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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오전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을 받은 전북 전주 상산고등학교 정문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2019.6.21
 21일 오전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을 받은 전북 전주 상산고등학교 정문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2019.6.21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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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형 사립고등학교(이하 '자사고') 재지정평가 결과가 논란입니다. 상산고와 안산동산고가 지정취소 절차에 들어가면서 여러 이야기가 나옵니다.

특히 기준점에 0.39점 모자란 79.61점을 받아 전북교육청이 취소 결정을 내린 상산고를 놓고 말이 많습니다.

첫째는 기준점수가 80점으로 다른 시도보다 10점 많다는 것입니다. '타 지역은 통과, 전북은 79.61점도 탈락'이 대표적인 표현입니다. '0.39점차 탈락'도 함께 거론됩니다. 둘째는 사회통합전형입니다. 상산고는 사회통합전형을 해야 할 법적 의무가 없는데 전북교육청이 무리하게 평가했다는 것입니다.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5년 전에도 기준점수 달라

2010년부터 도입된 자사고는 5년마다 평가를 받습니다. 이번 재지정평가는 5년마다 받는 자사고 평가 중 2번째입니다. 작년부터 내년까지 이어지고 2022년에도 뒤늦게 문을 연 자사고 1개교가 재지정 평가를 받습니다.

지난 1주기 평가는 2014~15년 박근혜 정부 시절에 있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만든 평가를 박근혜 정부가 처음 시행했지요.

당시에도 기준점수는 달랐습니다. 2014년 25교 대상의 평가에서 8개 시도는 60점이었습니다. 서울, 경기, 전북 등 3개 시도는 70점이었습니다. 다른 곳보다 기준 높은 전례가 있는 것입니다.

이건 적법합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교육감이 5년마다 시도의 교육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학교 운영 성과 등을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교육감 소관이고 교육규칙에 따라 진행하면 된다는 뜻입니다. 시도마다 다를 수밖에 없고 달라야 정상입니다. 교육자치 시대에 시도교육청 소관인데 천편일률은 곤란합니다.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2014년 평가에서 한 학교가 67.69점을 받았습니다. 경기교육청은 취소 결정을 했습니다. 기준 60점인 다른 곳이었으면 통과인데, 70점인 경기도에서는 취소였습니다.

당시 박근혜 정부의 교육부는 이걸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평가 외적인 이유로 '부동의' 했지만, 기준 관련해서는 "기준점수 이하를 받았다는 점은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평가결과가 공정하지 못하거나 평가 지표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라고도 했습니다. 2014년 8월 14일의 발표에서 기준이 부당하다는 언급은 없습니다. 적법하고 타당하다는 뜻입니다.

사회통합전형 지표는 '평가로 개선 유도'하는 정책수단
 
자사고평가 2013년 10월 25일 교육부의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 상산고처럼 예전 자립형 사립고도 사회통합전형을 도입하고, 점차 10%까지 확대 권장한다고 발표. 자사고 5년 단위 평가로 유도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 자사고평가 2013년 10월 25일 교육부의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 상산고처럼 예전 자립형 사립고도 사회통합전형을 도입하고, 점차 10%까지 확대 권장한다고 발표. 자사고 5년 단위 평가로 유도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 송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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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산고에 사회통합전형은 법적 의무가 아닙니다. 다른 자사고와 일부 특목고는 20% 이상이나, 상산고처럼 자립형 사립고로 출발한 학교는 아닙니다. 참고로 상산고는 2002년에 자립형 사립고로 지정되었고, 2010년에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되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일각의 지적은 맞습니다. 하지만 법적 의무가 아니어도 평가는 가능하고 적법합니다. 2013년 박근혜 정부는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자사고가 일반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여론에 따라 마련한 자사고 규제안- 편집자 주)을 마련합니다. 처음 시안에서는 해당 시행령 부칙 조항을 삭제해 상산고도 사회통합전형 20% 이상을 하려고 했습니다. 나중에 확정할 때는 '평가로 개선 유도' 방식으로 바꿉니다.

법령 개정은 정책수단입니다. 평가나 재정지원으로 유도하는 방식도 정책수단입니다. 정부는 전자를 모색하다가 후자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2014년의 1주기 평가부터 적용합니다. 사회통합전형을 확대하기 위해 정책수단을 작동합니다. 물론 적법합니다.

사회통합전형 점수, 지표보다 한 단계 높아
 
사회통합전형 전북교육청 사회통합전형 지표의 판단기준과 배점. 이대로 하면 상산고는 '매우 미흡'(D) 0.8점을 받아야 하나, 교육청이 정성평가를 가미하면서 한 단계 위의 '미흡'(C) 1.6점을 받았다.
▲ 사회통합전형 전북교육청 사회통합전형 지표의 판단기준과 배점. 이대로 하면 상산고는 "매우 미흡"(D) 0.8점을 받아야 하나, 교육청이 정성평가를 가미하면서 한 단계 위의 "미흡"(C) 1.6점을 받았다.
ⓒ 송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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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교육청은 교육부 표준안을 활용해 구 자립형 사립고의 경우 사회통합전형 10% 이상을 만점으로 했습니다. 2013년 일반고 강화 방안이 '10%까지 확대 권장'이니 타당합니다. 여기에 대해서 상산고는 그동안 교육청의 권장이나 안내가 없었다고 맞섭니다. 일반고 강화 방안을 교육청을 거쳐 받은 것 같은데, 그리 주장합니다. 이 부분은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재밌는 지점이 있습니다. 상산고는 사회통합전형의 학생 충원율이 매년 3% 이내였습니다. 전북교육청 지표대로 하면 상산고는 사회통합전형에서 '매우 미흡'(0.8점)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교육청은 한 단계 위인 '미흡'(1.6점)을 부여합니다.

이건 정량평가만 하지 않고 정성평가도 병행했다는 뜻입니다. 학교의 상황과 의견을 적절히 반영하여 점수를 준 것이지요. 그러면서 총점도 올라 79.61점이 되었습니다.

총점에는 또한 기본점수 20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번 평가는 최하가 0점이 아닙니다. 지표별로 0.4~1.0점을 받습니다. 예컨대 학생 1인당 교육비가 '매우 미흡'이어도 0.4점입니다. 기본점수에 의한 점수 상승이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상산고는 부당하다고 주장합니다. 사회통합전형에서 점수를 올렸는데도 불합리하다고 항변합니다. 

사회통합에 소극적인 자사고

자사고는 다양화와 특성화가 설립 취지입니다. 그러나 "일부 자사고는 여전히 입시위주의 교육을 실시하는 등 당초 설립 취지와 달리 운영된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특히, 현행 자사고 제도를 유지하는 한 일반고 교육의 정상화와 중학교에서의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이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누구의 말일까요? 박근혜 정부의 교육부입니다. 2013년 8월 14일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시안)> 보도자료입니다.

수 년이 흐른 지금, 문재인 정부는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을까요? 우리는 자사고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상산고는 오랫동안 사회통합전형에 따른 학생 충원율이 3% 이내였습니다. 360명 정원에 11명 이내로 공고하는 식이었습니다. 그래놓고 3%보다 적게 선발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다른 자사고는 20% 이상입니다. 과학고, 외고, 국제고도 20% 이상입니다. 상산고처럼 자립형 사립고로 출발한 하나고도 20%입니다. 일반고와 특성화고 중에서 비율은 적지만 사회통합전형을 실시하는 학교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상산고는 소극적입니다. 법적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교육청 권장이나 안내가 없었다며 적극성을 띠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일반고 강화방안은 외면합니다. 평가로 개선 유도하는 방식에는 부당하다며 맞섭니다.

사회통합전형은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잠재력을 꽃피우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제도입니다. 교육의 기회 균등, 우리 사회의 통합, 대한민국의 역동성을 키우려 도입했습니다. '다양한 아이들과 더불어 살자', '함께 꿈꾸자'는 것이지요. 여기에 상산고는 소극적입니다. 규정 없으면 권장 없으면, 안 하는 학교라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자사고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덧붙이는 글 | 송경원은 정의당 정책위원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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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교육기관에서 잠깐잠깐 일했고 지금은 정의당 정책위원회에 있다. 꼰대 되지 않으려 애쓴다는데, 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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