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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작가회의에서는 '2019 대전방문의 해'를 기념하여 연속기고를 시작합니다. 대전의 볼거리와 즐길거리, 추억담을 독자들과 나누고 대전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대전이라는 도시는 참 독특하다. 대전에 대해서 대전 사람들의 평가와 그 외 지역 사람들의 평가가 많이 다르다. 대전에 대한 대전 외부 사람들의 인식은 '일제강점기에 수탈을 위해 놓인 경부선의 발달로 급속하게 커진 도시' 따라서 '역사가 짧고 문화의 깊이가 없는 도시' '공연장에서 박수가 인색한 도시' '앞에서는 괜찮다고 하면서 뒤에서는 뒤통수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대체로 부정적이다.

그에 비해 대전 사람들과 대전에서 오래 살아 본 사람들의 대전에 대한 평가는 사뭇 다르다.

대전은 자연재해가 없는 도시로 웬만해서는 태풍도 비껴가거니와 수자원이 풍부한 대청호가 있어 아무리 가물어도 단수가 없고 물도 깨끗해서 살기 좋다고 한다. 집값과 물가가 대체로 싼 편으로, 아파트나 주택의 가격을 보고 다른 도시 사람들은 싸다고 놀라고 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집을 사 놓은 사람들은 집값이 오르지 않아서 투덜댄다. 그러다 보니 각박하지가 않다.

공연장에서 박수가 적다는 것도 이제는 옛말이다. 우레와 같은 박수는 기본이고 좋은 연주에는 기립박수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앙코르를 요청해도 연주자가 금방 나오지 않으면 '하기 싫은갑다' 생각하고 끝까지 요청하지 않는다. 그러니 대전에서 공연하는 연주자가 앙코르곡을 준비했다면 청중이 부를 때 얼른 나와야 한다. 대전 사람들은 박수에 인색해서가 아니라 공연자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곧 박수를 멈출 것이기 때문이다.

뒤통수를 친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다. 대전 사람들은 상대방이 극구 주장하면 '그렇게 하라'고 말하고 자기는 조용히 빠진다. 굳이 상대방을 내 맘에 들게 바꾸려 하지도 않고 그에 대해 앙심을 품지도 않는다. 다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조용히 천천히 묵묵히 

대체로 이런 맥락에서 조용히 천천히 묵묵히 세상을 바꾸는 대전 사람들이다. 그러나 내가 대전과 대전 사람들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는 이유는 다음의 자랑을 하기 위해서이다.

대전 시청사 북문 앞 건너편 보라매공원에는 '평화의 소녀상'이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성노예로 끌려갔던 소녀들을 기억하고, 전쟁범죄를 부정하며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의 만행을 알려야 한다는 취지로 대전 시민들이 모금을 하여 '평화의 소녀상'을 이곳에 세웠다.

평화의 소녀상을 세울 때 건립 예정지가 몇 군데 있었지만, 시청 앞 이 장소는 최적의 장소로 꼽았던 곳이다. 시민들로 주축이 된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에서 대전시에 소녀상 건립 부지를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을 때 대전시에서는 흔쾌히 수락했고 서구청에서는 보호 관리를 약속했다.

다른 도시에서는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면서 반대에 부딪히거나 부지 문제로 어려움이 많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으며 심지어 어느 지역에서는 이미 설치된 소녀상을 철거하는 경우도 있는 것을 볼 때 대전시의 전폭적인 지원과 협조는 타 지역 시민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고 민관 협력의 좋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대전 평화의 소녀상은 만들어질 때부터 지방정부와 시민들이 합심해서 이룩해낸 '평화'의 소녀상인 것이다.

대전 평화의 소녀상의 특징 중 하나는 소녀상 건립에 참여한 시민들의 이름을 모두 새긴 명판을 소녀상 주위에 작은 울타리로 만들어 두른 것이다. 소녀상을 둘러보다가 명판에 새겨진 자기 이름을 찾아보는 것도 소소하게 재미지다. 참여자들의 이름을 새겨 기리는 것은 대전에서 처음으로 아이디어를 냈고 반응이 좋아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되었다.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되고부터 다양한 행사가 소녀상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다. 2015년 3월 1일 제막식 때는 많은 평화인권 활동가들이 오기도 했지만 특히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인 고 김복동 할머니와 길원옥 할머니가 노구를 이끌고 몸소 참석해서 제막식에 의미를 더했다.

그 후로도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모임 등 크고 작은 이슈가 있을 때마다 사람들은 조용히 소녀상 앞으로 모였다. 정기적인 모임으로는 매월 두 번째 수요일에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문화제가 꾸준히 열리고 있다.

소녀상 주위 청소 및 정화활동은 시민봉사단체에서 자발적으로 하고 있으며, 시민들은 비가 올 때는 우산을 씌워주고 추울 때는 모자와 목도리, 양말을 손수 떠서 소녀상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있다. 그런 작은 행동이 인권과 평화를 생각하는 대전시민의 성숙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짧지만 깊은 역사
  
 3월 1일 오후 2시, 대전평화의 소녀상 앞에서는 3.1운동 100주년 기념 ‘대전3.1평화행동’이 진행되었다. 무대에서 대전여성단체연합과 여성인권 티움의 활동가들이 ‘바위처럼’ 노래에 맞춰 율동공연을 하고 있다. 왼편으로 평화의 소녀상이 보인다.
 지난 3월 1일 오후 2시, 대전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3.1운동 100주년 기념 ‘대전3.1평화행동’이 진행된 모습.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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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역사는 짧지만 1919년 삼일만세운동 직후부터 독립운동가와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을 탄압 고문했던 대전감옥소(대전교도소), 한국전쟁 당시 정당한 절차와 재판 없이 끌고 가 무차별 살해했던 산내 골령골 민간인학살지 등 근현대사의 아픔을 깊이 새기고 있는 도시이다. 평화의 소녀상은 대전감옥소(대전교도소), 산내 학살지와 더불어 학생과 시민들의 평화 인권 기행·교육의 필수 답사 코스로 자리 잡았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다. 지금 대전 시민들은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없고 평화만 있기를 소망하며, 아프지만 기억해야 할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평화의 소녀상이 있는 공원 또 한쪽에 '일본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듣기로는 올해(2019년) 광복절 즈음에 제막식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대전시 청사 앞에 평화의 소녀상과 더불어 강제징용노동자상이 자리하게 된다면 그보다 더 평화 인권 도시로서의 상징적인 것이 있을까 싶지 않다. 그와 더불어 지금은 '보라매공원'으로 되어 있는 공원의 이름도 '평화공원'으로 이름하기를 제안한다. 보라매공원이 시청의 앞과 뒤에 펼쳐져 있어 시민들이 보라매공원에서 만나자고 할 때마다 남문 쪽인지 북문 쪽인지를 설명해야 하는 것도 두 공원의 이름을 달리할 필요가 있음을 말해준다.

자연재해가 비껴가는 살기 좋은 도시, 시민들이 두리뭉실 각박하지 않은 도시, 그러면서도 할 것은 다 하는 도시 대전과 대전 사람들. 그 사람들은 대전의 심장, 시청 정문 앞에 인권과 평화의 상징물을 당당히 놓을 줄을 안다. 어느 도시보다 인권 감수성 평화 감수성이 뛰어난 대전 시민이기에 가능한 풍경이다.

이순
시인 '시와시학' 등단 시집 <속았다>
현재 대전작가회의 회원, 도서출판 문화의힘 대표

태그:#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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