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짧은 가을이 급하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아직 남아있는 계절을 잡아보겠다며, 일요일 늦잠을 포기했습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정상에서 바라보는 억새밭의 장관으로 이름난 무장산.

지난 10월 초 경북지역을 무섭게 할퀴고 지나간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등산로 곳곳이 유실되어 있다고 전해 들었는데 급하게 정비하여 등산로를 열었다는 소식이 들렸거든요.

따뜻한 차를 보온병에 가득 채워 넣고, 회사 동료들과 함께 무장산 제1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8시 반. 아직 이른 아침이라 공기는 쌀쌀했지만 가을을 즐기러 나온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고 있었습니다.
 
화려한 가을이 펼쳐져 있습니다.  가을하늘 아래로 울긋불긋 각양 각색의 색깔이 펼쳐진 가을산이 화려합니다.
▲ 화려한 가을이 펼쳐져 있습니다.  가을하늘 아래로 울긋불긋 각양 각색의 색깔이 펼쳐진 가을산이 화려합니다.
ⓒ 이창희

관련사진보기

 
무장산은 예전에 목장으로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목장의 초목 지대가 초목 지대가 억새로 가득 채워져 있어서, 가을이 되면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의 풍경이 유혹적인 산입니다.

산의 정상인 무장봉까지 가는 등산로도 길지만 완만한 길과 짧지만 가파른 길 중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어서,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등산객들도 종종 마주칠 수 있었어요. 우리는 짧고 가파른 길로 정상까지 올라간 후, 내려오는 길은 좀 더 여유로운 완만한 등산로를 선택하기로 했어요.

주차장에서 안내해 주시는 어르신들께 여쭤보았더니, 대략 3시간에서 4시간 정도면 정상까지 다녀올 수 있다고 하시네요. 왕복 13킬로미터 정도의 장거리인데, 문제없이 다녀올 수 있겠죠?

선택한 등산로는 처음이 무척이나 가파른 계단이 이어지고 있네요. 계단 사이가 넓어서 초반에 무릎이 얼얼하긴 했는데, 한 시간쯤 쉬지 않고 오르고 났더니 환하게 하늘이 열리며 시원한 가을의 바람이 가득한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물론, 사이사이의 숲길에서 느껴지는 울긋불긋한 가을의 색깔도 무척이나 유혹적이었고요.

북쪽에서 시작한 가을 산의 마법은 이제서야 남쪽의 나지막한 산에서도 찬란한 색깔을 자랑하고 있네요. 산을 빼곡하게 채운 나무들이 서로의 멋짐을 자랑하는 풍경에 가을의 햇살이 더해지니, 어디에 눈을 두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무장산의 억새밭 풍경입니다.  무장봉 정상에 올랐더니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 억새밭이 펼쳐져 있습니다. 어딘가 바람이 불어오는 소리도 그대로 들려요.
▲ 무장산의 억새밭 풍경입니다.  무장봉 정상에 올랐더니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 억새밭이 펼쳐져 있습니다. 어딘가 바람이 불어오는 소리도 그대로 들려요.
ⓒ 이창희

관련사진보기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한참을 올려다보아야 하는 나무는 점점 사라지며, 파란 하늘이 그대로 얼굴을 드러내더니 간간이 보이던 억새가 눈을 가득 채웠어요. 등산로 입구에는 드라마 <선덕여왕>(2009)의 촬영지라고 안내되어 있었는데, 풍경 그대로 <봄날은 간다>(2001)에서 소리를 담아내던 유지태 배우가 떠올랐습니다.

잠시 억새밭을 흘러가는 바람이 만들어내는 가을의 소리를 들으며 걷자니,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이 억새로 채워진 무장봉 정상의 장관이 펼쳐졌어요. 와, 가을입니다!
 
태풍이 할퀴고 간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어요.  아직도 지역 여기저기에 자연재해의 흔적이 남아있네요. 등산로를 급하게 복구했다고는 하는데, 흔적은 쉽게 없애지 못했습니다.
▲ 태풍이 할퀴고 간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어요.  아직도 지역 여기저기에 자연재해의 흔적이 남아있네요. 등산로를 급하게 복구했다고는 하는데, 흔적은 쉽게 없애지 못했습니다.
ⓒ 이창희

관련사진보기

 
좀 더 넓고 완만한 길로 내려오는 길 곳곳에 태풍 미탁의 흔적이 보였어요. 급경사 구역에 세워졌던 보호장치는 굴러내린 돌들에 무너져버렸고, 등산로에는 굴러내린 돌이 덮여 있어서 여기저기 미끄러웠습니다.

하산길이 꽤나 길어서 빨리 내려가고 싶었는데, 내려가는 길 곳곳에서 마주치는 나무들이 너무 예뻐서 자꾸 늦어지네요. 때맞춰 나무 위를 쓰다듬은 바람 때문에 낙엽이 눈처럼 쏟아지는데, 어린아이처럼 소리를 지르며 한참을 서 있게 만들었어요.

등산을 모두 마치니 오후 3시가 지나가고 있었어요. 가을 산에 취해서 유유자적 가을을 즐기며 걸었더니, 원래 4시간이 걸린다던 길을 6시간이 넘게 걸었네요. 오래 걸어 발바닥부터 온몸이 다 아프다며 아우성이지만, 이 가을이 지나가버리기 전에 제대로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아직은 등산로가 완벽하게 정비되지는 않았지만, 문장산의 곳곳에서 느껴지는 가을을 맞이하기엔 문제 될 정도는 아니었어요. 급하게 지나가버릴 가을의 유혹에 빠져보시는 것은 어때요? 2019년의 가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니까요. 추천합니다!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