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전남 신안군은 버스 대란 걱정 없이 전국 지자체 최초로 13년째 버스 완전 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21일 오후, 지난 4월 개통한 천사대교를 건너고 있는 신안군의 공영버스.)
 전남 신안군은 버스 대란 걱정 없이 전국 지자체 최초로 13년째 버스 완전 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21일 오후, 지난 4월 개통한 천사대교를 건너고 있는 신안군의 공영버스.)
ⓒ 이주빈

관련사진보기

  
시민의 발을 동동거리게 만들던 전국 시내버스 파업이 일단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버스 대란'의 불씨는 언제든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노·사·정이 해결책으로 합의 본 사항들이 '급한 대로 꿰매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시내버스 파업에서 그나마 해결책 구실을 한 것은 각 지자체별로 요금 인상을 하거나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확대하는 것이었다. 돈을 주는 방식이 약간 다를 뿐 비용은 고스란히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이 더 떠안게 돼있다.

특히 서울특별시 등 7개 광역지자체가 시행하는 '버스 준공영제'의 실효성 의문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기 위해서 지자체가 지원하는 재정지원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운영비 과다 계상이나 유령직원 만들기 같은 부정이 만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기준으로 버스 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는 7개 광역지자체의 지원금 합계는 약 1조원. 지자체마다 지원금 규모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월급을 받는 버스 기사나 돈을 지원하는 지자체는 서로 볼이 멘다. 전남 나주에서 인근 시·군과 연계하는 시내버스를 운전하고 있는 이모(52) 기사는 "솔직히 버스 준공영제로 재미 보는 사람은 버스회사 경영진뿐"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불완전한 시내버스 준공영제의 대안으로 '버스 완전공영제'를 제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07년부터 13년째 전국 지자체 최초로 '버스 완전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는 전남 신안군(군수 박우량)을 벤치마킹하려는 지자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신안군은 지난 2007년부터 2013년까지 7년 동안에 걸쳐 버스 완전공영제를 정착시켰다. 신안군 관내를 운행하던 14개 버스업체(차량 22대)의 면허를 반납 받아 군에서 직접 경영하는 방식이었다.
 
 전국 최초로 13년째 운행하고 있는 신안군의 완전 공영제 버스는 연간 약 67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13년째 운행하고 있는 신안군의 완전 공영제 버스는 연간 약 67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 신안군 제공

관련사진보기

  
신안군이 버스 완전공영제를 실시하게 된 데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우선 버스회사에 대한 재정지원 보조금은 갈수록 증가했지만 버스회사의 경영은 악화되기만 했다. 민간회사의 특성상 수익성만 따지다보니 불규칙 배차는 기본이고 잦은 결행에 수익성이 낮은 노선은 일방적으로 운행을 중단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또 100년 만에 야간 여객선이 다니기 시작하면서 주민들은 밤에도 다니는 버스를 요구했다. 더 이상 주민들의 이동권을 민간업체에게 맡겨둘 수 없는 상태였다.

버스 완전공영제가 가져온 변화는 말 그대로 '획기적'이다. 33개 노선에 편도 337.8km 운행하던 버스가, 50개 노선에 696.7km를 운행하고 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1일 4회 다니던 버스가,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1일 7회 운행하고 있다. 버스는 22대에서 46대로 늘었고, 운전기사는 예비 기사 6명을 포함해 모두 50명으로 늘었다(변화 수치는 모두 2018년 12월 31일 기준).

신안군 공영버스를 이용하는 승객은 연간 약 67만 명. 요금은 일반인 1천원, 65세 이상 노인과 초·중·고등학생은 전면 무료다. 참고로, 전남의 시내·농어촌버스 요금은 1400원이다.

신안군이 버스 완전공영제를 시행하면서 연간 지출하는 예산은 25억 원. 인건비, 유류비, 차량수리비, 보험료, 기타경비, 제세공과금 등이 모두 포함된 금액이다. 신안군 관계자는 "정선군 18대로 22억 원, 해남군 36대로 22억 원, 고흥군 49대로 49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타 지자체가 지출하는 재정 지원금보다 오히려 적거나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7년 전남버스운송사 표준원가 및 손익분석 보고서'를 살펴보면 전라남도 5개시의 시내버스 1일 대당 운송원가는 33만1939원이지만 신안군은 14만8890원으로 절반 이상 적었다.

신안군 관계자는 버스공영제의 운송원가가 낮은 이유를 "군에서 직접 경영을 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경비 지출을 막을 수 있다"면서 "버스보조금을 지원할 때와는 달리 운송원가 산정 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간접인건비(임원, 관리직 인건비) 지출이 없고, 이윤보장을 할 필요가 없으니 원가를 고의로 부풀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군에서 직접 버스를 운영하다 보니 수익성보다는 노선의 안정성, 편리성을 더 따지게 된 것도 큰 변화다. 민간업체는 아무래도 수익노선 위주로 운행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자체는 공공성에 중심을 두기 때문에 비수익 노선이나 벽지노선도 포기하는 법이 없다.
 
 전남 신안군 암태도 남강여객선터미널에 있는 '중부권 환승센터'에서 서울과 광주 가는 버스와 바퀴를 나란히 하고 있는 신안군의 공영버스. 이곳에서 신안군 공영버스를 타면 안좌나 자은, 압해는 물론 목포까지 다녀올 수 있다.
 전남 신안군 암태도 남강여객선터미널에 있는 "중부권 환승센터"에서 서울과 광주 가는 버스와 바퀴를 나란히 하고 있는 신안군의 공영버스. 이곳에서 신안군 공영버스를 타면 안좌나 자은, 압해는 물론 목포까지 다녀올 수 있다.
ⓒ 이주빈

관련사진보기

  
박우량 신안군수는 "버스 완전공영제를 시행하면 주민만족도 대비 재정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큰 효과"라면서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버스라는 대중교통 수단으로부터 소외되는 이들이 줄어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안군의 버스 완전공영제를 배우기 위해 지금까지 전국의 60여 지자체들이 신안군을 방문했다. 최근엔 충북 청주시의회와 전북 순창군의회, 무주군의회, 전남 곡성군의회 의원들과 관계자들이 다녀갔다.

신안군의 완전 공영제는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오는 6월부터 신안군은 공영버스가 운행되지 않는 새벽 및 심야시간대의 교통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수요응답형(DRT) 천사(1004)버스'를 운행한다. 수요응답형(DRT) 버스는 여객의 수요에 따라 운행구간, 시간 등을 탄력적으로 운행하는 여객운송 시스템이다. 버스를 이용하려는 주민이 콜센터로 전화를 하면 대기 중이던 버스를 운행시키는 방식이다.

신안군은 이를 시행하기 위해 지난 3월 관련 조례를 제정·공포했다. 또 '1004콜센터'를 구축하고, 버스도 10대(중형 2, 소형 8) 구입했다. 전국 최초로 버스 완전공영제를 정착시킨 신안군이 '24시간 이동권 보장'이라는 새로운 실험에 나서고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