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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신곡동의 마을 북카페 '나무'가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설사 지금의 공간이 없어지더라도, 지역 주민들과 함께 땀과 눈물로 일궈왔던 역사만큼은 흔적을 남기고 싶어 마을카페 '나무'의 6년을 기록합니다.[편집자말]
마을카페를 하면서 겨울이 이렇게 무서운 줄 처음 알았다. 여름방학보다 두 배나 긴 소모임 휴식기. 이것은 곧 회비 수입과 매출이 동시에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겨울에 틀 수 있는 난방기구라고는 오픈할 때 기증받은 낡은 등유난방기 하나뿐. 등유를 넣어야만 온풍 기능이 되는 난방기다. 번번이 등윳값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가동할 때마다 두통을 일으키는 등유 냄새를 빼기 위해 창문을 열어야만 했다.

난방기를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운영비 마련으로도 허덕이는 마당에 새 난방 기구를 살 형편이 될 리 만무했다. 간판에 불이 안 들어와 저녁에는 찾아오기가 어렵다거나, 실내조명이 어두워 오래 있으면 눈이 침침하다는 불편한 목소리도 자주 들렸다. 게다가 창고나 수납장이 부족해서 냅킨이며 테이크아웃용 포장용기 박스가 마구잡이로 쌓여갔다.
 
 사면이 짐으로 둘러쌓여 어수선하고 활용도가 낮았던 작은 방
 사면이 짐으로 둘러쌓여 어수선하고 활용도가 낮았던 작은 방
ⓒ 안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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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근 목재상에서 산 방부목에 폐현수막 목봉을 칠하고 못을 박아 직접 만든 설립 초기 간판. 불이 안들어와서 저녁에는 찾아오기가 어렵다거나 무섭다는 의견이 많았다.
 인근 목재상에서 산 방부목에 폐현수막 목봉을 칠하고 못을 박아 직접 만든 설립 초기 간판. 불이 안들어와서 저녁에는 찾아오기가 어렵다거나 무섭다는 의견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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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했던가. 우연히 들어간 경기도청 홈페이지에서 공동체 공간 리모델링을 지원하는 공모사업을 발견했다. 곧 다가올 겨울을 대비해야 할 계절이었던 터라 되든 안 되든 무조건 신청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정된다면 시설 개선으로 당분간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김칫국을 마시면서 서류를 준비했다. 

초조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결과 발표 예정일은 12월 1일. 하지만 발표일로부터 며칠이 지났는데도 결과와 관련된 전화나 문자가 오지 않았다. 대부분 탈락자에게는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탈락을 직감했지만, 메일로라도 공문이 온 게 있나 싶어 확인해 보았다. 역시나 선정됐다는 메일 같은 건 없었다. 담당 부서에 전화했더니 며칠 전 도청 홈페이지에 선정 공지가 올라갔으니 결과를 직접 확인해 보라는 말이 전부였다.

이미 공지가 되었는데도 아무런 연락을 못 받다니 정말 떨어졌구나 싶었다. 같은 지역에서 두 곳이 신청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아마 다른 곳이 선정된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사업도 아니고 큰 예산을 지원하는 공간 리모델링 사업인데 현장을 와보지도 않고 신청 서류만으로 선정하다니. 그렇잖아도 못 미덥던 차에 밀실행정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대체 어느 곳이 되었는지 확인이라도 해야겠다 싶어 서둘러 홈페이지에 들어가 공지를 확인했다. 

신청 건수 110건, 선정 건수 27건.

경쟁률이 4:1인 셈이었다. 경기도가 31개 시군이니 27건이면 거의 각 시군별로 1곳씩 선정된 듯했다. 시흥시, 김포시, 하남시, 남양주시... 선정 순서별로 화면을 내려가다 보니 13번째 의정부시가 있다.

그런데 가만. 그 옆에 쓰인 이름이 낯익다. 마을카페 나무? 뭐야. 왜 됐는데 아무도 연락을 안 해줘? 혼잣말을 하다가 순간 밀실행정을 의심한 것이 미안했다. 

우리가 지원받게 된 예산은 2100만 원. 마을카페를 10년 운영한다 해도 결코 모을 수 없을 큰 금액이었다.  

이토록 큰 리모델링의 행운
 
 공사 전후 3년간 쌓인 짐들과 책을 정리하는데도 많은 일손이 필요했다.
 공사 전후 3년간 쌓인 짐들과 책을 정리하는데도 많은 일손이 필요했다.
ⓒ 안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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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인 2016년 4월. 일손을 모아 책과 집기를 정리한 뒤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했다. 등유가 필요 없는 냉난방기를 천장에 설치하고, 간판도 전기가 들어오는 형태로 교체했다. 내부가 어두워 눈이 침침하다던 주민들의 의견에 따라 실내조명을 추가로 설치하고, 잡다한 짐을 정리할 수납장도 작은 방과 부엌에 두었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오면 눕힐 데가 마땅치 않던 작은 방을 좌식으로 바꾸고, 수유도 가능하도록 미닫이문을 설치해 좀더 독립적인 공간으로 꾸몄다. 중고이긴 했지만 로망이던 원목의자 몇 개도 홀에 들여놓았다.
 
 산더미같던 짐을 빼고 아이를 데리고도 편안하게 모임을 할 수 있는 좌식으로 바꾼 작은 방.
 산더미같던 짐을 빼고 아이를 데리고도 편안하게 모임을 할 수 있는 좌식으로 바꾼 작은 방.
ⓒ 안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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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난방기를 바꾸고, 조명을 추가로 설치했다. 부엌에 상부장을 달아 자잘한 짐들을 정리하고, 낡은 등유온풍기가 빠진 자리에 가운데 있던 나무를 옮기고나니 홀이 한결 넓어졌다.
 냉난방기를 바꾸고, 조명을 추가로 설치했다. 부엌에 상부장을 달아 자잘한 짐들을 정리하고, 낡은 등유온풍기가 빠진 자리에 가운데 있던 나무를 옮기고나니 홀이 한결 넓어졌다.
ⓒ 안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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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와 정리 후, 보름 동안 닫았던 문을 다시 열고 동네 주민들과 잔치를 열었다. 미리 떡을 돌리고 찾아 올 주민들을 위한 음식도 따로 마련했다. 기타 동아리와 우쿨렐레 모임에서 축하 공연을 하고 지역방송국에서는 취재를 나왔다. 경기도청과 중간 지원 조직에서도 마을의 사랑방임을 인증하는 작은 간판을 들고 축하해주기 위해 카페를 찾았다.
 
 개소식에 준비한 음식들. 인근 상가에는 떡과 음료를 돌렸다.
 개소식에 준비한 음식들. 인근 상가에는 떡과 음료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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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소식을 찾아 준 주민들과 축하공연을 해준 기타동아리와 우쿨렐레 모임.
 개소식을 찾아 준 주민들과 축하공연을 해준 기타동아리와 우쿨렐레 모임.
ⓒ 안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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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싶었지만, 물리적 환경이 바뀐다고 운영이 저절로 나아지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행정의 지원은 하드웨어적인 변화뿐 아니라 공간을 이용하는 지역주민들의 인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사람들과 모여 책 읽고 수다도 떨고 밥해 먹던 이곳이 사회적 관계망을 보듬고 지역주민의 행복에 기여하는 소중한 공간이라는 인식이 싹튼 것이다. 작지만 중요한 변화였다.
   
눈먼 돈이라고?
 
 오랜 숙원이던 불들어오는 간판으로 교체하면서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든 간판을 떼어내는데 어찌나 서운하던지. 결국 버리지 못하고 입구에 세워두고 있다.
 오랜 숙원이던 불들어오는 간판으로 교체하면서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든 간판을 떼어내는데 어찌나 서운하던지. 결국 버리지 못하고 입구에 세워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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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소중한 세금을 들여 마을카페 나무와 같은 주민커뮤니티 공간을 지원해준 이유도 여기에 있을 터였다. 주민 스스로 필요한 걸 기획하고 실행하는 데 부족한 부분을 행정이 지원하는 것. 지방분권, 주민자치, 참여예산제와 같은 제도는 행정의 책임과 권한이 미치지 못하는 골목과 마을의 주민들이 직접 나서 목소리를 냈을 때 그 가치를 발휘하는 것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행정의 공모사업 예산이 '눈먼 돈'이라고 말한다. 정말 필요한 곳이나 사람들에게 가지 못하고 그저 정보를 아는 약삭빠른 이들에게 뿌려지는 돈이라고 말이다.

적어도 우리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낡은 주택가에 자리한 마을카페에서 이웃을 만나고, 음식을 나누고, 무언가를 함께 배우며, 세상은 아직 살 만하다고 느끼는 우리에게는 귀한 돈이었다.  

리모델링 이후 마을카페 나무에는 더 많은 주민들이 찾아온다. 다른 공동체와의 만남과 연대활동도 늘어났다. 귀한 세금을 지원받았으니 제 몫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그만큼 늘어났다. 운영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버틴 건 그 때문이었다. 물론 지원금을 받을 때 3년은 운영해야 한다는 경기도와의 약속도 있었다. '먹튀'는 하면 안 되니까.

이제 3년 운영이라는 의무 기간이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문을 열고 주민들을 만난다. 이 공간에서 나누는 소박한 풍요가 더 많은 이웃들에게, 골목 구석구석에 퍼져 나가기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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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북카페 나무의 무임금 카페지기로 7년째 활동 중이며 성공회대 사회적경제대학원에서 마을공동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부 에디터. "쓰는 일에, 그렇게 해서 당신을 만나는 일에 나는 어느 때보다 욕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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