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의정부 신곡동의 마을 북카페 '나무'가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설사 지금의 공간이 없어지더라도, 지역 주민들과 함께 땀과 눈물로 일궈왔던 역사만큼은 흔적을 남기고 싶어 마을카페 '나무'의 6년을 기록합니다.[편집자말]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리모델링한 이후로 마을카페 '나무'에는 더 많은 주민들이 찾아온다. 다른 공동체와의 만남과 연대 활동도 늘어났다. 빵빵한 에어컨도 설치했으니, 다른 공동체들을 초대하고 함께 무언가를 작당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 열린 것이다(관련 기사 : 경기도가 준 2100만원으로 우리가 만든 것들).

처음 우리가 손을 잡은 곳은 의정부의 유일한 대안학교인 '꿈틀자유학교(아래 꿈틀)'였다. 마을카페의 출자자인 꿈틀 학부모로부터 방학 때면 학교를 못 가 심심해하는 아이들의 등쌀을 견딜 수가 없다는 하소연을 들은 터였다.

"방학 때 아이들이 갈 곳이 없어요. 더운데 매일 밖으로만 나갈 수도 없고. 실내에 우르르 들어가서 오래 있기도 뭣하고."

꿈틀자유학교는 당시 월세를 내는 상태였는데, 주인과의 협의상 방학에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놀 수 없는 게 조건이었다. 학부모들로선 더운 날씨에 갈 곳이 마땅찮은 데다 개별 가정에서 아이들을 집에서 돌보는 것도 힘에 부쳤다.

마을카페와 방학대책위원회의 만남

그래서 꿈틀 학부모들이 꾸린 모임이 방학대책위원회(일명 방대위)다. 방학 때 아이들을 함께 돌보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조직인 셈이다. 하지만 매주 많은 아이들을 데리고 어디서 무얼 할지 계획을 짜는 것부터가 방대위로선 늘 고민이었다.

방학 때 갈 곳이 없다는 꿈틀과 달리, 마을 카페는 방학이면 성인들의 각종 소모임들이 쉬는 탓에 주민들의 발길이 뜸한 것이 고민이었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여기에 와서 놀면 되지 않을까. 

고민을 털어놓은 꿈틀 엄마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꿈틀 아이들을 위한 방학 프로그램을 마을카페에서 운영하면 어떻겠냐고 물어보았다. 자기 생각엔 너무 좋은데 방대위 모임에 의견을 물어보고 답을 주겠단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온 답변은 아니나 다를까, 대환영이었다. 
 
나무 카페와 꿈틀자유학교의 만남 꿈틀 여름방학 방학대책위원회 어린이들이 나무 카페에서 흙으로 접시를 빚고 있다.
▲ 나무 카페와 꿈틀자유학교의 만남 꿈틀 여름방학 방학대책위원회 어린이들이 나무 카페에서 흙으로 접시를 빚고 있다.
ⓒ 안은성

관련사진보기

  
나무 카페와 꿈틀자유학교의 만남 쿠키만들기는 신청자가 너무 많아 오전, 오후로 나뉘어 진행했다. 한 팀이 쿠키를 굽는 동안 다른 팀은 작은 방에서 영화를 관람했다.
▲ 나무 카페와 꿈틀자유학교의 만남 쿠키만들기는 신청자가 너무 많아 오전, 오후로 나뉘어 진행했다. 한 팀이 쿠키를 굽는 동안 다른 팀은 작은 방에서 영화를 관람했다.
ⓒ 안은성

관련사진보기

 
우선 마을카페 운영위원들과 의논해 꿈틀 아이들만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짰다. 10년간 취미로 도예를 해 온 운영위원의 도자기 만들기, 지역아동센터 미술강사로 활동 중인 운영위원의 오방팔찌 만들기, 제과·제빵에 일가견이 있는 꿈틀 졸업생의 쿠키 만들기. 이렇게 세 개의 프로그램을 매주 오전마다 진행하고 각자 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오후엔 애니메이션 관람과 자유롭게 책을 읽는 일일 체험 프로그램이었다.  

아이들을 함께 돌보기 위해 일정마다 두 명의 엄마가 아이들을 픽업하고, 먹거리를 챙기고 뒷정리를 도왔다. 여름방학 동안 열 명에서 열다섯 명 정도의 아이들이 매주 마을카페를 찾아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오후까지 놀다 갔다.

방학이면 소모임이 쉬고 주민들의 발길이 뜸한 마을카페로선 아이들의 북적거림이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꿈틀 학부모들은 더운 날씨에 아이들이 밖에서 고생하지 않고 시원한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만족도가 높았다.  

느슨한 관계망의 힘

이렇게 물꼬를 튼 연대 활동은 그해 가을, '따뜻한 사람들의 네트워크(아래 따사넷)'로 이어졌다. 몇 개의 공동체가 진행하는 강좌를 공유하는 방식의 마을학교였다. 인근 초등학교 학부모들과 함께 성교육 강좌를 열고, 대안학교 학부모들과 함께 1박 2일간 네트워크 워크숍을 다녀왔다. 청년 공동체가 진행하는 청년대학 강좌를 마을카페에서 열기도 했다.
   
마을카페를 거점 삼아 따사넷 활동을 하면서 여러 번의 회의와 강좌가 열렸고 네 번의 웹진을 발행했다. 그리고 이웃한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마을탐험대를 꾸리고 마을지도를 만들었다. 학교밖 청소년들과는 '우리도 카페 만들어볼까'라는 주제로 한 학기 동안 수업을 하며 경기도 마을카페 사례조사 연구를 수행했다.
 
따뜻한 사람들의 네트워크 나무 카페에서 열린 청년대학 강좌
▲ 따뜻한 사람들의 네트워크 나무 카페에서 열린 청년대학 강좌
ⓒ 안은성

관련사진보기

 
신기했다. 짧은 시간 안에 이토록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니. 더군다나 우리에겐 조직적인 체계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이런 거 한 번 해보려고 하는데 같이 할래요? 그럼 나무에서 만나요" 하는 식이었다. '함께 하면 좋겠지만 아니면 할 수 없고' 정도의 헐거운 관계망이었던 것이다.

사실 우리는 네트워크 활동의 기준을 사회적 의미와 가치보단 현실적인 고민에 두었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지, 함께 즐거운 일인지 생각했다.

그런데 여러 해 동안의 연대활동을 해보고 나니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이런 활동들이 모이고 모이면 결국 '지역공동체성 회복'이라는 의미와 가치가 저절로 살아난다는 것이었다. 이웃들과 만나 웃고 떠들며 무언가를 나눌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살기 좋은 마을일 테니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마을북카페 나무의 무임금 카페지기로 7년째 활동 중이며 성공회대 사회적경제대학원에서 마을공동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부 에디터. "쓰는 일에, 그렇게 해서 당신을 만나는 일에 나는 어느 때보다 욕심이 생긴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