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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한중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장 대행(오른쪽)과 문준영 위원이 20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종합청사 법무부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 장자연 리스트 사건’ 조사 및 심의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정한중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장 대행(오른쪽)과 문준영 위원이 20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종합청사 법무부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 장자연 리스트 사건’ 조사 및 심의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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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10년 만에 장자연이란 이름과 '조선일보' 네 글자가 공식 문서에 나란히 쓰였다. 하지만 성폭력 가해자는 여전히 드러나지 않았고, 피해자 장자연과 의혹만 남았다.

20일 법무부 검찰 과거사 위원회는 대검찰청 검찰 과거사진상조사단의 '장자연 리스트 사건' 조사 및 심의 결과 조선일보가 2009년 당시 방상훈 사장의 장자연 리스트 관련 경찰 수사를 막으려고 외압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다만 과거사위는 조선일보가 경찰 수사 기록을 확보했는지 등은 확인하지 못했고, 장자연 문건에 기재된 '조선일보 방사장'이 누군지 끝내 결론 내지 못했다.

끝내 수수께끼로 남은 '조선일보 방사장'

 
▲ ‘장자연 사건’ 결과 발표, “처벌 피했지만, 양심에 의한 심판 피할 수 없을 것” 정한중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장 대행이 20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종합청사 법무부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 장자연 리스트 사건’ 조사 및 심의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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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우 장자연씨는 생전에 자신이 소속사 김종승 대표로부터 접대 등을 강요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을 남겼다. 그런데 이 문건에는 '(김 대표가) 2008년 9월경 조선일보 방사장이라는 사람과 룸살롱 접대에 저를 불러서 사장님이 잠자리 요구를 하게 만들었다'고 쓰여 있었다. 10년 전 수사기관은 이 '조선일보 방사장'이 방상훈 대표이사인지 확인하려 했으나 그의 통화내역을 단 한 달 치만 확인했다.

그런데 이 '방사장'은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일 가능성이 있었다. 당시 경찰은 '2007년 10월 방용훈 사장이 장자연과 식사를 했다는 김종승 대표의 진술 등을 확보했으나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 또 사건을 넘겨받은 검사는 김 대표의 스케줄표에 기재된 '2008년 7월 17일 조선일보 사장 오찬'의 사실 여부만 살펴봤을 뿐, 장자연의 '2008년 9월 접대' 주장은 제대로 따져보지 못한 채 수사를 종결했다.

법무부 과거사위는 방상훈 사장 아들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 수사도 부실했다고 판단했다. 장자연 문건에는 '김종승이 조선일보 방사장님 아들인 스포츠조선 사장님과 술자리를 만들어 나에게 룸싸롱에서 접대를 시켰다'는 내용도 있었다. 법무부 과거사위는 휴대폰 위치 추적, 신용카드 결제 내역 등을 종합해 볼 때 2008년 10월 28일 김종승 대표가 방정오 전 대표를 접대하는 자리에 장자연씨를 동석시킨 게 맞다고 봤다. 하지만 수사검사가 방 전 대표의 통화내역 등을 추가로 파악해 술접대 의혹을 파악해야 했는데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의 수사 외압 의혹은 인정됐다. 법무부 과거사위에 따르면, 2009년 당시 조선일보사는 강효상 경영기획실장(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등을 중심으로 대책반을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조현오 경기지방경찰청장이 조사 과정에서 "이동한 사회부장이 방상훈 사장을 조사하지 말라며 '이명박 정부가 조선일보하고 한 번 붙자는 겁니까'라며 협박했다"고 진술했는데, 법무부 과거사위는 그의 주장을 사실로 인정했다. 다만 조선일보가 2009년 경찰 수사 때 기록을 확보했는지, 방정오 전 대표와 장자연씨의 통화내역을 삭제했는지 등은 증거 부족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총체적 부실수사... 경찰도, 검찰도 문제

법무부 과거사위는 경찰도 ▲ 2009년 3월 13일 KBS의 장자연 문건 보도 다음날 장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조선일보 방사장' 등이 적힌 다이어리(또 다른 다이어리는 압수함) 등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채 57분 만에 압수수색을 끝냈고 ▲ 지인이 '경찰이 가져갔다'고 한 장씨의 핑크색 모토로라 휴대폰이 압수물 사진에 드러나지 않는 등 초기 수사를 부실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검찰 역시 장씨의 개인 다이어리 등을 유족에게 돌려줄 때 사본을 제대로 남겨두고, 장씨와 김종승 대표 등 주요인물의 1년치 통화내역, 디지털 압수물 자료 등을 수사기록에 첨부해 보관하도록 지휘하지 않았다고 했다.

장씨 유족들은 수사기관에서 '장자연 문건의 내용 및 형식'을 직접 썼는데, 이 내용도 수사기록에 빠져있었다. 법무부 과거사위는 "통화내역 등 객관적인 자료들이 모두 기록에 편철되어 있지 않은 이유가 석연치 않으나 자료가 누락된 것에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외압이 있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통화내역, 디지털 포렌식 자료, 수첩 복사본 등이 모두 기록에 누락된 것은 당시 수사 경찰이나 검사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이례적"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부 과거사위는 장자연 문건 외에 장씨에게 성접대를 요구한 사람들이 담긴 '리스트'의 존재도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전 매니저 유장호씨나 윤지오씨는 과거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명단 또는 목록이 있었다고 말한 반면에 장자연씨 유족, 또 '장자연 문건' 취재 기자 등은 없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조사단은 "수사기록에 편철된 문건 외에 피해사실과 관련하여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명단'이 기재된 문건, 즉 리스트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을 법무부 과거사위에 제시했다.

장자연씨의 성폭행 피해 의혹의 진위도 드러나지 않았다. 이 의혹은 '장자연씨가 술자리에서 맥주를 한 잔 채 마시지 않았는데도 인사불성 상태가 된 것을 목격했다'는 윤지오씨 조사단 진술과 '장자연이 처음 작성한 문서에 심한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을 적었는데 내가 지우라고 했다'는 유장호씨의 조사단 면담 전 진술 등을 바탕으로 제기됐다. 하지만 유씨 등은 조사단에서 '장자연이 그런 말을 한 적 없다', '모른다'고 말했다. 법무부 과거사위는 이 진술들만으로는 수사를 개시할 객관적 혐의를 확인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핵심 의혹은 '진상 규명 불가능'... "그래도 기록 보존"
 
 검찰과거사위원회가 20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종합청사 법무부에서 회의를 열어 고 장자연씨 사망 의혹 사건 관련 심의 결과를 발표한다.
 검찰과거사위원회가 20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종합청사 법무부에서 회의를 열어 고 장자연씨 사망 의혹 사건 관련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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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넘게 재조사를 벌였지만 '장자연 리스트'의 존재와 그 성격도, 장씨의 성폭행 피해 의혹도 끝끝내 '진상 규명 불가능'으로 남았다. 그래도 법무부 과거사위는 '진상규명' 가능성이 남아 있다며 기록을 보존해야 한다고 했다.

법무부 과거사위는 "조사단의 권한상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제기된 의혹상 범죄혐의가 중대하다"며 "증거가 확보될 경우가 있을 수도 있으로 최대 상정 가능한 공소시효 완성일인 2024년 6월 29일까지 이 사건 기록 및 조사단 조사기록을 보존하도록 조치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김종승 대표가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조선일보 명예훼손 재판에서 '방용훈 사장은 이 사건 이후 알았다, 방정오 전 대표는 우연히 만났다' 등으로 증언한 것은 허위라며 그의 위증죄 수사를 권고했다.

법무부 과거사위는 검찰이 디지털 증거의 원본성 확보를 위한 제도와 압수수색 등 증거확보 및 보존과정에서 공정성을 확보할 방안을 마련하고, 수사기관 종사자의 증거은폐 행위를 처벌하는 '법왜곡죄' 입법을 추진하라고도 했다. 또 장씨를 강제추행한 전직 조선일보 기자 조아무개씨가 현직 검사인 배우자 덕분에 과거 무혐의 처분 받았다는 의혹이 사실인지는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했지만, 이번을 계기로 검찰공무원 간 사건청탁 방지 제도를 만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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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 sost38@ohmynews.com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