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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12월 제안된 국민청원의 내용
 2018년 12월 제안된 국민청원의 내용
ⓒ 신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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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하나의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2018년 12월, 2019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청와대 홈페이지에 하나의 국민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의 제목은 "국회의원 내년 연봉 2000만 원 인상 추진... 최저임금 인상률보다 높은 14% 셀프 인상을 즉각 중단하십시오!"였다. 순식간에 20만 명이 넘는 이들이 국민 청원에 서명을 했고, 국회의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댓글들이 달렸다.

청원자는 "정기 국회나 임시 국회에 정상적으로 참여하는 의원들이 몇이나 됩니까! 서로 정치 싸움에 휘말려 정상적인 국회 운영도 못하면서 받아가는 돈은 그대로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측은 국회의원 연봉이 14%가 올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이는 정확하지 않은 뉴스 보도로 비롯된 오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지금, 2018년 12월의 국민 청원이 의미심장해 보이기까지 한다.
 
패스트트랙 지정 항의하는 나경원 29일 오후 선거제도 개혁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전체회의장 앞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선거제도 개혁법안 패스트트랙에 지정에 항의하며 바닥에 드러누워 구호를 외치고 있다.
▲ 패스트트랙 지정 항의하는 나경원 지난 4월 29일 오후 선거제도 개혁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전체회의장 앞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선거제도 개혁법안 패스트트랙에 지정에 항의하며 바닥에 드러누워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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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재현된 동물국회, 그리고 국회파행

선거제 개혁안,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안 패스트트랙 상정을 두고 2019년 봄, 이른바 '동물국회'가 재현됐다. 몸싸움과 농성, 감금과 멱살잡이로 국회는 아수라장이 됐고, 국민들은 의원들의 모습에 냉소를 보냈다.

패스트트랙이 극적으로 상정된 이후에도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집단 삭발을 하고 국회 보이콧을 하는 등의 반발을 이어갔다. 5월 국회 일정을 잡지 못함에 따라 국회는 여전히 마비 상태에 있다.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법안들을 원점에서 논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의원 총회를 열어 한국당 요구를 수용할 것인지 논의할 예정이다. 빠르면 이번 주 주말 국회 정상화에 대한 가닥이 보일 예정이다.

국회 파행이 장기화되고 있는 이 시기, 국회의원 300명은 어김없이 약 1140만 원의 월급을 받았다. 패스트트랙 처리를 둘러싼 갈등으로 어떠한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 국회의원들이 1000만 원이 넘는 임금을 받은 상황에 대해 국민들은 분노했다.

<서울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심지어 일부 국회의원들은 국회 파행 시기 동안 내년에 있을 총선에 대비해 지역구를 관리하고, 해외 출장을 잡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몇몇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지역 축제와 행사에 참여하는 것에 집중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회 파행 시기 해외 출장 일정을 잡은 국회의원들만 30명에 이른다. 국회 파행 시기를 '일없는 때'로 여기고 지지 기반 확보를 위한 시간으로 활용하는 건 한국 사회의 오래된 관행이다.

국회에 계류되는 법안들 

국회의원들이 자리보존에만 급급할 때, 국민들의 삶 속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법안들은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5.18 특별법 개정안과 관련한 법안 38건은 처리가 요원해 보인다. 수많은 사람들이 5.18 특별법 개정을 요구하며 서명 운동 등을 진행했지만, 국회 파행이 계속되며 법안에 대한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

얼마 전 강원도 산불 등 대형 화재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 이후 조명을 받았던 소방 관련 법안도 마찬가지 신세다. 소방차 긴급 출동 시 발생한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을 면제한다는 내용을 담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소방직 국가직화 등을 골자로 하는 법 개정안 4건은 보류되거나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지난 2018년을 뜨겁게 달군 미투 운동에 대한 법안도 마찬가지다. 성폭력 신고자도 공익신고자로 인정하여 보호해야 한다는 법안이나, 조직 내에서 성폭력 상황을 은폐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심지어 여성폭력방지 기본법은 법사위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원래의 취지가 훼손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피해자 지원에 대한 내용과 예방 교육 의무 조항이 임의 조항으로 바뀌었으며, 성평등이라는 용어가 양성평등이라는 용어로 교체되기도 했다.
 
 5.18 역사왜곡 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모습.
 5.18 역사왜곡 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모습.
ⓒ 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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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국민들의 뜻을 반영하는 국회가 되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받는 세비와 관련해 계속 비판이 나오는 건, 국회가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나마 패스트트랙으로 상정된 선거제 개혁안도 원래의 취지와 다르게 셈법이 지나치게 복잡해졌다.

정당들의 이익을 반영해 만들어진 법안이 정작 유권자들이 파악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전락하며 원래의 취지를 잃게 된 것이다. 그마저도 국회 파행을 거치며 논의가 원점으로 되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국회 파행, 법안 계류, 그 와중에 자신의 지역구 관리에만 신경 쓰는 국회의원들. 이러한 행태는 국민들의 뜻을 반영하지 못하는 모습일 뿐만 아니라, 국회의 신뢰도 측면에도 해롭다. '국회의원들은 당선 전과 당선 후의 마음가짐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국민들의 정치 혐오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국회의원이 받는 세비가 지나치다'는 의견의 기저엔, '국회가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기구로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있다. 지금 더 나은 사회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뜻을 반영하는 법안과 계류 중인 법안 처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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