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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일본 수출규제 조치 철회 촉구 결의안' 채택이 지난 17일 무산됐다. 외통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규탄하는 취지의 결의안을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자유한국당의 의결 거부 의사로 결의안 채택이 무산된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본회의 일정 합의 등 의결 시점의 적절성을 이유로 들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상황의 긴박성을 고려하여 당장 결의안을 채택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에 대해 이념과 정파를 떠나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대응해야 할 이 시점에 막중한 책임과 권한을 가진 국회가 갈 길을 헤매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일본의 근거 없는 '경제 도발'에는 국내 정책이슈와 다른 전술, 전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길 바라며, 일본의 수출 규제가 얼마나 모순된 행동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서울상인연합회, 한국마트협회 등 중소상인 자영업자 단체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일본제품 판매 중단 확대 기자회견을 열고 붉은 엑스 표를 한 아베 일본 총리의 사진을 들고 있다.
 서울상인연합회, 한국마트협회 등 중소상인 자영업자 단체 회원들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일본제품 판매 중단 확대 기자회견을 열고 붉은 엑스 표를 한 아베 일본 총리의 사진을 들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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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모순 1: 공정한 무역

2019년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이틀간 진행됐다. `오사카 선언`으로 명명된 공동성명에는 자유롭고 공정하며 무차별적인 무역체제의 중요성을 표명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동성명으로 채택했으니 '공정한 무역'에 대해 회담에 참석한 세계 주요 정상이 공감한 것이다. G20 정상회의 주최국인 일본은 두말할 것도 없다.

오사카 선언의 잉크도 마르기 전인 지난 1일, 일본 정부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 세 가지 품목에 대해 한국 수출을 규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오사카 선언에 명시된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과 정면 배치되는 조치다. 일본은 왜 이런 모순적 행동을 하게 됐을까?

일본의 모순 2: 강제 징용 판결

아베 일본 총리는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 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에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판결은 징용·근로정신대 피해자와 유족 등 5명이 일본 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총 5억여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이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일본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의무는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법원은 국가 사이에 청구권협정을 맺었다고 하여 인권침해를 당한 피해자의 개인적 배상청구권까지 바로 소멸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가 간 협정으로도 국민 개인의 청구권을 박탈하지 못 하는 것은 국제법적 상식으로 통용된다.

이런 내용은 양심 있는 일본 법조인의 주장과도 맥을 같이 한다. 2018년 11월 5일, 일본 변호사 등 100여 명이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과 관련한 공동성명을 냈다. 이 성명 또한 "한일청구권 협정에 의한 개인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며 "개인의 배상청구권이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아베 총리의 설명은 오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놀랍게도 이 입장은 2007년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결과 일치한다. 2007년 4월 27일, 일본 최고재판소는 중국이 일본과 전쟁 후 공동성명을 통해 배상청구권을 포기했다고 하여 징용 피해자의 개인적 배상청구권까지 소멸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판결한 적이 있다. 이 판결로 2009년 일본의 니시마쓰 건설은, 일본 공사 현장에서 강제노동을 시켰던 중국인 노무자들에게 47억 원을 배상하기도 했다. 이런 역사적 진실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는가.

일본의 모순 3: 안보 전략 물자

일본의 모순적 행동은 또 있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할 때 이것들이 북한으로 유출돼 핵무기 개발에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이 규제는 일본의 '외국환 및 외국무역법' 48조에 근거하는데, 대량살상 무기와 재래식 무기에 전용될 우려가 있는 안보 전략물자를 무역에서 통제하는 조항이다.

그러나 그런 물자 이동의 증거는 제시하지 못한다. 오히려 일본이 북한에 생화학·핵 전략물자 등을 밀수출한 증거가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일본 안전보장무역정보센터(CISTEC)로부터 입수한 '부정수출사건개요'자료가 있다. 여기서 일본이 지난 1996년부터 2013년까지 30건 이상의 대북 밀수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이 북한에 수출한 전략물자 중에는 핵개발이나 생화학무기에 사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가 포함됐다고 한다.

일본의 주장을 무력화할 근거는 또 있다. 올 5월 23일, 미국의 비영리 연구기관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위험 행상 지수'(Peddling Peril Index)를 발표했다. 세계 200개 국가의 전략물자 무역관리 제도를 평가한 순위에서 우리나라의 전략물자 무역관리 순위는 전체 국가 중 17위, 일본은 36위로 평가됐다. 무려 19단계나 차이가 난다. 이 지수를 처음 작성한 2017년에는 우리나라가 32위, 일본이 29위였다. 일본의 수출관리 수준이 명백하게 후퇴하고 있다.

현재 일본 정부는 자국의 이런 모순을 어떻게 보고 있을지 궁금하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으니 이 물줄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선택은 계속 삐걱거리고, 국제적 망신을 사게 될 것이다. 또 다른 모순은 언제든지 일본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은 일본의 도발은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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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