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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말하고 꿈꾸는 여성들이 늘어나는 시대, 우리에게는 더 많은 롤모델이 필요합니다. '야망 있는 여자들을 위한 비밀사교클럽'은 사회 곳곳에서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하며 마음껏 야망을 품고 살아가는 30대 이상 여성들을 인터뷰합니다.[편집자말]
(* 홍진아 대표 인터뷰 ①편에서 이어집니다.)
 
 홍진아 대표
 홍진아 대표
ⓒ 홍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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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모두 N잡러가 되는 사회가 올까? 미래에는 어떤 모습으로 일하게 될까?
"그걸 예측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 <유엔미래보고서 2050>이라는 책을 보면 미국에서는 2050년이 되면 모두가 프리랜서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프리랜서라는 말도 어떤 형태라고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지 않나. 결국 미래는 우리가 예측할 수없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결국 내 맥락이나 서사를 정리하는 게 우리 세대에는 너무 중요하다. 그 주도권을 내가 가져와야 한다."

- N잡을 시도해보고 싶은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여러 가지다. 내가 어떤 식으로, 어디까지 일할 수 있는지 먼저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또한, N잡러를 위한 구직시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힘들 거다. 내가 N잡러로 일하고 싶어도 N잡러와 함께 일할 준비가 된 회사는 많지 않다. 그런데도 그렇게 일하게 해준다는 회사가 있다면 계약서를 잘 써야 한다. 노무사의 검토를 받아라."

모두가 N잡러가 되는 사회가 상상됐다. N잡에 대한 질문은 더 많았지만 여성 N잡러로서의 정체성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홍진아 대표는 왜 여성 커뮤니티에 관심을 두게 되었을까? 그중 특히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한 커뮤니티를 만들게 된 계기는 뭘까?
 
나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커뮤니티


- 빌라선샤인도 밀레니얼 세대의 노동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건가?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빌라선샤인은 새로운 생애 주기를 맞고 있는 밀레니얼 여성들을 위한 커뮤니티 서비스다. 밀레니얼 여성들은 빌라선샤인에서 일터 밖 동료 그룹과 연결돼 자신이 마주한 불투명한 커리어 패스를 해결해나가는 주체가 된다. 지속 가능하고 나다운 일과 삶을 상상할 수 있는 곳이 빌라선샤인이다. 

사회가 노동에 대한 고민을 개인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라면, 밀레니얼 여성들 역시도 일의 사각지대 또는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들을 일하게 힘들게 만드는 구조적인 문제들이 많다."

- 어떤 문제가 있을까?
"두 가지 정도의 문제가 있다. 일단 옛날에 없었던 생애 주기를 살아가야 하는 점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삼 년 일하다 결혼하고, 아이를 갖고, 복직하거나 경력단절이 되고, 일하며 애를 키우고, 은퇴하고.

이게 예측할 수 있는 생의 주기였다면, 지금은 다르게 사는 여성들이 대거 나오고 있지 않나. 비혼, 비출산도 많고 전통적인 가족과 다른 형태를 갖고 있는 가족도 많다. 이런 생의 주기를 아직 살아본 세대가 없다. 롤모델도 없고 제도적 뒷받침도 전혀 없다. 10년 뒤를 상상하기가 어려운 세대다. 이런 걸 개인의 어려움으로 생각하지, 세대가 풀어야 하는 문제라고는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이걸 같이 모여서 해결하는 형태의 커뮤니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빌라선샤인은 그런 문제에 맞서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가?
"빌라선샤인은 시즌제 커뮤니티 서비스다. 3개월 멤버십 비용을 내면 그 시즌에 모인 멤버들끼리 일과 삶을 꾸려갈 수 있는 기술이나 정보들을 서로 나눌 수 있게 한다. 또 하나는 커뮤니티에서 일터 밖 동료를 만들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한다. 우리 세대는 작은 조직에서 일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나랑 말이 통하는 동료, 일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여성 동료를 만드는 게 힘들다.

빌라선샤인에서는 일과 관련된 질문들에 같이 대답해보는 토요일 모닝뉴먼스 클럽, 문제해결 밋업, 일과 삶에 대한 구체적인 기술을 배우는 소셜클럽이 있다. 내가 가장으로 살아갈 때 필요한 기술을 배우기도 한다. '주택청약 같이 해보기'라거나 '함께 공구 사용해보기' 등이 그것이다. 기획의 관점으로 내 일을 대할 수 있는 '외롭지 않은 기획자 프로그램'도 있다.

궁금하긴 했는데 혼자 할 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던 것들을 빌라선샤인 멤버들과 같이 해보는 셈이다. 시즌1은 82명이 함께 한다. 어느 정도의 모수가 있어야 더 잘 맞는 동료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혼자 바로잡을 수 없으니까
 
 홍진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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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이 나이가 들고도 커리어를 잃지 않고 살아남는 구체적인 방법이 있을까?
"아직 40, 50대가 안 되어서 잘 모르겠다(웃음). 서로서로 끌어줘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기자님도 프리랜서면 그런 것 느끼지 않나? 경력이 높아질수록 일감이 들어오지 않는 현상 말이다. 경력이 쌓이면 여성은 사라지는데, 남성은 다른 지위로 올라간다. 남성에게 40대는 꽃피는 시기다. 편집장, 감독, 위원장을 한다. 이미 만들어진 남성들의 판이 있고, 그곳에는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서로가 서로를 추천하는 네트워크. 혜택을 받는 남성들은 모를 수 있다. 

나는 친구들끼리 '여성을 추천하자'는 운동 비슷한 걸 한다. 예를 들어 일감이 들어왔는데 내가 할 상황이 못 되면 반드시 여자에게 추천하자는 식이다. 그럴 때 추천할만한 여자의 리스트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빌라선샤인에서는 우리와 협업하는 여성들의 페이지를 만들고 있다."
 
- 여성 연대는 어떤 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뭐가 정답이다, 이런 건 없을 것 같다. 다만 더 많은 여성들이 서로 연결되는 것이 연대가 아닐까. 물론 연결된다는 것이 물리적으로 연결된다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내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하는 여성 선배나 동료들을 보는 것, 그것 역시 연결이라고 본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나의 가까운 미래를 상상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여성들은 일하고 살아간다. 점점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참조점들이 생기고, 환경이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자기 일을 꾸려나가는 여성들이 다른 여성들이 볼 수 있는 자리에 서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더 많은 여성들이 자기 이야기를 가지고 그 이야기들이 서로에게 전달될 필요가 있다."

- 빌라선샤인처럼 여성들이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가 또 있을까? 추천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 클럽(FDSC)'을 응원하며 보고 있다. 디자이너분들이 만든 커뮤니티가 있다. 그 안에서 팟캐스트도 하신다."

-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가 잘되어야 제 옆에 있는 여성들이 잘되고, 여성들이 잘되어야 제가 잘된다고 생각한다. 이기적인 마음으로 내 이익을 위해 내 옆에 있는 여성을 돕는 셈이다. 우리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하지 않나. 유리천장을 혼자 깰 수는 있어도 기울어진 운동장의 기울기를 혼자 바로잡을 수는 없다.

중요한 일 먼저 하고, 평등은 나중에 해결하자는 전 세대의 캐치프레이즈가 실패하는 걸 목격했다. 나한테 중요한 것을 먼저 해결해 나가야 더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여성 문제는 같이 해결해 나가야 한다."
 
- 홍진아 대표의 야망은 무엇인가?

"전국의 여성들이 빌라선샤인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그 판에서 여성들이 더 자기답게,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는 동력을 얻으면 좋겠다. 요즘 밀레니얼 여성들은 어떻게 일하냐고 누가 물었을 때 '빌라선샤인에 가봐'라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나의 브랜드가 되는 것 역시 앞으로의 목표다."

대학 때 마케팅원론을 가르치던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남들보다 한 발, 그 한 발만 더 앞서가면 된다고. 너무 멀리 가면 후대에서나 인정받고, 너무 늦게 가면 네 몫은 없다고. 홍진아 대표는 내일을 고민하는 밀레니얼 여성들에게 딱 한 발 앞선 선두주자처럼 보였다. 그녀가 그 길을 감으로써 우리는 적어도 그곳에 우리가 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말처럼 '더 자기답게,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는 것을 욕망하는 법'을 배웠다.

마음껏 욕망하는 것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지 않을까. 기존 '일자리'의 프레임에 갇힐 필요 없다. 나는 이런 일자리를 원한다고, 이런 형태로, 이런 때에, 이런 사람과 일해보고 싶다고 말해보자. 목소리를 밖으로 꺼내자. 홍진아 대표와 밀레니얼 여성들이, 아니 우리 여성들이 그 곁에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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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밥 벌어 먹고 사는 프리랜서 작가 딴짓매거진 발행인

네트워크부 에디터. "쓰는 일에, 그렇게 해서 당신을 만나는 일에 나는 어느 때보다 욕심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