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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한 선생님이 최근 성비위를 이유로 직위해제를 당했다. 그 선생님의 이름은 배이상헌. 성비위(性非違)는 성과 관련된 말이나 행동 등으로 불쾌감을 일으키는 행위를 말하는데 배 교사는 자신의 실명을 밝히고 광주시교육청의 결정을 반박하고 있다. 

[관련기사] 
성교육했는데 성비위? 배이상헌 교사 '직위해제' 논란 http://omn.kr/1kb02

사건은 이렇다.

배이상헌 교사는 지난해 9∼10월과 지난 3월 중학교 2학년 도덕과 수업의 '성윤리' 단원을 다루면서 <억압당하는 다수>라는 제목의 단편 영화를 상영하고 성과 관련해 사회적 물의를 빚은 발언들을 자료로 인용했다. 이를 보고 들은 학생들 중 일부가 불쾌감을 느끼고 학부모에게 말했고 학부모들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해 광주시교육청이 그 민원에 따른 조치로 해당교사를 수업에서 배제한 후 직위해제 한 것이다.      

수업의도 100% 전달되지 않았다고 징계?  
 
 영화 '억압당하는 다수'의 한 장면.
 영화 "억압당하는 다수"의 한 장면.
ⓒ 억압당하는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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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당하는 다수(Majorite Opprimee)"라는 단편영화는 남성과 여성의 고정된 성역할을 반대로 적용하는 미러링(mirroring) 방식을 통해 젠더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 엘레노르 푸리아(Eleonore Pouriat)는 해당 영화를 유튜브에 공개하고 있으며 몇 년 전 한 네티즌이 한국어 자막을 만들어 공유하고 있어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 볼 수 있다. 

영화에서는 여성이 상의를 탈의한 채로 조깅을 하면서 유아차를 끌고 가는 남성 옆을 지나치는 장면, 성폭행을 당한 남성이 조사과정에서 여성경찰에게 자신이 당한 성폭행의 과정에 대해 상세하게 구술해야 하는 상황들이 나온다. 보는 사람에 따라 통쾌한 풍자로 읽힐 수도 있고 불쾌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수업에 대한 학습자들의 반응 역시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다양한 반응들 모두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따라서 해당 수업에서 불쾌함을 느끼지 않았던 학생이나 불쾌함을 느꼈던 학생 모두 자신의 입장을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의 현장이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중학교 2학년 학생들과 도덕과 수업으로 '성윤리'를 다루어야 했던 교사의 교육 의도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

교사가 자신의 교육권한에 근거하여 수업을 구성하고 진행한 과정에서 수업의도가 100% 전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아도 괜찮은가? 의도 전달의 실패가 징계의 사유가 될 수 있다면 여기서 자유로울 수 있는 교사들이 과연 누가 있을까? 

하지만 이 사건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첫째, "성"을 여전히 금기시하며 "청소년의 성"은 더욱 문제시하는 한국사회의 문화 속에서, 둘째, 주제가 '성윤리'인 수업이 진행되었고, 셋째, 그 수업을 진행한 교사가 생물학적 남성이었으며, 넷째, 현재 공교육 상황 안에서는 교사의 권한이 학생의 권한보다 더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다시 말해, 수업시간에 교사가 교육과정의 내용을 결정할 수 있지만 교사가 학생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 한 학생들은 교사의 수업방식을 따르게 되어 있다).

성에 대한 경험과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는 학생 또는 청소년의 입장에서 남성교사의 수업목표는 의도와 다르게 폭력적이었을 수 있다. 또한 중년 남성교사의 목소리로 중학교 2학년 여학생에게 '성'을 이야기할 때에는 그 목소리에 불가피한 사회적 무게와 여러 그림자들이 무겁게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평화학에서는 폭력은 수신자의 언어를 통해 규정된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해당수업은 그 학생에게는 폭력이었다. 그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으며 부정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주어진 악조건, 성을 금기시하는 한국 문화와 경직된 교육문화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성윤리'라는 교과 주제를 수업에 담아내고자 했던 교사의 교육 활동을 무조건 폭력이라고 규정할 수 없다.

준비도, 역량도, 의지도 부족한 광주교육청
 
 지난 2일 광주시교육청 앞에서 배이상헌 교사의 성 윤리 도덕 수업 내용을 성비위로 규정한 시교육청에 “수업권·교권 침해 행정을 중단하라”는 교육계의 항의 시위 장면. <출처=교사 배이상헌 페이스북>
 지난 2일 광주시교육청 앞에서 배이상헌 교사의 성 윤리 도덕 수업 내용을 성비위로 규정한 시교육청에 “수업권·교권 침해 행정을 중단하라”는 교육계의 항의 시위 장면. <출처=교사 배이상헌 페이스북>
ⓒ 광주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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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안은 매우 복합적인 갈등 상황에 놓여있다. 이러한 갈등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갈등 당사자들의 입장에 따라 사건을 다양하게 해석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해석들이 서로 교차하는 지점들을 섬세하게 찾아내어 상호 이해의 가능성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러나 광주시교육청은 준비도, 역량도, 의지도 부족했다.

배 교사의 소명자료에 따르면, 광주시교육청은 민원이 접수된 이후, 해당 수업을 들은 다른 학생들을 면담하지 않은 채 배 교사에게 수업 배제를 통보했으며 이후 직위해제로 징계를 확정했다고 한다. 또 관련 기사에 따르면 광주시교육청은 "경찰조사과정에서 소명기회가 있을 것임을 안내"했고 "교육부 성비위 대응 매뉴얼에 따라 재판이나 감사에서 잘잘못이 가려질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경찰조사과정에서 소명하라는 것은 교육청이 자신들의 권한을 포기했다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교육청은 교사에게 해당 학생과의 분리를 요구하기 전에 해당 민원에 대한 교사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야 했다. 수업 내용과 관련한 민원에 대해 교사가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고 느끼는 것은 전적으로 교육청의 책임이다. 

교육청은 교사와 학생을 동시에 보호해야 할 책임을 가진 교육기관이다. 또한 교사와 학생 또는 학부모 사이에 갈등이 발생했을 때, 갈등의 당사자들과 두루 충분한 소통을 해야 할 의무가 있는 기관이다. 교사를 성비위 교사라 낙인찍기 이전에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 학부모와 학생, 학생과 수업을 함께 들은 다른 학생들의 이야기를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경청하는 절차를 마련함으로써 서로의 이견을 조율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확보해야 했다.

문제를 제기한 학생이 교사와 마주앉는 것을 어려워한다면 시간을 가지고 서로의 입장을 안전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중재의 과정을 선택하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광주시교육청은 그 책임과 의무를 이행하는데 실패했다. 그리고 더욱 슬프게도 이 실패는 광주시교육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교육에서도 논쟁적인 주제 다뤄야

한국 사회는 갈등을 스스로 조정하고 해결하는 힘을 무서운 속도로 잃어버리고 있다. 강력한 징계를 통해 사건을 빨리 무마하려는 행정기관의 조급함은 개별의 존재가 가진 고유한 맥락을 삭제해버렸으며 서로의 권리를 조정하고 조율함으로써 갈등을 배움의 과정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해버렸다. 서로를 마주보고 이야기를 들으며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경험이 사라져 버리는 사회에서 교육의 의미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논쟁적인 주제를 교육에 포함하라는 보이텔스바흐 합의는 진보 교육감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졌지만 정작 교실에서 논쟁적인 주제를 다룬 교사는 징계를 받아 직위가 해제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교사가 논쟁적인 주제를 다루며 시민성에 대해 탐구하는 교육적 열의를 보일 수 있을까?

부디 광주시교육청이 이 사안의 엄중함을 깨닫고 지금이라도 행정 절차와 사법적 권위에 위임한 교육기관의 권한을 되찾아 진보교육감의 정체성을 입증하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이 사건은 한국 교육의 흑역사를 하나 더 추가하는 일이 될 것이며 진보교육감은 교육공동체의 신뢰를 또 한 번 잃게 될 것이다.   

* 관련기사 <안녕하세요, 성윤리로 물의 빚은 그 영화의 감독입니다 http://omn.kr/1kcsx>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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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모모 대표, 평화와 교육에 관련한 활동을 하고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