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김향숙
 김향숙
ⓒ 이상옥

관련사진보기

엉키는 것들도 힘이 된다고
지지직거리며 흘러가는 전파
저 어지러운 전선들 속엔
수많은 웃음의 채널이 있다
- 김향숙 디카시 '엉킨 힘'

 
 
제3회 황순원 디카시공모전 심사 결과가 8월 22일 발표되었다. 시상식은 황순원문학제가 열리는 황순원문학촌소나기마을에서 9월 8일 오전 10시에 거행된다. 이 공모전은 지난 7월1일부터 8월 10일까지 응모가 이뤄졌고 700여 편의 응모작 중에서 대상작으로 뽑힌 것이 김향숙 디카시 '엉킨 힘'이다.

본심을 맡은 홍용희 교수는 "대상으로 선정된 '엉킨 힘'은 서로 엉키어 살아갈 때 밝고 건강한 웃음이 생성될 수 있다는 삶의 이치를 혼잡한 전선줄에서 벼락같이 직시해내고 있습니다. 3연과 4연 사이, 즉 '저 어지러운 전선들'과 '수많은 웃음의 채널' 사이의 비약적 여백이 독자들의 상상의 동참을 불러일으키면서 극적으로 울림과 반향의 파동을 몰고 오고 있습니다"라고 대상작으로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디카시는 여백의 아름다움이 두드러진 디지털 시대의 최적화된 새로운 시 양식이다. 디카시의 문자는 완성된 시가 아니기 때문에 영상과 텍스트성을 형성하여 완결성을 지닌다. 따라서 디카시의 문자는 영상에 기대고 영상은 문자에 기대어 말하는 방식이다. 디카시의 여백은 단순한 여백이 아니다. 때로는 그 여백을 영상이 채워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디카시에서 여백의 울림이 큰 것도 영상의 힘이다.

하나의 전선이라면 엉킴의 힘을 기대할 수 없다. 여럿의 전선들이 엉켜서 지나가는 것이 때로 혼란스럽고 어지러울 수 있지만 그래서 더 다양한 생의 채널들을 제공해준다. 생은 엉킨 전선과 같다. 그만큼 선과 악이, 이성과 감성이, 혹은 나와 네가 서로 교차하며 갈등하고 아파하며 울고 웃는 것이 생이다. 어찌 어지러운 전선 속에는 수많은 웃음의 채널만 있겠는가.

외줄의 단선 같은 생은 무미건조  

단지 시인은 생의 어지러운 엉클어짐 속에서도 웃음의 채널이 있다는 바로 엉킨 힘을 읽었을 뿐이다. 혼돈스럽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렇다고 외줄의 단선 같은 생이란 얼마나 무미건조할 것인가. 지금의 정국도 난마처럼 엉클어져 있어 출구가 잘 안 보이지만 말이다.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실존 앞에서 웃음의 채널을 읽어내는 역설적 인식이 이 디카시의 묘미가 아닌가. "엉키는 것들도"에서 '도'라는 보조사가 말해주지 않는가. 생의 난마 같은 엉클어짐이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속에서도 웃음의 채널을 떠올려내는 것이 생을 영위하고 견디는 힘이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