 위해 업무추진비라는 국민의 혈세를 지출하는 것은 부당해 보인다.

간담회비 외 업무추진비 용처로는 홍보비, 격려성 비용, 경조사비 지출, 화환구입, 접대물품구입, 선물용품 구입 등이다. 시의적으로 이러한 지출항목이 적절한가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곡성군의회의 경우 비용지출의 상당 건이 집행 증빙을 파악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동안 업무추진비의 부적절한 집행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됨에 따라 일부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공개가 의무화되기도 하고 그 집행기준도 엄격해진 듯하다. 그러나 복잡한 규정에 비해 아직도 사용자의 재량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고, 대부분은 매우 형식적인 공개가 이뤄지고 있다. 

업무추진비를 쓰는 당사자에게 물어보고 싶다. "당신 돈이면 이렇게 쓰시겠습니까"라고. 당신 돈이라면 하루 건너 한 번 이상 동료들과 (고급)식당에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수시로 주위에 격려금과 격려성 물품이나 선물을 줄 수 있을까. 이러한 지출을 할 수 있는 것은 특권이나 다름없는 업무추진비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업무추진비를 안 쓰면 업무를 할 수는 없는 걸까. 군청이나 군의회의 업무 수행이 원활하지 못한 걸까. 전혀 그렇지 않다. 군수의 업무추진비가 0원인 곳도 있다. 부산 기장군수는 지난 2017년부터 현재까지 업무추진비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업무행정평가에서는 늘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고 한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지난해 6월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반 군수가 가진 특권 중 가장 큰 문제점"으로 업무추진비를 꼽았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군수 업무추진비야말로 적폐 중 적폐다. 너무 많고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군민 혈세를 쓴다는 것을 조심스럽고 두려워해야 한다. 업무추진비를 쓰지 않아도 군 행정을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제는 잘못된 관행을 고쳐야 한다." - 오규석 기장군수

업무추진비, 이제 폐지할 때가 됐다
  
 지난 3월 감사원이 발간한 '업무추진비 집행실태 점검' 중 일부.
 지난 3월 감사원이 발간한 "업무추진비 집행실태 점검" 중 일부.
ⓒ 감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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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공익감사청구사항으로 일부 기관의 업무추진비 집행실태를 점검해 지난 3월 감사보고서를 낸 바 있다. 그 보고서 내용 중 일부는 아래와 같은데 업무추진비 자체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지적해놨다.

"업무추진비는 전체 집행액의 대부분이 업무 협의를 위한 간담회, 식사 등 사람을 만나는 데 소요되는 비용으로 공적 영역과 일부 사적 영역이 혼재되어 있어 이를 엄격히 구분하기 어렵고, 대인 접촉 과정에서 이루어진 업무 내용을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어 업무추진비 사용이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에는 해당 업무 및 직책 수행자의 재량이 폭넓게 인정되어 왔다.
이에 따라 업무추진비는 언론 등으로부터 집행의 적정성 및 투명성에 관한 문제
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중략)


업무추진비는 업무 및 직책 수행에 드는 비용을 보전하는 성격이 있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고, 업무 관련성에 대한 판단에도 사용자의 재량이 폭넓게 인정되는 등 다른 세출예산과 다른 특성으로 인해 사적 사용 및 방만 집행 등의 개연성이 높을 뿐 아니라 그 집행의 적정성 및 투명성에 관한 국민의 눈높이와는 괴리가 있는 실정이었다."

그 성격상 이미 문제점을 안고 있는 '업무추진비'에 제아무리 제도와 규칙을 정비하여 적용한들 두루뭉술할 수밖에 없고 내부 통제도 어렵다.

선진국에서는 업무추진비라는 항목이 아예 없는 나라가 상당수 있고, 업무추진비라는 항목이 있는 일본에서 조차 간담회 명목의 식사비는 업무추진비에서 제외되고 극히 일부 용처만 남아있다고 한다.

모든 제도를 선진화해 나가는 시대의 흐름에도 맞지 않고 국민의 눈높이와도 맞지 않는 업무추진비, 이제 폐지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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