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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살면서 기자도 궁금했습니다. 매일 '폐업 세일'하는 가게의 정체나 80%나 할인되는 아이스크림의 진짜 가격 같은 것들 말입니다. 궁금증을 채우기 위해 코너까지 만들었습니다. 기자의 사심 채우기 프로젝트 <류 기자의 이거 왜 이래?>, 지금부터 시작합니다.[편집자말]
 인천공항에 버스가 도착했다.
 인천공항 터미널에 공항버스들이 들어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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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모처럼의 해외여행을 위해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3300번 공항버스에 올랐을 때다. 무심코 버스요금표를 본 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카드와 현금에 매겨진 요금이 각각 달랐기 때문이다.

카드는 8500원인데 현금은 9000원이라고 했다. 500원이면 별 거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공돈을 날린다고 생각하니 그 차이가 야속했다. 하지만 어쩌랴. 여행지에서 잃어버릴 것을 생각해 카드는 따로 챙기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불투명한 플라스틱 요금 정산기 속으로 1만원을 집어넣었다. 버스 기사님이 버튼을 누르자 500원짜리 두 개가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동전을 주워들며 문득 궁금해졌다. 왜 버스 요금은 현금이 더 비쌀까? 다른 경우는 보통 현금을 더 우대하지 않나. 옷 가게만 가도 오히려 현금을 내면 가격을 10% 이상 할인해주는데 말이다.

전국 버스는 다 현금이 카드보다 비싸

궁금한 김에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의 시내·마을버스 요금을 확인해보니, 카드보다 현금을 낼 때 가격이 더 비싼 것은 마찬가지였다. 서울특별시 사이트에 적힌 시내·마을버스에 따르면 간선·지선버스와 광역버스, 마을버스의 요금은 교통카드로 결제했을 때 각각 1200원, 2300원, 900원이었다. 반면 현금으로 냈을 때는 1300원, 2400원, 1000원으로 각각 100원씩 비쌌다.

인천광역시 역시 그랬다. 인천광역시 사이트에 따르면, 간선버스는 카드 1250원, 현금 1300원이었고 지선버스는 카드 950원, 현금 1000원이었다. 차이가 서울시보다는 적지만 50원의 차가 나는 셈이다. 광역급행버스인 M버스는 카드 2600원, 현금 2900원으로 300원의 가격차가 난다.

할인율이 다를 뿐 모든 지자체가 카드와 현금 가격에 차이를 두고 있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누가, 언제, 왜 이 같은 차이를 두기 시작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각 지자체가 카드를 더 우대하는 이유는 교통카드 사용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난 1998년 7월 국내 한 언론은 서울시가 같은 해 8월 혹은 다음해인 1999년부터 버스비를 카드로 낼 때 요금을 할인해주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드로 결제하면 당시 서울시 시내버스 요금이었던 500원보다 10~20원 낮은 480원∼490원으로 깎아준다는 것이다. 단순히 계산해봐도 카드우대 정책은 벌써 20년도 넘은 것으로 보인다.
 
 카드와 현금 등 결제 수단에 따라 버스 요금이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카드와 현금 등 결제 수단에 따라 버스 요금이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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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언론은 이와 동시에 그동안 적용돼 왔던 '버스카드 요금 충전 시 할인' 정책은 폐지된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는 96년 6월부터 시민들이 버스카드 1만원을 충전할 때 5%를 추가로 적립해주는 혜택을 제공해왔다. 하지만 재정 부담이 커지면서 이를 카드 요금 할인제로 바꾸게 되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서울시가 교통정책을 바꾸면 다른 지자체 역시 따라가기 마련이라서 그때부터 전국적으로 카드 우대정책이 퍼져나갔던 것으로 보인다.

카드를 사용하면 어떤 이득이 있길래

시민들이 교통카드를 사용하면 지자체는 과연 어떤 이득이 있는 걸까.

관계자들에 따르면, 우선 버스회사가 탑승객으로부터 벌어들이는 돈, 일명 '운송 수입금'을 지자체가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26일 통화에서 "만약 버스 회사가 현금으로 받은 돈을 지자체에 정확히 알리지 않으면, 세금도 제대로 받을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버스에 CCTV가 없던 당시, 지자체는 현금을 내고 탄 승객이 몇 명인지 알 수 없었다. 버스 회사가 현금을 하나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고 해도 검증할 길이 없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금 수입이 많은 일부 지자체는 '시내버스 현금수입금 확인원'이라는 직책의 관리자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매일 시내버스 업체쪽으로 출장을 나가 수입금을 확인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현금을 확인하기 위한 행정 비용이 추가로 드는 셈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지자체들이 정보를 얻기 위해 교통카드를 장려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승객이 카드를 찍으면 어디서 타고 어디서 내리는지 확인할 수 있다"면서 "그 정보가 모이면 도시 정책을 펼 때 유용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26일 서울의 한 시내 버스 내부에 현금 수납기가 놓여 있다.
 서울의 한 시내버스 내부에 현금 수납기가 놓여 있다.
ⓒ 류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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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편의뿐 아니다. 현금을 둘러싼 각종 번거로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는 의견도 있었다. 대전광역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같은 날 통화에서 "학생 요금을 낸 탑승객이 성인처럼 보이는 경우나 외국인들이 자신의 나라 돈을 내는 경우 등 지금도 승객과 버스 기사 사이에서 현금으로 인한 갈등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쟁을 줄여보기 위해 카드 사용을 권장한다는 것.

버스 기사의 번거로움을 덜어줄 수도 있다. 대전광역시의 ㄷ시내버스 운송업체쪽은 "버스 기사들이 현금을 받으면, 확인하고 거스름돈을 거슬러주는 데 시간이 많이 든다"면서 "승객들이 버스에 오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버스 기사도 운전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용객의 입장에서도 이득이다. 최근엔 버스에 오를 때뿐만 아니라 내릴 때도 단말기에 카드를 대도록 권장하는데, 자신이 이동한 거리만큼만 요금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광역시 버스 정책과 관계자는 "탑승객이 현금을 낼 경우, 그가 얼마나 이동할 것인지 알 수 없는 만큼 버스에 오를 때 최대치의 요금을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카드우대 정책은 각 지방자치단체와 버스 회사, 소비자 모두의 이익 속에 나온 결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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