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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생화가 어우러진 던보건(Dunbogran) 산책로.
 야생화가 어우러진 던보건(Dunbogran) 산책로.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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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단풍 소식이 한창이다. 그러나 호주에서는 봄을 알리는 꽃 소식이 한창이다. 시골에 사는 덕분에 넓은 뒷마당이 있다. 뒷마당에서는 꽃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다. 자신만의 색깔과 모양을 한껏 드러내며 벌과 나비를 부르고 있다. 베란다에서 보는 들판도 봄을 맞아 생기가 넘친다. 정원에서 화초를 가꾸는 아내의 발걸음이 바빠지는 계절이 온 것이다.

봄이 되면 식물만 기지개를 켜는 것이 아니다. 호주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마뱀(Australian water dragon)도 겨울잠에서 깨어나 사람 주위를 서성거린다.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에 익숙해진 우리 동네에 사는 도마뱀들이다. 먹이를 구하는 것은 도마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집에는 새들이 아침저녁으로 찾아온다. 특히, 앵무새는 베란다에서 먹이를 달라고 조른다. 빵 조각을 가지고 나가면 팔에 앉아 빵을 뜯는다. 까치는 팔에 앉을 정도는 아니지만, 손에 들고 있는 빵조각을 가까이 와서 뜯어 먹는 것은 마다하지 않는다.
 
 베란다에 와서 수시로 사람을 찾는 앵무새(Lirikeet)
 베란다에 와서 수시로 사람을 찾는 앵무새(Lirik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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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 집 뒷마당에도 봄이 한창이다.
 시골 집 뒷마당에도 봄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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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는 작은 구렁이가 담에 기대어 있는 것을 보기도 했다. 겨울잠을 자고 나온 뱀일 것이다. 도시에 살 때는 뱀이라면 기겁하며 멀리했었지만, 요즈음은 심심치 않게 보아서인지 징그럽지가 않다. 특히 우리 동네에 사는 구렁이는 예쁘기까지 하다.

지난여름에는 큼지막한 구렁이가 뒷마당에서 일광욕(?)하는 것을 본 적도 있다. 사람이 가까이 가도 개의치 않는 뱀이다. 이웃 사람들은 구렁이는 쥐를 잡아먹기 때문에 집 근처에 있으면 좋다고 반긴다.

구름이 얕게 깔린 한가한 토요일이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던보건(Dunbogran)이라는 동네를 찾아 나섰다. 손님이 찾아오면 자주 안내하는 장소다. 전망 좋은 높은 산과 방파제로 둘러싸인 해변이 있기 때문이다. 가는 도중에 높은 산이 있는 두라간 국립공원(Dooragan National Park)도 있다. 운이 좋으면 행글라이더에 몸을 의지해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던보건을 찾은 이유는 야생화가 만발하는 숲이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도 찾았지만, 꽃이 지기 시작해 활짝 핀 꽃을 즐기지 못했다. 이번에는 꽃이 피는 시기를 대충 짐작해 찾아 나섰다.

야생화를 볼 수 있는 행운이 있기를 바라며 집을 나선다. 시드니와 같은 대도시와 달리 시골에서는 운전하는 재미가 있다. 교통 체증이 없다. 확 트인 도로를 시원하게 질주한다. 항상 맑은 물이 넘실거리며 흐르는 메닝강(Manning River) 다리를 건넌다. 초목에는 소들이 한가하게 풀을 뜯고 있다. 두루미를 연상시키는 하얀 새들도 평소와 다름없이 소 주위를 맴돌며 먹이를 찾고 있다. 자주 보는 풍경이지만 항상 새롭게 다가온다.

자주 들려 커피를 마시던 카페를 지나친다. 선착장에 있는 카페다. 이곳에서는 산들로 둘러싸인 바다와 작은 배가 오가는 풍경을 보며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카페 난간에 기대면 셀 수 없이 많은 물고기가 발아래로 모여든다. 사람이 던져 주는 먹이를 기다리는 물고기들이다. 집에 가는 길에 들러 커피 한잔할 생각이다.

야생화를 기대하며 숲속으로 난 익숙한 비포장 길로 들어선다. 해안을 한눈에 내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 곳이다. 전망대에 도착하니 주차장에 차가 많다. 좋은 신호다. 사람이 많다는 것은 꽃이 피는 시기라는 징조이기 때문이다.

주차하고 전망대로 향한다. 사람이 없는 틈을 노려 전망대 난간 위에 까치가 앉아 풍경을 즐기고 있다. 가까이 다가서며 사진을 찍는다. 그러나 거리가 가까워지자 시원한 바람을 타고 날아간다.

조금 전 까치가 앉았던 난간에 기대어 해안을 내려 본다. 백사장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가끔 이곳에서 큼지막한 조개를 잡는 백사장이다. 사륜구동차 서너 대가 백사장에 주차해 있다. 주위에서는 서너 명의 강태공들이 낚싯대를 바다에 던지고 있다.
 
 모래 백사장이 시원하게 펼쳐진 호주 전형적인 바닷가
 모래 백사장이 시원하게 펼쳐진 호주 전형적인 바닷가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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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를 벗어나 산길을 걸어 들어간다. 초입에 야생화 서너 송이가 활짝 피어있다. 융꽃(Flannel flower)이라는 야생화다. 꽃을 볼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숲속으로 난 길을 깊숙이 들어간다.

드디어 야생화가 무더기로 피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융처럼 보드라운 촉감을 가진 흰 꽃이 모여 있다. 바로 옆에는 앙증맞게 생긴 노란 꽃이 무더기로 피어 있다. 흰색과 노란색이 잘 어울린다. 이름 모를 꽃들 때문에 걸음을 자주 멈추며 산길을 걷는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 소리와 새소리를 배경음악으로 야생화를 즐긴다. 봉우리를 막 터뜨린 꽃들이 예쁘다. 새로 솟아나는 들풀과 나뭇잎도 화려함은 없지만 삶을 시작하는 싱싱한 모습이 보기에 좋다. 수많은 삶이 새로움을 시작하는 봄이 왔음을 실감한다.
  
 야생화가 어우러진 던보건(Dunbogran) 산책로.
 야생화가 어우러진 던보건(Dunbogran)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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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생화가 어우러진 던보건(Dunbogran) 산책로.
 야생화가 어우러진 던보건(Dunbogran)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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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가을이 찾아왔을 것이다. 산에는 단풍을 즐기는 사람으로 붐빌 것이다. 어느 스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싱싱하게 꽃망울을 터뜨리는 꽃은 아름답다. 그러나 빨갛게 삶을 물 들이며 세상과 헤어지는 낙엽도 책갈피에 간직할 정도로 아름답다는 말씀을...

인생의 초가을을 지나는 나의 삶이다. 새로 돋아나는 꽃들과 나뭇잎을 보면서 단풍을 생각한다. 빨갛게 물들어 가는 나의 삶을 떠올린다. 책갈피에 간직할 정도의 아름다운 삶을 그려본다.
 
 야생화가 어우러진 던보건(Dunbogran) 산책로.
 야생화가 어우러진 던보건(Dunbogran) 산책로.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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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생화가 어우러진 던보건(Dunbogran)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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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호주 시드니 동포신문 "한호일보'에도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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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호주 연방 공무원, 외국인 학교 교사 (베트남, 타일랜드). 지금은 시드니에서 3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바닷가 시골에서 퇴직 생활. 호주 여행과 시골의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