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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신곡동의 마을 북카페 '나무'가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설사 지금의 공간이 없어지더라도, 지역 주민들과 함께 땀과 눈물로 일궈왔던 역사만큼은 흔적을 남기고 싶어 마을카페 '나무'의 6년을 기록합니다. [편집자말]
나무 카페에는 여러 개의 주민 모임이 수시로 만들어지고 사라진다. 구성원은 보통 다섯에서 예닐곱. 모이는 사람들의 숫자가 많지 않아 '소모임'이라고 부른다. 동아리보다 규모가 작아서 회장, 총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기수별로 모집을 하지도 않는다.

현재까지 나무를 거쳐갔거나 진행 중인 소모임은 열 개 정도. 보통 일주일에 한 번씩 모이고 아이들이 방학하는 한여름과 한겨울에는 쉰다. 소모임을 구성하는 주민들이 주로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기혼여성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참여 주민들 중에는 육아와 돌봄을 혼자 책임지느라 지친 전업주부들뿐 아니라 육아휴직 기간을 이용해서 모임에 나오는 직장 여성들도 있고, 파트 타임으로 일하며 비는 시간을 활용해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아이가 좀 자라면 취업을 하거나 일터로 돌아가면서 나오던 모임을 못 나오게 되는 경우도 많다. 소모임은 이렇게 참여자가 줄거나 재미가 시들해지면 자연스럽게 해산된다. 소모임의 특징 중 하나다.
 
 구성원과 인원은 계속 바뀌지만 가장 장수중인 독서 소모임. 이후 글쓰기 모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구성원과 인원은 계속 바뀌지만 가장 장수중인 독서 소모임. 이후 글쓰기 모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 안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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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특징은 모임에 전문가를 섭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가가 개입하게 되면 자꾸만 전문성을 추구하게 되고, 전문가에게 의존하게 되는 경향이 생긴다. 또한 주민들이 서로의 경험과 재능을 자유롭게 나누고 자율적으로 운영한다는 소모임의 취지에 맞지도 않을 뿐더러 강사비로 인한 비용 부담이 커지고, 문화센터의 프로그램 같은 방식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어서다.
 
 전문 강사에게 10개월간 강습을 받은 뒤에는 다시 자체 연습으로 모임의 방향을 바꾸었던 우쿨렐레 소모임
 전문 강사에게 10개월간 강습을 받은 뒤에는 다시 자체 연습으로 모임의 방향을 바꾸었던 우쿨렐레 소모임
ⓒ 안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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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임 중 전문가가 진행한 경우가 딱 한 번 있었는데 바로 우쿨렐레를 연주하는 모임이었다. 악기는 전문가로부터 기초는 배워야 자율적으로 연습도 할 수 있다는 의견에 모두 동의했기 때문이었다. 그 외 나무에서 해왔던 모든 소모임은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전문가 아니면 어때?

시작은 드로잉 소모임이었다. 한때 만화방 아주머니의 신뢰를 얻으며 불철주야 만화에 빠져 살다가 만화가를 꿈꾸었고, 만화동아리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아이 둘 낳고 서른이 훌쩍 넘어 치른 미대입시에서 1차까지만 합격한 카페지기의 독특한 이력을 살려 시작한 모임이었다.
 
 드로잉 소모임에서 각자 준비해 온 거울을 보며 자화상을 그리던 날. 자신의 얼굴을 가만이 들여다보는 일은 돈을 내고 그려주는 캐리커처나 초상화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준다.
 드로잉 소모임에서 각자 준비해 온 거울을 보며 자화상을 그리던 날. 자신의 얼굴을 가만이 들여다보는 일은 돈을 내고 그려주는 캐리커처나 초상화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준다.
ⓒ 안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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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명이 한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작은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고, 서로의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의 얼굴을 그려보기도 하고 골목길을 그려보기도 하면서 잊고 있던 그리는 재미를 찾았다는 사람, 잘 그리고 싶은 마음과 마음대로 안 되는 손 사이에서 힘들다는 사람, 자꾸 다른 사람의 그림이 더욱 멋져 보인다는 사람 등 반응이 다양했다. 봄에 시작한 드로잉 소모임은 여름방학의 고비를 넘기고 가을로 이어졌지만 겨울방학은 넘기지 못했다.

다음에는 대학 전공을 살려 영어낭독 모임을 꾸렸다. 어린왕자를 한 챕터씩 읽어나가면서 각자 가진 삶에 대한 태도나 철학도 나누어보려는 목적에서 시작했지만, 영어로 읽어나가는 것 자체가 매주 숙제고 고비였다. 하지만 이 모임은 질긴 생명력으로 수년째 조금씩 다른 내용과 방식으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겨울방학 때도 공부하자는 열성회원들 때문에 소모임 최초로 방학에 쉬지 않는 역사를 쓰기도 했다.
 
 2015년에 처음 시작한 영어낭독 소모임. The Little Prince를 매주 한 챕터씩 읽어나갔다.
 2015년에 처음 시작한 영어낭독 소모임. The Little Prince를 매주 한 챕터씩 읽어나갔다.
ⓒ 안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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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먹거리가 풍족했던 소모임을 꼽으라면 단연 '한잔의 낭독' 모임을 꼽을 수 있다. 오전에 하려던 책모임에 사람이 모이지 않자, 직장을 다니던 예전 마을도서관 관장님이 앞장서 저녁 독서 모임을 만들었다. 다들 퇴근 후 만나다보니 배가 고플 때인지라 자연스레 안주를 저녁 삼아 끼니도 해결하고 책도 읽는 일석이조의 모임이었다.

저녁마다 안주를 준비하던 3년간의 모임에서 나무 카페의 대출을 대신할 차입금과 출자금을 턱하니 내어놓은 마을의 큰 손들을 만났고, 새로운 운영위원이 꾸려졌다. 같이 맛있는 것을 먹고, 니체의 말과 아들러의 위로를 나누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작은 모임이 가진 큰 힘이 아닐 수 없다.
 
 자주 책보다 음식에 비중이 가던 저녁 독서 모임 '한잔의 낭독'
 자주 책보다 음식에 비중이 가던 저녁 독서 모임 "한잔의 낭독"
ⓒ 안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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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임 브로커를 자처한 이유

소모임 회원은 공간 이용료로 월 1만 원의 회비를 낸다. 한 명 한 명에게는 큰 금액이 아닐지 몰라도 나무 카페에게는 공간을 지속시키는 든든한 응원이자 소중한 운영 자금이다. 회비를 내는 소모임 회원수가 늘수록 적자의 규모가 줄어들고 함께 이 공간을 책임지는 주인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간 소모임 브로커를 자처하며 여러 개의 소모임을 만든 것도 이러한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카페지기가 소모임의 배후세력이 된 데에는 더 큰 이유가 있다. 소모임은 타인의 경험을 통해 서로 배우고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친밀감을 쌓아가는 방식을 취한다. 그렇다보니 여타의 사회적 관계보다 한결 유연하고 끈끈하다는 강점을 갖는다. 

또한 개인들이 가진 자원들을 공유 공간에서 만나고 나눔으로써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줄 뿐 아니라 지역 공동체성을 회복시키는데 긍정적 역할을 한다. 나무가 지역 주민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끔 추동하는 데에는 소모임 회원들의 도움이 컸다. 

행복은 물질이 아니라 그 사람이 지닌 사회적 관계망에 있다고 한다. 정책과 제도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거시적 접근이라면, 나무의 소모임은 지역 주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가는 미시적 접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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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북카페 나무의 무임금 카페지기로 7년째 활동 중이며 성공회대 사회적경제대학원에서 마을공동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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