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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노회찬의원이 안장된 곳. 액자속의 그는 웃고 있었다.
  고 노회찬의원이 안장된 곳. 액자속의 그는 웃고 있었다.
ⓒ 한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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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선생은 영혼이 육신을 떠날 때까지 이땅의 기층민중, 노동자들의 권익보호와 인간다운 삶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 싸웠다.

걸어온 길은 험난했고 가야할 길 역시 멀고 험했다. 그런데 무거운 짐을 남긴 채 홀연히 떠났다. 영혼이 너무 맑았기에 '불법정치자금 수수'를 양심상 더 이상 버텨내기 어려웠을 터이다.

그가 한국이 아닌 유럽에서 태어났으면 프랑스 사회주의통합의 지도자 장 조레스(1859~1914)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노동운동ㆍ신문발행ㆍ하원의원ㆍ낙선ㆍ재선 등 정적에 의해 암살당한 일 말고는 닮은 대목이 적지 않았다.
  
 2007년 3월 25일, 한미FTA 협상 중단을 촉구하는 민주노동당 당원 총궐기대회 당시 노회찬 의원의 모습.
 2007년 3월 25일, 한미FTA 협상 중단을 촉구하는 민주노동당 당원 총궐기대회 당시 노회찬 의원의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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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레스를 떠올린 것은 장례식의 추도사 한 대목 때문이다.

"그의 지성적 행동이 우리를 태어나게 했다. 나라 곳곳에 사회개혁의 프로그램을 분출시킨 대토론들에서 그의 지성은 우리의 행동을 빛나는 말로 옮겨 놓았다. 우리는 그와 언제나 공감하고 하나였다!"(주석 2)

사람은 죽은 뒤에 어떤 평가를 받는가에 따라, 그가 어떻게 살았는가, 삶의 가치와 행적이 평가된다. 세속적으로 출세를 했지만 관뚜껑을 닫는 순간 망각되는 인물이 있는가 하면, 보잘 것 없이 살았어도 사후에 추모받고 기억하고 기록되는 경우도 있다. 당대가 정당한 평가를 놓치면 후대가, 나아가서는 역사가 그런 역할을 한다.
  
 2010년 6월 1일, 노회찬 진보신당 서울시장 후보. 서울 명동입구에서 마지막 선거유세를 하며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율동을 하며 하트를 만들고 있는 모습.
 2010년 6월 1일, 노회찬 진보신당 서울시장 후보. 서울 명동입구에서 마지막 선거유세를 하며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율동을 하며 하트를 만들고 있는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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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선생이 추구했던 가치와 과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좁게는 정의당, 넓게는 국가적인 과제이고 가치관이다. 그가 선구적으로 제기하고 추구했던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 만들기의 과제는 <노회찬재단>에서 추진하고 있다.

주요 사업은 '노회찬 정치학교 개설',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 비전만들기', '노회찬상 제정' 등이 꼽힌다. 노동자의 권익과 사민주의에 대한 연구사업 등이 추가됐으면 싶다.
  
국회 청소노동자 손에 들려진 특별한 장미 한 송이 3.8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국회 청소노동자들에게 장미꽃 한 송이를 전달하고 있다. 장미꽃은 여성의 참정권과 선거권으로 대표되는 정치적 평등을 의미한다. 국회 청소노동자 노동조합 안전교육이 있던 이날 교육이 끝나는 시간에  맟춰 윤 원내대표는 노동자 전원에게 장미꽃 한 송이를 선물했다. 이는 생전 노회찬 의원이 해마다 세계 여성의 날이면 장미꽃과 엽서를 국회 청소노동자를 포함해 국회 출입 여성기자 등에게 선물했던 장미꽃 한 송이기도 하다. 윤 원내대표는 "노회찬 의원이 아니지만 노 의원이 선물했던 그 마음 그대로 장미 한 송이를 드린다"고 인사했다.
▲ 국회 청소노동자 손에 들려진 특별한 장미 한 송이 3.8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국회 청소노동자들에게 장미꽃 한 송이를 전달하고 있다. 장미꽃은 여성의 참정권과 선거권으로 대표되는 정치적 평등을 의미한다. 국회 청소노동자 노동조합 안전교육이 있던 이날 교육이 끝나는 시간에 맟춰 윤 원내대표는 노동자 전원에게 장미꽃 한 송이를 선물했다. 이는 생전 노회찬 의원이 해마다 세계 여성의 날이면 장미꽃과 엽서를 국회 청소노동자를 포함해 국회 출입 여성기자 등에게 선물했던 장미꽃 한 송이기도 하다. 윤 원내대표는 "노회찬 의원이 아니지만 노 의원이 선물했던 그 마음 그대로 장미 한 송이를 드린다"고 인사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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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노회찬 선생이 생애를 두고 추구했던 과제는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하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동안 경제발전의 명예는 박정희가 독점하고, 그 과실은 재벌과 소수 특권층이 차지하고, 절대다수의 노동자ㆍ농민ㆍ도시서민들은 여전히 힘든 생존을 영위하며 생활에 허덕인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겨우 2.87% 인상에 그쳤다.

지하에 계신 노회찬 선생의 심기가 편치 않을 것 같다. 베르톨트 브레이트의 「독서하는 노동자의 의문」이다.

성문이 일곱 개인 테베를 누가 건설했던가?
책에는 왕들의 이름만 나와있다.
왕들이 바윗덩어리들을 끌어왔던가?
그리고 몇 차례나 파괴되었던 바빌론 -
누가 그처럼 여러 번 그것을 건설했던가?
건축노동자들은
황금으로 빛나는 리마의 어떤 집들에서 살았던가?
만리장성이 완공된 날 저녁
벽돌공들은 어디로 갔던가?
위대한 로마는 개선문들로 넘치는데,
누가 그것들을 세웠던가?
흔히들 칭송한 비잔틴에는
그 주민들을 위한 궁전들만 있던가?
전설적인 아틀란티스에서도
바다가 그 땅을 삼켜 버린 날 밤에도
물에 빠져 죽어가는 자들은
그들의 노예를 찾으며 울부짖었다.

젋은 알렉산더는 인도를 정복했다.
그 혼자서?
시저는 갈리아를 쳤다.
적어도 옆에 취사병 한 명은 데리고 있지 않았던가?
스페인의 필립왕은
자신의 함대가 침몰당하자 울었다.
그 밖에는 아무도 울지 않았던가?
 프리드리히 2세는 7년 전쟁에서 이겼다.
 그 이외에 누가 승리했던가?
 한 페이지마다 승리가 하나씩 나온다.
 누가 승리의 향연을 위해 요리를 만들었던가?
 십 년마다 한 명씩 위인이 나온다.      
 누가 그 비용을 대 주었던가.
 그처럼 많은 이야기들.
 그만큼 많은 의문들.(주석 3)

 
 2010년 촬영한 '노회찬의 요리교실' 중 한 장면. 노 의원의 앞치마는 평범하면서도 화려했다.
 2010년 촬영한 "노회찬의 요리교실" 중 한 장면. 노 의원의 앞치마는 평범하면서도 화려했다.
ⓒ 말의힘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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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선생은 운명의 날 오전에 국회에서 열릴 상무회의에 참석하여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사태와 KTX 승무원들 관련 고견을 전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발표하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결국 유고가 된 「부치지 못한 편지」를 소개한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 사업장에서 백혈병 및 각종 질환에 걸린 노동자들에 대한 조정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10년이 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이 사안을 사회적으로 공감시키고 그 해결을 앞장서서 이끌어 온 단체인 반올림과 수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KTX 승무원들 역시 10여 년의 복직 투쟁을 마감하고 180여 명이 코레일 사원으로 입사하게 됐습니다. 입사 후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말만 믿고 일해 왔는데 자회사로 옮기라는 지시를 듣고 싸움을 시작한 지 12년 만입니다. 오랜 기간 투쟁해 온 KTX 승무원 노동자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두 사안 모두 앞으로 최종 합의 및 입사 등의 절차가 남아 있지만 잘 마무리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봐도 산재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안을 10여 년이나 끌게 만들고, 상시적으로 필요한 안전 업무를 외주화하겠다는 공기업의 태도가 12년 동안이나 용인된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주석 4)

 
 황상기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대표 등이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황상기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대표 등이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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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선생은 '품격있는 시민'이었다. 조선조 선비형의 품격이나 서양식 젠틀맨형이 아닌 선비와 신사의 융합된 품격이다. 냉철한 사고, 날카로운 통찰력, 설득력 있는 논리와 유머 능력을 갖추고, 양복 두벌과 낡은 구두 한 켤레 그리고 비좁은 전셋집에 살면서도 여유와 품격을 잃지 않았던 사람이다. 고인은 그 시대에 자신이 해야 할 합당한 사명을 알았고, 여기에 최선을 다했던 인물이다.

초지일관의 신념과 행동이 존경의 대상이 되었고, 그의 말이 울림이나 유창함 때문이 아니라 거기에 담긴 확신 때문에 사람들이 그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인간적 포용력과 그릇이 컸다. 공지영 작가의 말을 인용하면서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KTX 해고승무원인 김승하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장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를 찾아 심상정 대표와 인사를 나눈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KTX 해고승무원인 김승하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장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를 찾아 심상정 대표와 인사를 나눈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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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는 「진정한 좌파의 품위를 보여주도록」의 서두이다.

한때 그의 얼굴만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때가 있었다. 어떤 연재 소설보다 흥미롭고 유쾌했다.

이렇게 똑똑하고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이 이렇게 올바른 말을 할까 싶어서 그의 입술에서 터져 나오는 다음 말을 기다리는 재미에 그가 나오는 모든 장면들을 놓치지 않고 보고는 했었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말이 아니라, 허례와 가식과 입에 발린 말일랑 다 치우고 꼭 해야 할 말을 꼭 해야 할  타임에서 그것도 그렇게 속 시원하게 하는 그 통쾌함이라니! (주석 5)


그동안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주석
2> 막스 길로 지음, 노경래 옮김, 『장 조레스 그의 삶』, 뒷 표지, 당대, 2009.
3> 마리안네 케스팅 지음, 홍승용 옮김, 『브레히트 평전, 삶과 문학』, 123~224쪽, 한마당, 1992.
4> 『노회찬, 함께 꾸는 꿈』, 340~341쪽.
5> 『정운영의 책』, 202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진보의 아이콘' 노회찬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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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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