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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추석 열차승차권 에매일이었던 2018년 8월 28일, 서울역에서 고향으로 가는 승차권을 구입하려는 시민이 승차권 예매 안내문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해 추석 열차승차권 에매일이었던 2018년 8월 28일, 서울역에서 고향으로 가는 승차권을 구입하려는 시민이 승차권 예매 안내문을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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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으로는 허리를, 한 손으로는 좌석 손잡이를 잡고 선 노인들이 눈에 띈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기차 안, 어느 순간부터 기차를 탈 때마다 유독 서서 가는 노인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유독 높은 확률로 서서 가는 노인들. 뭐가 문제일까. 왜 이들은 표를 구하지 못할까. 내가 기차표를 사는 과정을 떠올려본다.

나는 일단 기차 예매 시간을 정하지 않은 채 집을 나선다. 출발하면서 앱으로 기차표를 예매한다. 주말에는 대체로 오전부터 오후 표가 매진된다. 그래도 개의치 않는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스마트폰과 앱이 있으니까. 표가 없으면 기차 타러 가는 길 내내 새로고침을 누르면서, 자리가 나면 수강신청 하듯이 미친 듯이 터치를 한다.

결제를 끝낸 뒤 밀려오는 것은 인기 과목 수강 신청에 성공했을 때의 기쁨과 같은 것이다. "앗싸!" 낮게 외치며 기차역에 도착한다. 물 밑에서 미친듯이 물질을 하지만 물 위에서는 한없이 평온해 보이는 백조처럼, 이 모든 치열한 과정은 손끝에서 일어난다. 나는 유유히 기차역에 입성, 평온한 마음으로 기차에 오른다. 

내가 기차표를 예매하는 과정을 떠올리니 기차표를 구매하는 창구에 왜 유독 노인들이 줄지어 서 있는지를 알 것 같다. 입석을 면하려면 최소한 몇 시간 전에 예매해야 하는데, 나는 주로 인터넷 웹페이지 혹은 앱을 이용하지만, 스마트폰이나 앱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노인들이 티켓을 예매할 방법은 현장방문 뿐이다.

나는 출발 3분 전에 티켓을 사는데, 그들은 출발 3시간 전부터 기차역에 와야 티켓을 살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에는 내가 본 노인들처럼 목적지까지 서서 가야만 하는 것이다. 편리를 제공하는 세상에서 노인들은 그렇게 배제된다.

나는 할머니 김복남씨와 산다. 김복남씨에게는 인터넷이 안되는 2G 휴대폰이 있다. 전화와 문자가 주된 기능이고, 가끔 카메라 기능을 사용한다. 전화와 문자가 주된 기능이기는 하지만 복남씨는 전화를 주로 사용한다.

문자는 몇 번 사용법을 가르쳐 드렸으나 글자를 손으로 써내던 복남에게 자판의 조합으로 글자를 만드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개념이었다. 다른 집의 또 다른 할매 할배, 수많은 복남씨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휴대폰이 없거나, 있어도 전화와 문자만 지원되는 2G 폰일 것이다. 그들에게는 문자를 쓰는 것도 넘어야 할 산이다. 

앱을 통해 기차표를 예매하는 일이 편리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편한 대신 노인들이 티켓을 살 확률이 낮아진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영업시간을 공지하는 식당이 늘어난다. 노인들이 못 가는/가더라도 헛걸음하는 식당이 늘어난다. 앱을 통해 택시를 잡는다. 내가 택시에 앉아 있을 때 길가에는 한참 전에 나와 여전히 택시를 잡고 있는 노인들이 서 있다. 그렇게 스마트폰 앱으로 식당을 예약하고, 미용실을 예약하고, 택시를 타고, 기차를 타는 세계에서 그들은 없는 존재가 된다.

삶이 편리해질수록 노인들은 배제된다. 나의 할머니 복남씨를 비롯한 세상의 수많은 복남씨는 기존의 방식으로 살아가지만, 세상은 기존의 방식을 지워간다. 그렇게 노인들은 세상에서 지워지고 있다. 세상은 지금, "노노인존 (No 老人 zone)"이다.

태그:#노인, #소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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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 stargazer@ohm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