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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기계공업고등학교
 춘천기계공업고등학교
ⓒ 춘천기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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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기계공업고등학교(춘천기공, 교장 박근덕) 담벼락에 현수막이 펄럭인다. 7월 31일 최종 발표된 강원도교육청 9급 공무원 공채 전기직 1명, 건축직 2명 모집에 춘천기공 재학생들이 모두 합격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강원도청과 강원도교육청 합격생 배출에 연이은 쾌거로 춘천기공의 교육과정이 주목받고 있다. 춘천기공 김만종 교무부장(건축과)은 매년 학생들이 좋은 일자리를 찾아 정착하는 성과가 정책적 교육과정을 잘 운영하는 덕분이라고 말한다.

"전국 특성화고 정책이나 교육과정 운영시스템은 대동소이합니다. 다만, 우리 학교는 규모가 크다 보니 교원도 많고 기관장의 의지와 교원들의 세대별 특성을 고려한 합리적인 업무분장 덕분이죠. 특색교육과정 프로그램을 대다수 도입했거든요. 그 덕에 학생들에게 기회가 많이 주어지는 거죠. 

우리 학교의 특화교육은 크게 5가지고요. 첫째가 기술직 공무원, 공사기업 취업반 운영입니다. 학기 초 상담을 통해 의지가 있는 학생들을 학과별로 모아서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지도하죠. 두 번째는 독일식 도제학교 프로그램이에요. 기업에서 필요한 인재로 키우려고 2학년이 되면 구인을 원하는 기업과 학생들의 요구를 맞춰 업체를 방문하고 한 달가량 기업체 훈련을 받아요. 졸업과 동시에 그 기업에 취직이 되는데 학생들도 기업도 만족도가 높아요.

세 번째는 전문부사관 양성을 위한 군특성화학급을 두고 매년 50여 명이 양성되고 있죠. 그리고 국제기능올림픽 출전 수상 이력으로 대기업 취업도 꾸준하고 체육특기생들을 위해 운동선수도 육성하고 있어요. 이런 프로그램을 모두 도입하는 학교는 드물죠. 특성화고의 장점을 잘 살리고 있는 것 같아 보람됩니다."

 
 김만종 교무부장(건축과)
 김만종 교무부장(건축과)
ⓒ 임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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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무부장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창의체험 동아리 '두바퀴로 친친'(두바퀴로 친한친구)도 운영 중이다. 자전거로 춘천 주변을 월 5~6회 달린다고 한다. 10여 명의 제자들과 부산에서 춘천까지 4박 5일 국토 종주를 기획 중인 그는 지난주 11일간 몽골 목초지 라이딩 후기도 온라인으로 공유하며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다.

"특성화고 학생들 특징이 중학 시절까지 경쟁에 내몰렸다가 패배감을 경험하고, 진로나 진학의 의지가 크지 않아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입학하는 경우가 대다수고 학력이 낮은 것도 사실이죠. 3년의 교육과정에 충실히 따라오면 취업에 성공하고 직장 적응도도 높은 것 같아요. 교육부에서 국가직 지역인재 9급 고졸 채용을 확대하니 고졸 인재의 공직 진입 기회가 넓어져 반갑죠."

"성적만 가지고 고민 말고 주어진 상황에 최선 다하라"

정부는 지난 1월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 대책을 발표했다. 9급 공개경쟁임용과 별도로 특성화고·마이스터고 등 직업계고 졸업자나 전문대학생 선발 비중을 30%로 확대하여 2022년까지 국가직, 지방직 9급 고졸 채용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도 지난 25일 2019년도 제1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고졸 취업 활성화방안'을 발표하며 "양질의 고졸 일자리 확대를 바탕으로 학력·학벌중심에서 능력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며 학생들이 선택한 진로에 대해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춘천기공은 이런 정책 기류를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2019년 9급 공채에 합격하여 인제군청 안전건설과 토목계에 근무 중인 춘천기공 졸업생 박상덕(22)씨도 이 기회를 잘 활용한 이들 가운데 한 명이다.

"지금 직장 생활에 아주 만족하고 있어요. 인문고에 진학할 수 있었지만 가정형편도 별로 안 좋은데 굳이 대학에 가서까지 배우지 않아도, 우리 학교에서 배우는 걸로 충분했어요. 선생님들께서 수시로 조언이나 충고를 해주셨고, 특별반도 있었고, 좋은 선택을 이끌어 주셨어요, 기업 현장실습이 제 업무의 전문성을 키우는데 도움이 컸어요. 특성화고 진학을 잘한 것 같아요.

업무 자체에 굳이 고학력이 필요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근무하는데 고졸, 대졸 학력 차별도 없어요. 성적만 가지고 고민하지 말고 자기에게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라고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제 선택에 정말 만족하거든요."(웃음)

 
 강원도교육청 9급 공채 전기직 1명 모집에 합격한 손지성(전기과)군
 강원도교육청 9급 공채 전기직 1명 모집에 합격한 손지성(전기과)군
ⓒ 임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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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강원도교육청 9급 공채 전기직에 최종 합격한 춘천기공 손지성(전기과 3년)군을 교무실에서 만났다. 현수막의 주인공이었다.

"중학교 때 인문고 갈 정도는 됐어요. 근데 공부가 좋은 것도 아닌데 애매하게 공부할 거면 확실히 취직을 하자 생각했어요. 그래서 특성화고를 선택했어요. 친구 형이 기계공고를 졸업하고 직장을 잘 잡아가는 걸 보고 입학 전에 우리 학교를 알아봤어요. 제가 하고 싶은 분야가 있어서 입학을 결정했었죠.

공기업이나 공무원이 대학 졸업하고 시험을 보는 것보다 좀 쉬울 것 같았어요. 기간도 짧아서 좋은 거 같아요. 자기 취향이랑 맞는 분야가 있으면 잘 골라서 특성화고를 지원하면 후회는 없을 것 같아요. 늘 격려해주시고 열심히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들도 계시고... 선생님들께 감사드려요"


"대학은 필요해지면 그때 가서 생각해 볼 것"

'대학 진학에 미련은 없느냐?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뜨끔한 현답이 돌아온다.

"대학은 직장생활을 하다가 필요해지면 그때 가서 생각해 볼 거구요. 지금은 대학에 가야 할 이유가 없어요. 자격증은 따고 싶어요. 제 전공 분야 전문성을 위해서 기술사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어렵겠지만... 제가 하는 일을 누가 물어도 자세히 잘 설명하고 싶어요. 제 꿈이 직장에서 일 잘하는 직원으로 인정받는 거라서요."

근사한 포부나 꿈을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손군의 담백한 계획은 세상을 향해 조용한 되물음을 준다. 뜬금없는 대학 졸업장이 왜 필요하냐고. 필요해지면, 자기 일에 전문적 지식을 갖고 싶어서, 진학도 자격증도 고려하겠다는 대답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이고 명확하며 솔직한 이유다.

시야를 넓히겠다며 막연한 스펙을 위해 언어연수를 떠나는 많은 대학생들에게 자신의 필요와 욕구 파악이 먼저라고 말하는 것 같다. 손군이 특별한 성공사례가 아니어야 한다. 믿음직한 교육체계에서 충실히 공부하면 조금이나마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정의로운 인재로 성장하고, 배움의 기회와 과정, 결과를 공평히 받아 저마다가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이기 위한 충분조건이다.

손군의 담임인 안진희 교사(전기교과)는 올해 3학년을 두 번째 맡았다. 손군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제자 1호라며 활짝 웃는다.

"저희 반에 두 명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구요 2학년 때까지 전공과 물리 시험 준비를 지도했어요. 가산점을 얻게 하려고 자격증 관리에도 신경을 썼죠. 지성이는 그리 튀지도 않지만 학교 행사는 적극 참여해요. 친구 관계에서도 명랑해요. 근데 자기관리가 철저한 편이라 본인이 정한 학업의 양은 반드시 지키더라고요. 1년 동안 공부하는 모습을 가장 많이 본 것 같아요."

특성화고는 취지에 걸맞게 직업 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 사회는 고졸자와 대졸자가 학벌만큼이 아니라 능력만큼 객관적으로 임금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라 학력 격차가 벌어지고 이런 학력 격차가 소득 격차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고,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청춘이 무너지는 아픔을 멈추게 할 필요조건이다. 고졸 청년들은 거창한 목표보단 작지만 확실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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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강원도 춘천에 거주하고 있으며 지역주간 신문 '춘천사람들'에서 시민기자로 3년활동했습니다. 춘천의 진솔한 소식 전해드리고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