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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널목 풍경.
 건널목 풍경.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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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목은 사람이나 차량이 지나갈 수 있게 철길 위에 만든 곳이다. 차도와 자가용이 압도적으로 많은 도시 서울에서 열차가 지나다니는 건널목을 마주치면 발걸음이 절로 멈춰진다. 도심 속 섬에 들어온 듯 이채로운 기분이 든다.

고층건물과 차량들로 가득한 서울 용산에도 그런 건널목이 있다. 작은 나무 간판에 적혀있는 건널목 이름이 독특하다. '백빈 건널목'(용산구 이촌로 29길). 조선시대 궁에서 퇴직한 백씨 성을 가진 빈(嬪, 임금의 후궁에게 내리던 정일품 내명부의 품계)이 부근에 살면서 이 길로 행차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건널목.
 건널목.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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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널목
 건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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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행이나 멈춤, 정지가 일상인 공간이다 보니 주변 풍경이 느릿느릿 여유롭다. 도무지 서울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고 어디 멀리 소도시에 온 것만 같다. 건널목 뒤로 높이 솟아있는 빌딩들이 생경하게 보인다. 멀리서 열차가 다가오니 그제야 건널목은 잠시 부산해진다. 빨간색 깃발을 손에 든 역무원 아저씨가 나타나고, 긴 차단봉이 내려오면서 '땡땡땡' 경보음이 들린다. 

다른 경보음과 달리 경고로 들리지 않고, 정겨운데다 마음을 아련하게 하는 작은 종소리 같다. 예전엔 '땡땡' 소리가 훨씬 컸는데 건널목 인근에 사는 주민들을 위해 소리가 작아졌단다. 빨간 띠를 두른 차단봉 안쪽엔 마치 인생의 경구 같은 글자가 새겨져 있다.

'갇혔을 때 돌파 하세요.' 
 
 건널목
 건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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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널목 고양이
 건널목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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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길옆 오막살이 아기 아기 잘도 잔다. 칙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기차소리 요란해도 아기 아기 잘도 잔다 ♪ 옛 동요 <기찻길 옆>에서 보듯 열차가 지나가는 소음 때문에 건널목 주변 집이나 상가는 인기가 없다.

모두 낮은 단층 건물에 골목은 오솔길처럼 좁다. 서울 어디나 흔한 아파트들도 멀찍이 떨어져 서있다. 하지만 동요 속 잠잘 자는 아기처럼 동네 주민들은 평온하게 일상을 살아가고 고양이는 산책을 즐기고 있다.
 
 건널목 풍경
 건널목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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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널목 풍경
 건널목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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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과 화물열차가 오가는 건널목 덕택에 집값이나 임대료가 싸다보니 오래된 방앗간·주점·6천 원짜리 백반식당이 터줏대감처럼 자리하고 있는가하면, 이채로운 사진관까지 들어섰다.  

높다란 아파트와 빌딩 속에 섬처럼 자리한 철길과 건널목, 그 옆에 들어선 작은 가게들, 철로 옆 골목길 따라 서있는 낮은 집들... 영화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간 것만 같아 용산에 갈 적마다 꼭 들르게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sunnyk21.blog.m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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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금속말을 타고 다니는 도시의 유목민. 매일이,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