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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민
 박종민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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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르니까 힘자랑이라니 일 년 농사 다 망치겠네
지리산 산신령 잠 깨기 전에
강가에 가서 물이나 마시게
하동들판에서 싸움이 웬 말인가
- 박종민 디카시 '소싸움'

2018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 제4회 디카시공모전 대상작이다. 이 디카시는 풍자시로도 일품이다. 우선 광대한 영상의 스케일이 압도적이다. 디카시의 효용성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디카시는 주로 스마트폰 디카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순간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언술하고 SNS를 활용하여 영상과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소통하는 것이다.

디카시의 영상을 포착할 때 물론 화소가 더 높은 고급 디지털카메라로 찍을 수 있겠지만 굳이 그럴 것까지 없다. 디카시의 영상은 그 자체를 영상기호로 보기 때문에 꼭 화소가 높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워드 글자가 꼭 고딕체의 진한 글씨체여야 의미가 더 잘 파악되는 것이 아닌 것과 같다.

스마트폰 디카로도 '소싸움' 같은 영상은 얼마든지 포착할 수 있다. 하동들판이 쭉 펼쳐져 있고 들판 가운데서 큰 소 두 마리가 싸우는 형상의 영상이 이 디카시의 키포인트다. 이 영상을 문자로 다 세세하게 묘사하려면 얼마나 많은 언어가 동원되어야 할까. 수많은 언어가 동원된다고 한들 이런 생생한 리얼리티를 드러낼 수가 있겠는가.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순간 발견하면 그걸 즉석에서 손안의 스마트폰 디카로 찍어 가져오는 것이다. 사실 시적 영감이 찾아올 때 많은 시인들은 그걸 메모해 둔다. 그것은 시의 종자이기 때문이다. 그 종자를 가지고 싹을 틔우고 줄기와 잎을 키워서 한 편의 시를 완성하는 것이다.

디카시도 그런 점에서는 문자시의 창작방법과 같으면서도 다르다. 시적 영감을 스마트폰 디카로 찍는 순간 디카시는 절반 아니 80~90% 완성되는 것이다. 위의 디카시 같은 경우도 하동들판에서 싸움질하는 소의 형상으로 포착한 것만으로 디카시의 80% 이상은 완성된 거로 봐야 한다. 시인은 영상을 포착해서 그럼 왜 싸우는가? 배 부르니까 힘자랑하는 것이라는 정도로 기술하면 그만이다.

 하동들판에서 싸움질하는 소의 형상

여기서 풍자가 발생한다. 민초들이 애써 지어 놓은 농사를 망치는 존재는 누구인가. 거대한 힘을 서로 자랑하며 싸우는 존재는 누구인가. 물론 제일 먼저 떠오는 것은 위정자들이 아닌가. 민초들이 애써 지은 농사를 망치는 사람, 즉 민초들을 돌보기는커녕 민초들을 괴롭히는 이들이 예나 지금이나 탐관오리 위정자들이 아닌가. 계속 그짓이면 하늘이 노하여 징벌할 것이니 찬물 먹고 제발 정신차리라고 일갈하는 듯하다.

그렇다고 꼭 부정적으로만 읽을 필요는 없다. 풍년을 예고하는 지리산 자락의 풍성한 하동들판의 풍요로움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풍년가로 읽어도 좋다. 이렇게든 저렇게든 읽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덧붙이는 글 |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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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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