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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친구 중에 S라는 동기가 있다. 이 동기는 학교에서 많은 사람들의 존중을 받았다. 개인적인 능력도 매우 뛰어난 사람이었지만, 그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은 종종 S가 없는 자리에서도 S에 대해 칭찬했다. S는 굉장히 선하고 믿음이 가는 사람이라는 것이 사람들의 평이었다. S는 학교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나이가 어린 축에 속했는데도 사람들은 S라면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얼마 전 책을 읽는데 S가 생각이 났다. 그 책의 한 장은 자기도취에 대해 다루고 있었는데, 책의 저자는 인간은 누구나 자기도취적인 성향이 있다고 봤다. 저자는 자기도취자를 네 개의 유형으로 나누고, 그 중 한 유형인 '건강한 자기도취자'가 될 것을 독자들에게 권하고 있었다.

책이 설명하는 '건강한 자기도취자'는 자기애가 현실적이고, 강인하고 회복력 있는 자아 개념을 지니며, 관심을 다른 사람에게 돌려 공감 능력이 발달한 사람이었다.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이 예로 소개되어 있었다. 또한 책에는 공감적 태도를 가지는 사람은 상대를 너그럽게 만든다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 나는 그 부분을 읽으면서 S가 사람들에게 항상 존중을 받은 이유는 S가 뛰어난 공감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인간본성의법칙
 인간본성의법칙
ⓒ 로버트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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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은 '인간 본성의 법칙'이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제목이 참 거창한데, 제목에 '법칙'이 들어가는 이유는 저자가 보기에 인간 본성의 영향을 받는 사람은 비교적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자인 로버트 그린은 <권력의 법칙> <마스터리의 법칙>과 같은 책을 남긴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는 이 책에서 아무리 문명이 발달하고 인간이 과학기술 속에서 살아가더라도 인간 본성이 갖는 힘은 줄지 않았다고 말한다.

물론 인간 본성과 같은 얘기를 하기에는 인류가 원시적 상태에서 많이 멀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저자는 오히려 지금처럼 인간이 인간 본성의 노예인 적도 없다고 말한다. 소셜 미디어 덕분에 사람들은 자신의 어두운 본성과 이면을 펼치기 훨씬 쉬워졌다. 다른 사람을 시기해서 거짓 소문을 만들고, 자기가 원하는 악한 행동을 마음껏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때문에 지금 시대에도 인간 본성에 대해 이해할 필요성이 전혀 줄지 않았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저자는 인간 본성을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을 하나의 암호책이라고 생각하라고 말한다. 사람들의 이상하고 파괴적인 행동을 해독할 수 있게 사용하라는 뜻이다. 저자는 상대가 특정한 방식, 예를 들면 '나'처럼 행동하기를 바라지 말고, 대신 사람을 하나의 현상처럼, 연구할 것을 권한다. 이 책은 그런 연구에 필요한 책이다.

저자의 태도와는 달리, 인간의 본성과는 별개로 나름의 도덕적인 규칙을 지키며 사람을 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책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인간이 가진 본성을 이해하는 것이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돕는다고 본다.
 
 사람을 이해하는 일을 하나의 재미난 게임으로 만들어라. 퍼즐을 푸는 것처럼 말이다. 모든 것은 인간들이 벌이는 희극의 한 장면일 뿐이다. 맞다. 사람들은 비이성적이다. 하지만 당신도 비이성적이다. 인간의 본성을 뿌리 끝까지 철저히 인정하라. 그러면 마음이 진정되고 남들을 좀 더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70~71P

책은 인간의 내면을 이해하기 위한 법칙 18개를 적어 두었다. 법칙들은 동조, 변덕, 공격성, 방어적 태도처럼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것부터 시기, 목표 상실처럼 알아보기 어려운 것에 대한 것까지 다양하게 존재한다.

인간 본성의 법칙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주로 심리학적인 근거를 든다. 어린 시절의 환경에 기반하는 문제부터 타인에 대한 관계 설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까지 다양한 심리적 문제가 소개된다. 다만 심리학 전문 서적이 아닌 만큼 주장에 대한 근거를 깊이 설명하기보다는 일화를 통해 부드럽게 연결한다. 린든 존슨, 닉슨과 같은 미국 정치인에 대한 예가 많은데 개인적인 일화에 대한 것이고 재밌는 일화라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책에서 인상 깊게 본 부분은 두 부분이었다. 하나는 공감 능력에 대해 설명하면서 탐험 도중 위기를 맞이한 탐험대의 모두를 배려한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에 대한 것이었다. 섀클턴은 자신이 가진 탁월한 공감 능력을 바탕으로 지치기 쉬운 사람들을 배려해서 극지에서 생존을 도모했다. S는 극지 탐험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배려의 근본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저자는 공감 능력이 필요에 따라 개발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봤기에 나에게도 희망은 있어 보였다.

다른 한 부분은 '근시안의 법칙'에 대한 것이었다. 책은 과거 영국을 휩쓴 버블인 '사우스시 사건'을 소개하면서, 매우 중요한 문제가 있는데도 사람들이 이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버블에 휩쓸리는 과정을 추적한다. 이야기를 설명하면서, 저자는 원래 인간은 현재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알아두어야 할 것은 인간은 현재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그게 바로 우리 본성의 동물적 부분이다. 우리는 내가 보고 듣는 것, 어느 사건 중에서도 가장 극적인 장면에 가장 빨리 반응한다. 그러나 우리는 단순히 현재에 묶여 있는 동물이 아니다. -255P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돈을 버는 것을 보면서 광기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인간 본성을 거슬러서 코앞에 쏟아지는 사건들로부터 눈을 떼고 시선을 멀리 두도록 훈련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였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접근하기 쉬운 위험한 투자를 피하기 위해 새겨두어야 할 말이었다.

내가 느끼기에, 이 책은 궁극적으로 겸손하게 살 것을 제안한다. 인간 본성을 이해한 끝에 내가 남보다 우월할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런 나를 온전하게 받아들일 것을 권한다. 누구도 완벽하지 않으며, 나도 그렇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 본성의 법칙을 이해해서 출세하고 보라는 결론이 아닌, 더 겸손해지고, 더 타인을 공감하는 사람이 되라는 저자의 말은 이 책이 날선 칼이 아닌 돋보기안경 같은 존재로 남게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우람하지만 부드러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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