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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출신 김민혁군 아버지 난민 인정 여부 통보를 앞둔 8월 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출입국외국인청 별관 앞으로 아주중학교를 졸업한 김군 친구들이 응원을 나왔다.
 이란 출신 김민혁군 아버지 난민 인정 여부 통보를 앞둔 8월 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출입국외국인청 별관 앞으로 아주중학교를 졸업한 김군 친구들이 응원을 나왔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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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짐합니다. 그리고 호소합니다. 힘이 많이 부족하다고, 그럼에도 끝까지 싸울 거라고."

1년 전 이란 출신 김민혁(16)군 난민 인정을 위해 힘을 모았던 아주중학교 졸업생들이 친구 아버지를 위해 다시 뭉쳤다. (관련 기사: 수영장·영화관 포기하고 '땡볕시위'한 중학생들 http://omn.kr/s0zn)

아주중 졸업생 30명은 12일 김민혁군 아버지 난민 불인정에 대해 실명으로 입장문을 내고, 난민 인정을 거듭 촉구했다.

친구 아버지 난민 불인정에 다시 뭉친 아주중 졸업생들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은 지난 8일 김민혁군 아버지 A씨의 난민 인정을 거부하고 대신 1년간 인도적 체류를 결정했다. 미성년자인 자녀 양육을 고려했다고는 하지만 김군이 성인이 되는 3년 뒤를 기약할 수 없는 시한부 체류 결정이었다.(관련 기사 : '기적' 없었다... 이란 출신 김민혁군 아버지 '난민 불인정' http://omn.kr/1kcdv)

애초 난민 인정만 염두에 두고 "10년의 꿈이 이루어지다"라는 제목의 입장문만 준비했던 김군의 친구들은 그날 아무런 입장 발표 없이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4일 뒤 "김민혁군 아버지 난민불인정 결정에 꺾인 꿈"이라는 제목으로 '차마 쓸 수 없었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난민 불인정 결정에 대해 "똑같은 사유로 난민신청한 아들과 아버지에게, 아들은 박해의 위험이 있고, 아버지는 박해의 위험이 없다는 판정을 내리다니요"라면서 "포용과 존중을 배우려 했던 우리에게 배척과 편견의 독한 대답으로 던져진 판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2019년 8월 8일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민혁이가 울고 선생님이 울고 적어도 아주중이 운 날이니까, 친구를 지키고 생명을 지키려 했던 작은 정신 하나가 꺾인 날이니까"라면서 "그럼에도 끝까지 싸울 거라고, 그러니 누가 됐든 우리의 슬픔 곁에 서 함께 해달라고, 어둠 속에 버려진 이들을 감싸는 빛의 길을 걷자고"라고 호소했다.

입장문 작성을 주도한 박지민(16)군은 이날 오전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난민 불인정 결정에 대해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다 다시 입장문을 준비하자고 결론내리고 그날부터 주축 학생들을 중심으로 나누어 썼다"면서 "앞으로 김군 아버지의 난민 인정을 위해 국회와 유엔난민기구 등에 도움을 요청하고 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시위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 저마다 고등학교로 뿔뿔이 흩어진 뒤에도 이렇게 한데 모이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박군은 "일단 시작했는데, 학교가 달라졌다고, 만나기 힘들다고 참여가 저조한 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 "이 문제가 완벽하게 정리될 때까지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모, 교사 등 주변의 적극적인 지원도 이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박군은 "우리 부모님도 적극적으로 밀어주시고 오히려 언론에서 주목한다고 자만하지 말고 겸손하게, 열심히 하라고 격려하신다"고 밝혔다.
 
 이란 출신 난민 김민혁(16)군과 아버지가 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출입국·외국인청 별관에 들어가기에 앞서 서로 포옹하고 있다. 김군의 아버지는 이날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미성년자인 자녀 양육을 감안해 인도적 체류 허가 결정을 받았다.
 이란 출신 난민 김민혁(16)군과 아버지가 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출입국·외국인청 별관에 들어가기에 앞서 서로 포옹하고 있다. 김군의 아버지는 이날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미성년자인 자녀 양육을 감안해 인도적 체류 허가 결정을 받았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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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아주중학교 졸업생 30명이 낸 입장문 전문이다.

차마 쓸 수 없었던 입장문을 쓰다
- 김민혁군 아버지 난민불인정 결정에 꺾인 꿈


2019년 8월 8일 우리는 한 개의 입장문을 들고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들어섰습니다. 난민인정과 난민불인정, 두 상황에 대한 입장문을 준비해야 했지만, 차마 난민불인정에 대한 입장문을 쓸 수 없었기에.

'난민불인정, 1년 인도적 체류'라는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의 결정에 그래도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아직은 아빠와 떨어지지 않아서 다행이다"라고 말하는 민혁이, 불치병 선고를 받은 시한부 환자처럼 얼굴이 어두워지는 민혁이 아버님,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 계시다 휘청이는 선생님을 보며 돌아서야 했던 우리가 가슴에 품었던 입장문, 난민인정이 됐을 때 내려했던 입장문, '10년의 꿈이 이루어지다', 그 기쁨의 입장문 대신 우리는 정말 꿈에서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입장문을 지금 씁니다.

지난 해 5월부터 올해 8월까지 15개월, 3년만큼이나 길게 느껴졌던 1년 남짓의 시간, 여유를 낼 수 없던 우리의 시간과 싸우고 때로는 부모님의 걱정과 싸우고 또 때로는 우리의 나약함, 이기심과 싸우며 걸어왔던 길, 낭떠러지를 걷는 것 같은 위태로운 길이었기에 행여 우리로 인해 일을 그르칠까 마음 졸이며 지켜왔던 시간들, 물거품처럼 허망하게 부수어진 민혁이와 민혁이 아버님이 10년을 기다려 온 꿈.

믿을 수 없었습니다.

똑같은 사유로 난민신청한 아들과 아버지에게, 아들은 박해의 위험이 있고, 아버지는 박해의 위험이 없다는 판정을 내리다니요. 같은 가톨릭 개종자고 같은 이란인이어서 똑같이 이란에서 배교죄 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데. 미성년자인 아들보다 어른인 아버지가 박해의 위험도가 더 높고, 아들이 난민인정을 받은 작년보다 1년 후인 지금의 아버지 상황이 더 주목받는 상황인 건 누가 봐도 명백한 사실인데, 같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서 불과 1년 만에 같은 사안에 대해, 정반대의 판정을 내리다니요.

인도주의를 짓밟고 공정성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법률까지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 버리는 부정의한 판정. 포용과 존중을 배우려 했던 우리에게 배척과 편견의 독한 대답으로 던져진 판정.

우리는 묻고 싶습니다. 우리 국민이 아니면 아무렇게나 짓밟아도 되는 것인지, 그런 사고가 일제가 타민족이라는 이유로 우리 민족을 유린했던 것을 정당화 한 생각, 주권을 잃어 난민과 같았던 우리 백성을 위안부로 징용으로 끌고 갔던 것을 합리화한 생각과 다른 생각일 수 있는지, 정말 다른 나라 사람에겐 어떤 부당한 일을 저질러도 다 묵인되는 것인지, 눈감을 수 있는 것인지, 이 불공정을 진정 그대로 두실 것인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을 나와 찾아간 기독교 회관에서 선생님께서는 나이 드신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목사님 앞에서 끝내 눈물을 비치셨습니다. 그걸 지켜보는 우리의 마음은 무너져 내렸습니다. 위로하며 맞아주시는 목사님의 기도와 함께 먹었던 늦은 점심도 잠시의 따뜻함만 주었을 뿐, 우리가 겪는 슬픔을 다 밀어내지는 못했습니다. 민혁이와 아버님을 보내고 선생님과 헤어질 때까지 우리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지만, 다시 싸우자고 격려했지만, 농담도 하며 웃어보기도 했지만, 우리는 돌아오며 울었습니다. 집에 가서 울었습니다. 학원 가다가 울었습니다. 2019년 8월 8일은 잊을 수 없는 날입니다. 민혁이가 울고 선생님이 울고 적어도 아주중이 운 날이니까요. 친구를 지키고 생명을 지키려 했던 작은 정신 하나가 꺾인 날이니까요.

그러나 우리는 다짐합니다. 그리고 호소합니다.

힘이 많이 부족하다고, 그럼에도 끝까지 싸울 거라고. 그러니 누가 됐든 우리의 슬픔 곁에 서 함께 해달라고. 어둠 속에 버려진 이들을 감싸는 빛의 길을 걷자고.

2019년 8월 12일

<아주중학교 졸업생>
박병훈(동일공고1년) 김성준(민족사관고1년) 송인우(배명고1년) 이규비(상산고1년) 윤명근(송파공고1년) 구건호 김아란 김예찬 박찬우 손세준 유정원 차인철 채혜린 추경식 최민교 황현(영동일고1년) 이윤규(자퇴 중) 이정현(잠신고1년) 박신예(잠실여고1년) 박지민 최현준(잠일고1년) 김지유 박찬희 안동하 이시헌 이시현(정신여고1년) 임하은(서울디자인고1년) 김태균(서울컨벤션고1년) 신성빈(한국조리과학고1년) 서성희(한대부고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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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교육, 인권 분야를 주로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