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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가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는 단어가 있다. 소위 인기 많은 부류의 사람을 칭하는 '인싸'와 그렇지 못한 쪽을 부르는 '아싸'다.

물론 집단 전체가 소수를 따돌리는 '왕따' 문화와 달리, 인싸와 아싸는 주류-비주류 문화를 트렌디한 단어로 재해석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인싸와 아싸 사이에 폭력이나 따돌림은 없지만, 아싸의 삶은 인싸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비교받기 십상이다.

책 <편의점 인간>은 인싸들 틈에서 아싸가 살아남는 방법을 제시한다.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저자 사야카 무리타의 삶 자체를 압축적으로 담아냈다. 일본에서 권위있는 문학상인 아쿠타기와상을 수상하는 당일에도 편의점 알바를 하고 온 저자는, 그녀의 삶을 주인공인 후루쿠라에 빗대어 전격적인 비주류의 삶을 서사로 그린다.

주류의 삶은 무엇일까? 대학을 졸업했지만 편의점에서만 20년 일한 독신인 후루쿠라와 달리,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함께 사는 가족이 있어야 주류일까? 소설 <편의점 인간>에서 후루쿠라는 주변인들로부터 원치 않는 직장이나 결혼 등 그녀의 '비주류'적 가치관에는 없는 것을 알게 모르게 강요 받는다. 

실제로 사회엔 이러한 '인싸'적 품위를 유지할 것을 부추기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광고는 "사지 않으면 후회할 인싸템"과 같은 문구로 트렌드를 쫒아가지 못하면 사회에서 뒤쳐질 것만 같은 분위기를 조장한다.
 
 <편의점 인간> 표지
 <편의점 인간> 표지
ⓒ 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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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편의점 인간>에서 후루쿠라 본인은 철저히 비주류로서 살아가려 하지만 다른 평범한 사람들처럼 살라는 주변의 등쌀에 밀리고 만다. 결국 그녀는 스스로를 세상의 '이물질'이라 표현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주변에서 그녀에게 이물질이 된 계기를 물어보면, 거짓 변명으로 상황을 모면하려고 한다. 이에 지친 후루쿠라는 낯선 남자와 위장 결혼을 위시한 동거를 시작하고 편의점을 그만두고 회사에 입사하고자 한다. 

이 점에서 의문이 생긴다. 과연 사람들은 왜 조금은 다른 사람들에게 '보통화'를 요구하는 것인지.

소설 <편의점 인간>에서는 사회를 톱니바퀴로 묘사한다. 그리고 이 사회에 속한 우리를 톱니바퀴가 굴러갈 수 있는 부품으로 묘사한다. 그런데 하나의 톱니바퀴가 완성될 때까지 필요한 부품은 단순히 쇠 혹은 나무 등으로 단편적이지 않다. 망치나 못이 필요할 것이며 톱니바퀴의 모양을 형성하는 틀도 필요한 것이다. 또한 한가지의 톱니바퀴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모양별로, 크기별로 톱니바퀴의 종류도 가지각색일 것이다. 

사람 사는 사회 역시 톱니바퀴처럼 다양하게 그 가치가 넓게 분포돼 있다. 어딘가에는 편의점이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는 직원이 필요할 수 있으며, 또 어딘가에는 가정보다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비혼 신분의 근로자가 필요할 수도 있는 것이다. 바로 소설 <편의점 인간>은 이러한 의문 자체를 해소하고 있다. 편의점 인간 그 자체인 후루쿠라는 지원한 회사로 면접 보러 가는 길에, 미숙하게 운영되는 편의점을 보게 되자 바로 면접장으로 발걸음을 멈추고 바로 그곳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다.

문학상 수상 당일에도 편의점 알바를 하고 온 저자 사야카 무라타는 소설 <편의점 인간>을 통해 사회에 신선한 물음을 제기한다. 과연 남들이 옳다고 믿는 삶이 진정한 답인지.

소설 <편의점 인간>에서 면접장 대신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향하는 후루쿠라를 보고 그녀의 동거남은 후루쿠라를 괴물이라고 외치며 혀를 내두른다. 하지만 후루쿠라는 타의로 가게 되는 면접장에서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편의점에서 일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며 다시 한번 자신이 사회에서 필요한 부품임을 깨닫게 된다. 

사회라는 톱니바퀴에서 자신의 위치는 내가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라는 주제를 내제하는 소설 <편의점 인간>. 과연 우리 사회는 우리 주변의 수많은 '편의점 인간'들에게 '인싸'적 가치를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그 과정에서 '아싸'로 분류된 사람들을 괴물이라 지칭하며 무시하지 않았는지, 책은 독자들에게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진다. 

편의점 인간 (저자서문 미수록)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살림(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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