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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 본성의 법칙> 표지.
 <인간 본성의 법칙> 표지.
ⓒ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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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인성론'을 배운 기억이 있을 것이다. '사람이 태어날 때 타고난 성품이 있다는 관점' 말이다. 그중 아주 오랫동안 첨예하게 대립하는 두 관점이 있다면, 성선설과 성악설이 그것들이다. 동양의 대표적 사상가 맹자는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의 마음을 4단이라 하여 각각 인의예지의 근원으로부터 나온다 하였다. 인간의 본성을 선(善)이라고 본 것이다. 서양에는 스토아 학파와 루소 등이 있다. 

이에 동양의 순자는 성악설을 주장했다. 인간의 성품 즉, 본성은 악(惡)하며 선한 것은 후천적이자 인위적이라고 보았다. 맹자가 내면을 성찰하며 잠재되어 있는 선한 본성을 끄집어 내어 유지하면 된다고 본 것에 반해, 순자는 악한 본성 위에 선을 인위적으로 쌓아야 하기에 그에 맞는 행위규범으로써의 예(禮)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서양에는 마키아벨리, 홉스, 쇼펜하우어 등이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성무성악설이 있다. 맹자와 인성론을 두고 의견 교류와 논쟁을 벌였다는 고자가 대표적인데, 그는 인간의 품성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고 하였다. 교육·학습·수행으로 선이든 악이든 어느 품성으로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양에는 로크와 칸트와 듀이 등이 있다. 이중 로크는 '백지설'이라 하여 고자의 '성무성악설'과 일맥상통하는 이론으로 유명하다. 

누구나 아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그래서 철 지난 논쟁이자 쟁점인 인성론. 새삼 새로울 것 없는 인간 본성의 관점들을 불러내온 건, 인간 본성에 관한 책 하나를 소개하기 위함이다. 그 책은 자그마치 '로버트 그린'의 신작 <인간 본성의 법칙>(위즈덤하우스)이다.

로버트 그린이라 하면, 1990년대 <권력의 법칙>으로 현대판 '군주론'이라 평가받고 2000년대 <전쟁의 기술>로 현대판 '손자병법'으로 평가받으며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로 우뚝 선 이가 아닌가. 필자는 두 책 모두 불완전하게나마 접해보았는데, 방대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쉽고 재밌고 알아듣기 쉽게 또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도가 튼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었다. 이 책 또한 그럴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방대함을 자랑하는 인간 본성의 보고

책의 전제는 당연하게도 '인간 본성'이다. 즉, 성무선악설이 아닌 성선설 또는 성악설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고 하겠다. 저자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껴봤을 법한 '내가 대체 뭐에 씌었던 걸까?' 하는 생각의 발로가 되는 행동에 뿌리가 있다고 말한다. 그 행동을 늘 내가 통제하는 건 아니라고, 내면 깊숙한 곳에 위치한 여러 힘의 지배를 받는다고, 그 힘들의 집합을 '인간 본성'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방대한 아이디어와 지식의 보고를 한데 모아 증거에 기초해 인간 본성에 관한 정확하고 유익하게 안내한 안내서와 다름 아니다. 

장장 18 챕터로 나뉘어져 900쪽이 넘는 방대함을 자랑하는 인간 본성의 보고(寶庫)라 할 만한 책 <인간 본성의 법칙>, 각 장은 인간 본성의 한 측면 내지 법칙을 다루며 해당 법칙을 상징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어 법칙에 영향을 받을 때 대처하는 아이디어나 전략이 제시되어 있다. 끝으로 본성을 능동적이고 긍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법칙을 상징하는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이더라도 결국 부정적인 결말로 끝날 수밖에 없다. 이후 이어지는 전략이나 방법 등이 긍정적이어야 하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로버트 그린은 성무선악설 아닌 성선설과 성악설 중 성악설을 지지하는 것일까. 아니면, 책을 기획함에 있어 어쩔 수 없이 성악설을 지지하는 모양새를 취했어야 했을까. 굳이 따진다면, 후한 시대 왕충이 주장한 '성선악혼설' 즉 '인간의 본성은 선과 악이 혼재되어 있다. 교육과 환경에 따라 선이나 악이 우세할 수 있다.'는 주장에 맞닿아 있다고 하겠다. 

아무래도 상관 없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자기계발적 요소가 강한 '인문교양' 서적 또는 인문교양적 측면이 강한 '자기계발' 서적이기 때문이다. 즉,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책이라는 말이다. 방대한 아이디어와 지식의 '증거'에 기초한다고 하지만, 저자의 주관적 해석이 밑바탕 되어 있고 그에 따라 나아갈 방향이 정해져 있는 것이다. 저자는 다분히 인간의 이익을 위해 이 책을 썼다. 

선망의 법칙과 젠더 고정관념의 법칙

저자는 독자로 하여금 이 책을 일종의 교재처럼 생각하며 인간 본성을 공부하는 학생으로 포지셔닝하라고 한다. 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각 잡고 본격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까지는 없지 않나 싶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각 장의 앞부분에 위치한 이야기들만 보아도 충분하고도 남는다.

물론, 이어지는 해석과 아이디어와 전략과 방법까지 모두 섭렵하면 남는 게 훨씬 많을 것이다. 정녕 수없이 다양한 사고(思考)의 발로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야기들을 접하고 스스로 해석하고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보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저자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할 때 비로소 이어서 독서를 하는 게 어떨까 싶다. 

그에 발맞춰 이 서평에서도 18가지 법칙 모두는커녕 지극히 필자 개인적인 경험과 사고와 상통하는 몇 개의 법칙들만 소개하고, 그중에서도 몇 가지는 저자의 해석과 생각과 방법을 내보이겠지만 몇 가지는 필자의 해석과 생각과 방법을 풀어내보겠다.

제5장 선망의 법칙이 눈에 띈다. 코코 샤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수녀원에서 자란 하층민 고야 소녀 샤넬은, 기숙학교에 들어갔다가 에티엔 발상이라는 젊은이의 눈에 띄어 우연히 그의 옷을 입었다. 그녀는 자신의 방식대로 옷을 입기 시작했다. 여자로서의 금기를 깨고 성 역할을 고의적으로 무시하는 방식이었다. 이후 샤넬은 자신이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이 남자들의 자유와 힘이었다는 걸 깨닫고는 계속해 발전시켜 나가 최고의 디자이너에 이르렀다. 

이에 저자는 관점을 뒤집어야 한다고 말한다. 상대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그들의 상상 속에서 뛰놀지 전략을 세우라고 말이다. 샤넬이 바랐던 욕망의 대상은 늘 뭔가 어렴풋하고 손에 잡히지 않고 터부시되는 것들이었는데, 그것이 바로 인간 욕망의 본성이라며 샤넬은 본인이 창조한 대상 속에 바로 그 욕망의 본성을 집어 넣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욕망의 본성 중에서도 '억압'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억압된 판타지를 자극할 때 비로소 '대박'을 칠 수 있다. 사업을 시작하려는 이 또는 마케팅을 업으로 삼고 있는 이가 보면 아주 유용할 듯하다.

제12장 젠더 고정관념의 법칙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15세기 밀라노의 빛나는 스포르차 가문의 일원 카테리나 스포르차 이야기다. 그녀는 여자임에도 어릴 때부터 당대 최고의 교육을 받았다. 또한 외부 세상으로부터는 고립되었지만 어마어마한 자유가 허락되었기에 원하는 방향으로 자신을 개발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세상에 나간 그녀는 충실한 아내이자 아릅다고 패션을 아는 젊은 부인뿐만 아니라 용감한 군인이자 전략가로 이름을 날렸다. 

저자는 그녀가 가진 힘의 원천이 남성성과 여성성을 섞어서 여러 가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그러며 특정한 성 역할에 몰입하는 경직성을 놓아주고 남성성과 여성성 사이의 중간 영역을 탐험해 힘을 가지라고 한다. 성격에서 잃어버리거나 억압해온 단단한 측면 혹은 더 부드러운 측면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그런데, '단단한 측면의 남성성'과 '더 부드러운 측면의 여성성'이라는 전제 자체가 어불성설 아닌가. 이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이 저자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남성=단단함, 여성=부드러움이라는 방정식은 틀렸다. 고로 해당 법칙은 더 이상 들여다볼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밀턴 에릭슨과 마이클 아이즈너, 그리고 로버트 그린

위대한 심리학자 밀턴 에릭슨의 이야기가 바탕이 된 제3장 역할 놀이의 법칙이 와닿는다. 18세의 나이로 소아마비에 걸린 에릭슨, 의사는 그가 금방 죽을 거라는 진단을 내린다. 사흘 후 의식을 되찾지만, 눈동자만 빼고는 입술조차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이후 그는 관찰의 명수가 된다.

그리고 깨닫는다, 인간이 소통하는 두 번째 채널이 있다는 것을. 또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건 표정, 제스처, 자세, 목소리 톤 등을 포함한 비언어적 소통의 어휘들이다. 언어적 소통의 말은 인위적인 것이지만, 비언어적 소통 어휘들은 숨기기 힘든 인간 본성의 단면이다. 

이에 저자는 전략적 관찰자가 되라고 주문한다. 다분히 자기계발적, 그중에서도 '성공학'적이다. 필자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인문학적으로 접근해보고 싶다. 비언어적 소통 어휘를 관찰해 무엇을 해보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 인간 사회가 보다 덜 작위적이게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이다. 원시적일지라도 직접적으로 소통해보고 싶다. 순진무구하고 추상적일지 모르나, 지금 이 시대처럼 소통을 울부짖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진정한 소통에 목말라 있는 만큼 인간 본성의 법칙을 가져와 쓰고 싶은 것이다. 

제11장 과대망상의 법칙으로 들여다본 마이클 아이즈너의 이야기는 재미와 교훈을 두루 선사한다. 아이즈너는 ABC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고속 승진을 했고 파라마운트픽처스로 자리를 옮겨 회장으로서 침체를 겪던 회사를 가장 핫한 제작사로 탈바꿈시켜 놓았다. 10여 년 후 그는 야망을 이뤄줄 타깃으로 월트디즈니컴퍼니를 택했다.

성공을 거듭해온 그는 디즈니사의 CEO 겸 회장으로 임명되었고, 곧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그는 저비용 고퀄리티 공식에 따라 줄줄이 성공작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내 새로운 모험과 더 큰 도전이라는 오래된 마음의 동요가 그를 찾아왔고 독단적 권력욕이라는 망상에 굴복했다. 결국 디즈니사에 들어온 지 20여 년만에 쫓겨나고 만다. 

저자는 아이즈너의 이야기가 우리와 가까울 수 있다고 말한다.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 알지 못하는 사이에 망상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인데, 우리는 자기 자신을 현실보다 약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게 함정이다. 저자는 그 이야기를 '자신감'보다 '자만심' 발로의 시선으로 보았다. 부정적이기 짝이 없는 사례를 가져왔기에 어쩔 수 없지만, 아이즈너를 비롯 수많은 유명 CEO들이 역대급의 수직상승과 수직하강의 롤러코스터를 타왔지 않은가. 그건 비단 CEO뿐만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이야기다. 

그렇다. 과대망상의 법칙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즉 '인간 본성'에 가장 가 닿아 있는 법칙이라 할 만하다. 그러하기에 마이클 아이즈너의 협소한 사례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런 사례와 그에 따른 해석과 전략를 접할 때 이 책의 한계를 적시하는 느낌이다. 방대하지만 그만큼 개략적이기에 아쉬운 것이다. 인간 본성이라는 너무나도 방대하고 깊은 개념을, 책 한 권으로 그것도 어느 하나에 천착하는 게 아니라 모든 걸 다 내보이려 했다는 게 말이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와 같은 작업을 시도하고 완성해냈다는 사실 자체에 박수를 보낸다. 제13장 목표 상실의 법칙을 통해 접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이야기가 로버트 그린의 <인간 본성의 법칙> 작업과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싶다.

킹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우리는 내가 왜 만들어졌는지 이유를 찾아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내 인생의 과업, 나의 소명을 발견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걸 발견하고 나면 온 힘을 다해 내 모든 능력을 쏟아부어 그 일을 해야 합니다." 로버트 그린에게 '내 인생의 과업'이자 '나의 소명'이 바로 <인간 본성의 법칙>이 아니었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인간 본성의 법칙

로버트 그린 (지은이), 이지연 (옮긴이), 위즈덤하우스(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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