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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 조사·평가 기획위원회가 '금강과 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긴급 기획 '삽질의 종말'을 진행합니다. <오마이뉴스>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은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습니다.[편집자말]
우선 아래 사진을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금강에서 발견한 꼬마물떼새 새끼.
 금강에서 발견한 꼬마물떼새 새끼.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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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습이 아닙니다. 며칠 전에 오마이뉴스 김종술 시민기자가 금강에서 찍은 내 친구의 아이들 모습입니다. 녀석들은 엄마한테 잘 교육을 받아서 그런지 사람들의 눈에 띄자 숨도 제대로 쉬지 않고 죽은 체를 했다고 하더군요.

나를 보고 감탄사를 날린 이상한 손님들

바로 아래 사진은 며칠 뒤에 이렇게 세상에 나올 내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금강 창벽의 모래톱에서 발견한 꼬마물떼새알.
 금강 창벽의 모래톱에서 발견한 꼬마물떼새알.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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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너무 예쁘다!" 

지난 4일 금강에 소풍을 온 사람들이 내 아이들을 품고 있는 나를 보며 한 말입니다. 나를 몰래 찍은 화면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탄성 소리는 멀리서 알을 품고 있는 나에게도 또렷하게 들렸습니다. 우리에게는 경계의 대상이었던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이런 감탄사는 나에게는 아주 생소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본 사람들은 특별했습니다. 이전에 모래톱을 찾아온 대부분 사람들은 불을 피워 고기를 구워 먹고,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걷다가 우리 둥지를 위협하거나 훼손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조심했습니다. 아주 천천히 모래밭을 걸으면서 우리를 찾아다녔고 내 둥지 옆에 나뭇가지로 표시까지 해뒀습니다. 혹시 밟을 것을 우려한 것이겠지요. 

사람들은 나를 '꼬마물떼새'라고 부릅니다. 나는 최근 금강의 창벽 앞에 둥지를 틀고 3개의 알을 낳았습니다. 둥지도 정성스럽게 꾸몄습니다. 좁쌀만 한 모래알 수백 개를 입에 물고 와서 모래톱 위에 정성스레 지은 집입니다. 특히 많은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 모래이기에 번식하기에 딱 좋은 곳이기도 합니다. 10년 전 내가 태어난 곳입니다.

악몽 같았던 지난 10년

2008년에 태어난 나는 이곳에서 엄마의 보살핌을 받고 자랐습니다. 수달과 쇠제비갈매기, 깝짝도요 친구들과 모래톱에서 함께했던 추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하지만 2010년 모래톱에서 동생을 키우던 부모님은 포클레인에 맞서 동생을 지키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뒤에 매년 금강을 찾았지만 고향은 고사하고 강줄기 어디에도 내가 안착할 모래톱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녹색으로 물든 강물에서 물고기가 죽어갔습니다. '큰빗이끼벌레'라는 이상한 생명체도 나타났습니다.

이 때문에 나는 지난 10년간 공사장과 주차장 등을 전전하며 새끼를 키웠습니다. 그곳은 불편했고 불안한 공간이었습니다. 번식에 실패한 해도 있었습니다. 번식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매년 여름을 보냈습니다.

나는 사람들이 10년 전에 금강에 무슨 일을 벌였는지는 잘 모릅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걸어다니며 먹이를 찾을 곳이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새끼를 키울 고운 모래톱도 사라졌습니다. 얕은 물을 걸어다니며 먹이를 구해야 하는데 끼니를 채우는 게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80cm였던 수심이 4.5m로 변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창벽 앞 고향을 찾아온 까닭
 
 금강 창벽 아래 모래톱에서 꼬마물떼새가 알을 품고 있는 모습.
 금강 창벽 아래 모래톱에서 꼬마물떼새가 알을 품고 있는 모습.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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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난해 동남아시아에서 월동하고 돌아와 보니 금강의 곳곳에 넓은 모래톱이 생겼습니다. 나는 주저 없이 나의 고향 창벽을 찾았습니다. 이곳은 그야말로 나에겐 천국과 같습니다. 지난해 무사히 번식을 마치고 다시 이곳 모래톱을 찾아왔는데, 지난해보다 더 커져 있었습니다. 

4월 찾아온 뒤 1차 번식을 통해 3마리의 새끼를 길렀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번식지의 상황에 따라 매년 2~3차례 새끼를 낳아 키웁니다. 4월 이후 또 다른 두 가족이 창벽 앞의 모래톱을 찾아왔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얼마 전에는 또 다른 반가운 친구를 만났습니다. 10년 전 창벽에서 함께 지냈던 쇠제비갈매기입니다. 세종보 수문을 완전하게 열어둔 뒤에 새로 생긴 모래톱인데, 창벽 바로 위에 있습니다. 쇠제비갈매기는 이곳에서 번식을 준비하고 있는데, 지난해 월동지인 동남아에서 금강에 대한 소문을 듣고 다시 찾았다고 합니다.

우리는 각자 번식을 마치고 다시 남쪽으로 이동할 때 함께 가기로 약속했습니다. 월동지에서 깝짝도요 등 금강의 친구들도 찾아볼 계획을 세웠습니다. (관련 기사 : 10년만에 금강으로 돌아온 쇠제비갈매기 http://omn.kr/1ji94)
 
 비행중인 쇠제비갈매기
 비행중인 쇠제비갈매기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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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갑자기 강이 변한 것을 생각하면 오늘 같은 평화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다시 수심이 깊어지면 주차장과 공사장을 찾아다녀야 하겠지요. 이 때문에 창벽 앞의 평화가 지켜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랫동네 사람들은 다시 세종보에 물을 가두어 달라고 현수막까지 붙이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우리들은 그들에게 생명 취급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 아주 이상한 손님들이 내 둥지를 찾은 것입니다. 경계를 철저히 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을 만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알을 품듯이 희망을 품어 봅니다

하룻밤을 보내려는지 텐트를 치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우리와 공존할 수 있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경험했습니다. 이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니 과거 금모래가 흐르는 금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나에게는 무척 반가운 손님들입니다.

다시 모래톱에 번식을 하고 이곳에서 사람들을 만나 경계하는 일은 어쩌면 우리에게는 숙명 같은 일입니다. 모래톱과 맑은 물이 흐를 수 있다면 이런 숙명쯤은 충분히 견뎌낼 수 있습니다.
 
 금강 창벽 앞에서 1박 2일 소풍을 마치고 모래톱에 누워 기념 사진을 찍는 사람들.
 금강 창벽 앞에서 1박 2일 소풍을 마치고 모래톱에 누워 기념 사진을 찍는 사람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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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톱이 늘어나면서 나의 친구인 수면성 오리도 늘었습니다. 2016년 690개체였는데 2017년 1266개체에서 2018년에는 1453개체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10년 전 500마리 월동하던 황오리도 저와 함께 금강을 떠났었습니다. 그런데 2017년 7마리가 찾아왔고, 2018년에는 61마리로 늘었습니다. 모래섬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황오리에게도 희망이 생긴 것이지요.

이곳에 소풍 온 사람들에게 우리들의 서식처인 강변 모래톱을 지켜달라고 부탁하면 들어 줄 수 있을까요? 강변을 찾을 때는 우리가 새끼를 키울 수 있으니 조심해 달라고 하면 어떨까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사람들입니다. 나는 10년 전에 일어난 강의 변화로 겪은 고통은 또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 사람들을 보면서 다시는 우리의 둥지가 썩은 물에 잠기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품어봅니다. 내가 지금 품고 있는 세 아이의 희망을 품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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