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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신곡동의 마을 북카페 '나무'가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설사 지금의 공간이 없어지더라도, 지역 주민들과 함께 땀과 눈물로 일궈왔던 역사만큼은 흔적을 남기고 싶어 마을카페 '나무'의 6년을 기록합니다.[편집자말]
마을카페 '나무'와 이웃한 지역아동센터의 센터장 남쌤에게 전화가 왔다. 

"카페에서 아이들이랑 마을지도 함께 만들어보면 어때요? 전에 '해보면 재밌겠다'고 했었잖아요."

무려 1년 전에 한 말을 어찌 기억하고. 이래서 말은 조심해야 한다. 남쌤은 지도 제작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경기도의 마을교육공동체 동아리 활동에 지원해 보자고 했다. 하지만 공모사업이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법. 일단 카페에서 만나 의견을 나누기로 했다. 
 
 아이들과 함께 마을지도 만들기에 나선 어른들의 첫 모임.
 아이들과 함께 마을지도 만들기에 나선 어른들의 첫 모임.
ⓒ 안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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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아동센터의 수장이자 마을카페 1호 출자자인 남쌤과 사회복지사 혜영쌤, 동네 마당발 예진 엄마, 카페에서 함께 영어낭독모임을 하는 연우 엄마, 동네서점을 준비하던 재연씨, 그리고 마을지도 이야기를 무심코 꺼냈다가 낚인 카페지기. 아이들의 길잡이를 자처한 여섯 명의 어른이 카페에 모였다. 

"아이들과 함께 골목을 누비며 마을 곳곳을 찾아보고 마을 지도를 만들자."
"지도에 들어갈 그림도 아이들이 직접 그리고, 사진도 찍고, 포토샵 작업도 하면 좋겠다."
"방학 동안 마을공동체에 대한 강의도 들으면 어떨까?"
"모임 장소는 당연히 마을카페!"


끝도 없이 이어진 이야기들을 토대로 기획안을 짰다. 분위기로는 이미 선정된 거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의 마을탐험대 프로젝트는 경기도교육청 공모사업으로 선정됐다. 말은 씨가 됐고, 카페에는 연대의 물결이 넘쳐 흘렀다. 

아이들이 만드는 마을지도
 
 시시콜콜 마을탐험대 발대식
 시시콜콜 마을탐험대 발대식
ⓒ 안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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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탐험하고 지도를 제작할 '시시콜콜 마을탐험대'는 5명의 어른과 13명의 어린이 및 청소년으로 꾸려졌다. 어른은 없고 아이들만 바글대는 카페의 2탄쯤 되겠다(관련기사: 어른은 없고 아이들만 바글대는 카페, 그 내막).

그해 여름, 발대식을 시작으로 마을 탐험의 포문을 열었다. 청색 티셔츠와 모자, 가방으로 구색을 맞추고 카페에 모여 기념사진을 찍었다. 여름방학 동안 '마을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강의를 듣고, 지도를 만들기 위한 사전 워크숍을 진행했다. 

본격적인 마을 탐방은 2학기 개학과 함께 시작됐다. 우리는 일단 조를 나누었다. 마을 맛집을 탐방하고 정리할 먹거리 조, 놀이터와 공원 등을 탐방할 놀거리 조, 그리고 마을 안의 위험한 곳이나 안전을 점검할 안전마을 조. 나는 중학생 아이들이 속한 먹거리 팀에 지원했다. 순전히 맛집을 좋아하고 식탐이 많은 성향 때문이었다.
 
 탐방지를 찾기 위해 아이들이 미리 그려 본 마을지도
 탐방지를 찾기 위해 아이들이 미리 그려 본 마을지도
ⓒ 안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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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팀의 탐방 첫날. 이날의 루트는 초등학교 아이들의 최고 맛집인 학교 앞 분식과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오징어김밥을 파는 골목 김밥집, 단돈 6천 원에 닭튀김을 파는 버스정류장 옆 치킨집이었다.

많은 양보다는 다양한 메뉴를 주문해 조금씩 맛보기로 했다. 사진 촬영과 후기 작성을 위해서였다. 분식집에서 컵볶이와 떡꼬치를 가뿐하게 먹어치우는 아이들. 그런데 김밥집에서부터 슬슬 배가 부르단다. 나는 아이들을 독려했다.

"애들아, 더 먹을 수 있어. 너희는 성장기잖아."

3차 탐방지인 치킨집에서는 치킨 한 마리에 감자튀김까지 배 터지게 먹어야 했다. 원래는 치킨만 먹을 계획이었는데, 마을지도를 만드는 중이라는 얘기를 듣고 사장님이 감자튀김을 서비스로 주셨기 때문이다. 첫날 탐방을 마무리하며 아이들에게 당부했다. 

"다음 주에는 중식집 탐방하는 거 알지? 꼭 굶고 와."

놀거리 모둠은 인근 공원 탐방과 우리 동네 최고의 핫플레이스인 '방방(트램펄린을 타는 곳)'에서 사장님을 인터뷰했다. 친언니가 운영하는 방방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이 보기 좋아 자기도 방방을 열었다고 한다.

"운영하면서 힘든 점이 뭐예요?"

아이들은 나이가 지긋한 중년의 사장님에게 물었다. 사장님의 대답이 짠하다.

"아이들이 놀다가 싸울 때는 (말리느라) 힘이 듭니다."

안전팀은 마을 곳곳에 위험한 놀이 시설은 없는지를 점검하고, 쓰레기나 담배꽁초를 버리는 곳들을 찾아 직접 만든 캠페인 포스터를 부착했다. 그리고 지도 한쪽에 적은 분량이나마 신문 형태로 기사를 싣기로 했다. 

활동은 끝났지만 나눔은 계속되는 마법
 
신곡동 마을지도 아이들이 찍고 편집한 사진과 그림들로 완성한 최종 지도(안쪽면). 마을카페와 지역아동센터를 기준으로 걸어서 10분 이내의 거리로 제한했다.
▲ 신곡동 마을지도 아이들이 찍고 편집한 사진과 그림들로 완성한 최종 지도(안쪽면). 마을카페와 지역아동센터를 기준으로 걸어서 10분 이내의 거리로 제한했다.
ⓒ 안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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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팀의 활동을 모아 내용을 정리하고 아이들이 직접 찍은 사진과 그림을 편집해 마을지도를 만들기까지 3개월이 걸렸다. 가을의 끝무렵에 완성된 마을지도는 그동안 탐방을 다닌 가게들과 동사무소, 병원, 도서관 등에 아이들이 직접 배포했다.

마을 어른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정말 마을지도가 나온 거냐며 신기해 하던 치킨집 사장님, 학생들이 언제 이런 걸 만들었냐며 기특해 하던 동사무소 직원들. '재개발되면 다 없어질 텐데'라며 시큰둥하던 김밥집 사장님은 막상 지도를 드리니 유심히 들여다보곤 흔쾌히 잘 보이는 곳에 올려뒀다.

시시콜콜 마을탐험대는 12월에 해단식을 끝으로 공식적인 활동을 종료했다. 하지만 마을카페는 지금도 그때 만든 마을지도를 비치해 두고 우리 마을을 궁금해 하거나 인근 식당을 묻는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나누어주고 있다. "근처에 먹을 데 없어요?" 그러면 나는 마을지도를 건네주며 말한다.

"여기 보면 다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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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북카페 나무의 무임금 카페지기로 7년째 활동 중이며 성공회대 사회적경제대학원에서 마을공동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부 에디터. "쓰는 일에, 그렇게 해서 당신을 만나는 일에 나는 어느 때보다 욕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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