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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봉초라는 담배가 있었다. 곰방대나 종이에 말아 피울 때 쓰는, 잘게 썬 담뱃잎이다. 환갑이 넘도록 흡연을 즐기셨던 우리 아버지께서도 이 담배를 아무 곳에서나 자유롭게 피우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그 시절에는 비단 우리 아버지만 흡연의 자유를 만끽하지 않았다. 시외버스 좌석 등받이에 재떨이가 설치돼 있을 만큼 흡연은 때와 장소 가릴 것 없이 언제 어디서나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밀폐된 버스 안에서 담배를 피워 물어도 문제될 게 없었을 만큼 흡연에 관대한 사회였다.  뿌옇게 피어 오르는 담배연기가 극장 스크린을 가릴 정도였으니, 기타 다른 공공시설에서의 흡연은 더 이상 얘기하지 않아도 대충 짐작이 가리라 믿는다.

심지어 선을 보는 장소에서 '담배를 피워도 되겠냐'고 물어보면 최고의 매너남이 되는 시절이었다. 또한 회사의 사장이나 높은 직위의 임원의 책상의 중심에는 크리스탈 재떨이가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을 만큼, 흡연은 남자의 권위로 통했던 시절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텔레비전 드라마 화면을 남자 주인공들이 품어대는 담배연기로 가득 채우기도 했었다. 그때의 흡연은 하루 세끼 밥 먹는 것과 동일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공공장소 흡연은 머나먼 과거의 일일 뿐이다. 술집은 물론, PC방에서도, 길거리에서도 담배를 함부로 피웠다가는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받기 십상이다. 집에서조차 배척당할 만큼 담배는 우리 사회에서 악의 축으로 전락했다. 사회 인식이 변한 것이다.
 
 흡연 경고 사진을 붙여놓고 금연 의지를 불태우는 친구
 흡연 경고 사진을 붙여놓고 금연 의지를 불태우는 친구
ⓒ 신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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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을 적대시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범국가적 차원의 금연정책 또한 한몫 했다. 정부는 TV 공익광고를 통해 흡연의 백해무익함을 알리고, 담뱃갑에는 보기만 해도 섬뜩한 경고 그림과 더불어 흡연이 우리 몸에 끼치는 구체적 해악까지 삽입한다.

흡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더불어 범국가적 차원의 금연정책이 실효를 거둬서인지 몰라도, 이제 대한민국 성인 남자 흡연율은 2017년 질병관리본부 통계 기준으로 38.1%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흡연의 욕구를 이기지 못하고 담배를 입에 물며 흡연률 38.1%의 대열에 동참하는 애연가들이 많다. 나와 친한 친구도 그중 한 명이다.

그 친구와 술을 마시던 어느 금요일 밤이었다. 친구는 떨어진 담배를 사기 위해 자주 가던 편의점에 들렀다.

그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평소 자신이 피우던 담배 한 갑을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담배를 끊고는 싶은데 정말 마음대로 안되네요"라며 하소연했다. 그 아르바이트 직원이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던진 유머가 압권이었다. 

"정신 건강과 맞바꾸셨군요."

친구는 직원의 말에 "허허 그러게요"라며 편의점을 나섰다. 일주일 후,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런저런 말끝에 그가 말하기를,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담배 한 개비도 피우지 않은 채 버티는 중이란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편의점 직원의 그 말 이후 일단 흡연에 대한 자신의 정신적 기강부터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보기만 해도 끔찍한 흡연 경고 사진을 책상 앞 파티션에 붙여 놓고는, 담배가 생각날 때마다 병든 식도와 폐들을 보며 흡연 욕구를 참고 있었다. SNS로 인증사진까지 보내왔다.

사진 위에 적힌 김홍신 작가의 소설 <인생 사용설명서> 속 문장이 그의 금연 의지를 대변하고 있었다.

"세상을 끌고 가도 시원찮은데, 담배한테 끌려다니겠는가?"

나는 '비록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짧은 금연이지만 대단하다'라는 말로 칭찬해줬다. 그리고 그 정도 각오라면 의심의 여지가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꼭 금연에 성공하길 바란다는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지금까지도 그는 담배를 참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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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부 에디터. "쓰는 일에, 그렇게 해서 당신을 만나는 일에 나는 어느 때보다 욕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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