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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세기의 번개팅'으로 불리는 남북미 정상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사실, 이에 앞서 오사카 G20 정상회의 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몇몇 전문가는 남북미의 만남을 예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물론 백악관도 관련 사실을 부인해 만남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에게 만남을 제안한 것.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122일 만이다. 판문점에서 만나더라도 '악수를 하고, 안부를 묻는 수준이지 않을까' 했는데 북미는 53분 동안 대화했다. 전문가는 이 만남을 어떻게 봤을까. 지난 3일 동국대에서 김용현 북한학과 교수를 만났다. 다음은 김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김정은과 북한 땅 밟은 트럼프, 그 자체로 세기적 사건"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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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났습니다. 악수에서 배웅까지 1시간 20분 남짓 걸렸는데 이 과정 어떻게 보셨어요.
"분단 체제를 완전히 극복하고 한반도 평화 체제로 들어가는 문을 전 세계인이 직접 본 거예요. 북미 지도자가 걸어서 북측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넘어와 자유의 집에서 회담한 건 66년의 정전 체제를 완전히 해체하고, 새로운 종전선언이 실질적으로 이뤄진 것이었죠. 두 지도자가 그동안 상호 간의 불신을 걷어내고 새롭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키는 사건이었습니다. 미국인에게 금단의 땅으로 불린 북한에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당당히 함께 들어갔다 나온 그 자체가 세기적 사건이었죠."

- 전쟁은 이제 끝난 건가요?
"전쟁이 완전히 끝났다기보다는 미국과 북한이 한국전쟁으로 만들어진 정전 체제를 해체하고 새로운 평화체제로 들어섰다는 의미입니다. 때문에 다시는 북미 간 전쟁을 안 하겠다고 다짐하는 자리이기도 했죠. 물론 비핵화 문제는 여전히 실무 협상을 통해 나아가야 하지만, 크게 보면 북한과 미국이 상호 간 적대성을 버리고 협력, 공생 미래로 향해 간 날이었다고 봐야겠죠."

- 북미 정상의 만남, 어느 정도 예상하셨나요?
"오래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오사카에 갔다가 서울에 오게 된다면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중간에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과 만날 계획이 없다고 하고, 북미 간 실무 접촉이 이뤄지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물 건너갔다고 봤어요. DMZ를 가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의지를 밝히는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토요일(6월 29일) 아침부터 트윗이 작동하면서 아주 빠른 속도로 일이 진행됐잖아요. 제가 볼 땐 양 정상 스타일이 (갑작스러운 만남을 가능하게 한 거죠). 트럼프 대통령은 실질적으로 무언가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있다면 형식과 절차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본 거고, 이는 김정은 위원장도 마찬가지죠. 승부사 같은 기질이 있는 거죠. 문재인 대통령도 두 사람 사이에서 굉장히 긴밀하게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했어요. 이를 통해 본인은 드러내지 않고 두 사람을 계속 드러내면서도, 빠른 회담 만들어내는 능력(을 보였습니다). 즉 남북미 세 사람이기에 1박 2일 준비만으로 정상회담이 이뤄진 거죠."

- 표면적으로 보면 트럼프 대령이 6월 29일 오전 날린 트윗으로 만남이 성사된 거 같아요. 그런데 '정상의 만남이 하루 만에 이루어진다는 게 가능할까' 하는 의문도 있어요.
"트럼프 김정은의 만남이 한순간에 성사된 건 아니에요. 압축적인 과정을 가능하게 한 요인은 분명히 있었어요. 트럼프 대통령도 급했죠. 어차피 이번에 한반도 비핵화 평화 프로세스 성과가 나오려면 올 9~10월까지 무언가 진행돼야 해요. 그러려면 트럼프 대통령은 6월을 놓칠 수 없죠. 미국 내 선거를 위해서도 한반도에서 성과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작용한 거죠.

김정은 위원장 역시 트럼프 대통령 1기 임기 내에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재선을 장담할 수 없어서 그 안에 성과 거둬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과감하게 트럼프 대통령 제안에 상상력을 발휘하며 'OK' 했던 거죠. 문재인 대통령 역시 중재자 역할을 꾸준히 준비해왔기 때문에 그런 요소가 작동한 겁니다."

- 북미 간 서신이 오고 갔는데 그것도 영향을 줬을까요?
"그것도 영향 줬다고 봐요. 저는 이번 판문점에서의 회동을 '3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말할 수 있다고 봐요. 북미 지도자에 대한 서로의 존중이 있었기 때문에 그게 가능했던 거예요. 서신이 오가는 순간부터 회담 카운트 다운이 됐다고 봐야죠."

"9월 워싱턴 회담에, 김정은 유엔연설까지 하면 더 좋을 것"

- 하노이 이후 냉각기가 오래갈 거란 전망이 많았습니다. 두 정상의 만남은 늦은 건가요, 빠른 건가요?
"제가 볼 땐 늦지 않았다고 봅니다. 저는 북미 간의 비핵화 평화 체제 로드맵을 만들고, 빅딜과 스몰딜의 중간 접점을 찾는 작업이 10월 정도까지 끝나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게 본다면 6월 말이 아주 늦은 건 아니에요. 그렇다고 빨리 된 건 아니고요. 제가 볼 땐 7, 8월에 실무회담을 하고 8월이나 9월 초, 중순 정도 남북 정상회담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또, 북미 정상회담은 8월 하순 9월이 바람직한 순서 같아요."

- 그런 남북이 먼저 만나는 게 낫다고 보세요?
"사실 이젠 선후 문제가 별로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번 남북 정상회담 목표는 북미 정상회담을 끌어내려는 것이었잖아요. 저는 이번 3차 북미 정상회담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제4차 남북 정상회담과 3차 북미 정상회담이 한꺼번에 이루어졌다는 것이라고 봐요. 왜냐하면 북미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남북 정상회담이 필요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북미 정상회담을 했고, 남북미가 같이 만났어요. 물론 북미가 회담했지만, 내용상 남북 정상회담을 한 거나 마찬가지죠. 그렇게 되면 2~3주 내에 시작되는 실무회담에서 성과가 나와야죠.

비건과 최선희의 논의가 핵심일 텐데요. 거기에서 성과가 나온다면 그 성과를 바탕으로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지고, 북미 정상회담을 해도 좋고, 북미 정상회담으로 바로 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실무회담 성과가 나온다면 북미 정상회담, 남북 정상회담, 그다음 단계로 남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종전 선언을 하고 평화체제로 진입을 시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났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통신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으로, 군사분계선(MDL)을 사이에 두고 북미 정상이 손을 맞잡은 모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났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통신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으로, 군사분계선(MDL)을 사이에 두고 북미 정상이 손을 맞잡은 모습.
ⓒ 조선중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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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했잖아요.
"트럼프 대통령 초청에 김정은 위원장이 즉답을 안 했다곤 하지만 실무회담을 보고 답하겠죠. 저는 실무회담에서 성과가 나온다면 김 위원장의 워싱턴 방문은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게 가능하다면 9월 워싱턴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하면 좋겠죠.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 끝난 뒤에 뉴욕 유엔 총회에서 연설을 하면 더욱더 좋죠."

- 판문점 가기 전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가 판문점에서 악수만 해도 의미 있다고 했어요. 그러나 53분간 회담이 이뤄졌죠. 정말 악수만 할 계획이었던 걸까요, 구체적 시간까진 아니더라도 회담할 계획이 있었을까요?
"저는 그걸 토요일(6월 29일) 이미 합의했을 거라고 봐요. 제가 (당일) YTN 스튜디오에서 보니 우리 자유의 집 쪽에 북한 배지를 단 경호원들이나 통전부, 외무성 사람들의 얼굴이 보이더라고요. 그걸 보는 순간 군사분계선에서 2~3분이 아니라 자유의 집에서 만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53분 얘기 후 나올 때 표정이 밝았어요. 한반도 비핵화 평화 체제와 관련해, 하노이 때 쌓인 서로 간의 앙금을 털어낸 거죠. 하노이 때 김정은 위원장이 불쾌하게 돌아간 게 사실이잖아요. 트럼프 대통령도 국내정치 때문에 그런 측면이 있고요. 하노이 때 앙금을 털어내고 보다 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자고 신뢰를 재확인하면서, 대략 언제까지 실무회담을 마무리 짓고 만나자는 이야기까진 했을 거예요."

- 북미가 만날 때 문재인 대통령은 빠졌잖아요. 물론 판문점 가기 전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조연이 될 거라고 언급하긴 했지만, 이에 대해 여러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빠졌다기보다 문 대통령은 철저히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을 앞에 내세웠어요. 이게 문 대통령의 굉장한 장점이라고 봐요. 그동안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풀어가는 걸 보면 문 대통령 늘 했던 말이 '살얼음판 걷는 기분이다' 그리고 '유리그릇 다루듯 다뤄야 한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같은 것이었어요. 결국 북미가 링 위에서 이야기할 때 문 대통령은 두 사람을 조력하는 조연으로 보이지만, 사실 전 그렇게 보지 않아요. 그게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이죠. 주연 못지 않은 동격의 역할이죠."

- 자유한국당은 한국이 빠졌다고 비판하잖아요.
"제가 볼 때 그건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모습인 거 같아요. 전체적인 판이 어떻게 가는지 중심을 봐야 해요. 그 속에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해내는 것이 중요한지 봐야죠. 우리에게 중요한 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달성하는 거고, 한반도 군사 긴장이 해소되는 거고, 한반도에 평화가 오는 것이죠.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라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 노벨평화상을 20개라도 줘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에게 평화가 5m, 10m라도 올 수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렇게 줘야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로 평화가 올 수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 있죠. 우리 대통령이 중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은 전체적인 판을 제대로 못보고 하는 소리죠.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은 최선이었고, 가장 빛나는 역할이었죠. 문재인 대통령 역할을 긍정적으로 봅니다."

"미국이 북핵 동결 원한다? 목표는 같아, 전체 판 봐야"

- 남북 관계는 북미 관계에 연동된 게 사실이잖아요. 최근에도 북한이 남한을 향해 험한 말을 쏟아냈는데, 판문점 만남을 계기로 태도가 달라질까요?
"그건 판문점 남북미 접촉으로 해소됐다고 봐요. 북한이 남한을 완전히 배제시키려고 그런 게 아니라, 전술적 측면에서 그런 것이었죠. 김 위원장도 이렇게 만날 수 있었던 건 문재인 대통령이 (상황을) 잘 풀어서 그런 거라고 했잖아요. 그 이야기면 끝이죠. 북측이 '남한은 빠지라'고 이야기한 건 현재 진행되는 한반도 평화체제에서 자신들이 판을 주도하겠다는 의도일 겁니다. 그리고 남측을 향해서도 예방접종을 하는 차원일 것이지, 우리가 그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을 필요는 없죠."

-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은 북핵 동결을 원하는 듯합니다.
"전체 비핵화 프로세스 과정에서 일부만 보면 <뉴욕타임스> 같은 얘기를 할 수 있는데 전체 과정을 봐야죠. 전체 한반도 비핵화 평화 프로세스는 포괄적 합의·단계적 해법으로 갈 겁니다. 그 단계를 살라미(이탈리아식 말린 소시지)식으로 쪼개기보다 전체로 봐야죠. 큰 덩어리로 듬성듬성 가는 거잖아요. 결국, 한반도 비핵화 평화 프로세스 전체를 하는 겁니다. 이 과정의 중간만 보면 <뉴욕타임스>처럼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에요. 미국과 우리 뉘앙스 차이는 있지만,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부분에서는 흔들림 없이 일치된 입장이라고 봐야죠."

- 앞으로 관전 포인트 짚어주세요.
"먼저, 실무회담을 누가 끌고 가느냐입니다. 미국은 폼페이오, 비건으로 정해졌잖아요. 폼페이오는 직접 나서지 않을 거예요. 비건 대표는 훌륭해요. 한반도 문제에 대해 진지한 태도이고, 비핵화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려고 하거든요. 북측은 리용호-최선희 라인일 텐데 최선희 부상을 중심으로 할 거예요. 그리고 성과와 관련해서는, 빅딜과 스몰딜의 수렴을 얼마나 해내느냐가 하나의 포인트입니다. 이걸 통해 제4차 북미 정상회담을 8~9월 안에 이뤄낼 수 있느냐는 거죠. 저는 (회담이) 8~9월 안에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남북관계에 어느 정도 제재가 작동하고, 북미 실무회담 진행되는 구조 속에서 얼마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예요. 특히 이산가족 상봉과 대북 식량 지원 문제가 중요한 것 같아요. 이걸 중심으로 가고, 여기서 남북 간 신뢰가 만들어지면 그다음 비핵화 평화 프로세스 실무회담의 성과에 맞춰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관련 문제를 풀어가는 거죠. 또, 남북의 철도 협력이나 교류 협력도 풀어가고요. 남북이 이 과정을 어떻게 창조적으로 해내느냐가 중요한 거 같아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일단 앞서 말씀드린 거처럼 저는 이번 남북미 회담이 상상력을 확대시키는 회담이었다고 봐요. 탑다운 방식의 회담이 급박히 이뤄진 측면이 있지만,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봅니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 남북미가 좀 더 치밀하게 작업을 해나가면서, 최대한 내용을 갖춘 실무회담 성과를 내놓아야 합니다. 그걸 바탕으로 8~9월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고, 그 성과들로 내용을 채워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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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