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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승수 변호사
 하승수 변호사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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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30일 새벽  민주당,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 제도 개혁 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정개특위에서 패스트트랙에 태워져 최장330일이면 본회의에서 표결할 수 있게 됐다.

사실 선거 제도 개혁 논의는 꽤 오래된 과제였다. 그러나 논의만 이루어졌을 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선거 제도 개혁을 2016년부터 주장해온 국회 정개특위 자문위원 하승수 변호사는 어떻게 패스트트랙 과정을 지켜봤을까? 지난 8일 서울 시청역 부근에서 그를 만났다. 다음은 하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바른미래당의 권은희안, 민주당이 받은 게 가장 결정적 장면"

- 지난 4월 30일 새벽 선거제도 개혁안이 패스트트랙에 올라갔습니다. 물론 법이 통과된 건 아니지만, 선거제 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으로 한고비는 넘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패스트트랙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다만 그동안 한국에서 선거제 관련한 논의는 많았지만 준연동형 또는 연동형 법안이 본회의까지 간 적이 없었거든요.  그 점에서 큰 고비 하나는 넘었다고 봅니다."

- 선거제도 개혁안이 패스트트랙에 올라갈 거라고 예상은 하셨나요?
"선거제도를 바꾼다는 건 외국에서도 그렇고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패스트트랙에 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계속돼 왔지만, 실제로 올라갈 가능성은 솔직히 50% 이하라고 봤습니다. 그런데 막판에 여러 가지가 잘 맞아떨어지고... 특히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사실 많이 도와주셨죠(웃음)."

-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어떻게 도와줬다는 말씀인지?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사이에 선거제도 개혁은 합의가 됐지만, 마지막까지 공수처법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거든요. 사실 한국당이 그렇게 안 했다면 아직도 공수처법 때문에 협상을 하고 있었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한국당이 막무가내로 하니까 민주당이건 바른미래당이건 빨리 끝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이렇게 하다 중간에 그만두면 한국당에 지는 셈이 되니까요."

- 한국당은 왜 그렇게 무리수를 뒀을까요?
"저는 두 가지라고 보는데 선거제도와 공수처법을 반대하는 게 첫번째 이유라고 봅니다. 선거제도가 개혁되면 한국당 의석이 줄 가능성이 있잖아요. 제대로 공수처법이 되면 국회의원도 수사 대상이 올라가게 됩니다. 자기들 수사하는 기관이 하나 더 생기는 걸 싫어해서 반대한 면도 있을 겁니다.

또 하나는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온실속 화초처럼 사회생활 해온 사람들이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우리가 이렇게 하더라도 나를 감히 어떻게 건드리겠어?'라는 의식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야말로 특권 의식이죠."  

- 국회 선진화법은 고소·고발이 없어도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맞아요. 국회 선진화법상 국회 회의방해죄는 고소·고발이 없어도 수사해서 처벌이 가능해요. 그리고 500만 원 이상 벌금이 나오면 5년 동안 피선거권이 박탈되거든요.  그 법 조항을 황 대표나 나 원내대표는 분명히 다 알고 있었을 것이고 그걸 알면서도 이렇게 했다는 건, 자기들을 못 건드릴 것이라는 특권 의식이 작용했다고 봐요."

- 30일 새벽에 패스트트랙 지정이 성공했는데요. 뉴스를 보고 어떤 느낌이셨어요?
"4박 5일 동안 국회가 난장판인 걸 보면서 국민들도 그렇고 엄청난 충격과 분노를 느꼈을 겁니다. 그러다가 패스트트랙 지정되는 걸 보니 속이 시원했던 것 같아요."

-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꼽는다면.
"사실 그전 주말(4월 27일과 28일)까지만 해도 패스트트랙에 대해 비관론이 우세했어요. 그런데 월요일(4월 29일) 오전 바른미래당에서 권은희 안까지 패스트트랙 태우자고 제안한 내용을 민주당이 받은 게 가장 극적인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한국당이 그렇게 폭력을 써서 막지 않았다면, 민주당 의총에서 그걸 받기는 어려웠을 거예요. 그게 가장 인상적이었요.  다음날 생각해보니 이걸 성사시킨 일등 공신은 역설적으로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란 생각이 들었습니다(웃음)."

"한국당 장외투쟁은 지지층 결집용" 

  - 지금 한국당이 장외투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저는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자신들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용도로 장외투쟁한다고 보지만, 국가적으로는 비극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명분이 없거든요. 이번에 패스트트랙으로 올린 건 안건으로 올린 거지 여전히 협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요. 그걸 거부하고 장외투쟁한다는 건 명분이 없어요. 결국 한국당 지지층 결집해서 정치적으로 이득을 보려는 거라고 밖에 볼 수 없어요."

-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을 시한폭탄에 비유하면서, 시간을 정해놓고 법안을 처리하는게 맞느냐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패스트트랙은 미국에도 있는 제도고요. 국회에서 아무런 결정을 못 하고 계속 시간만 끌 수 없잖아요. 국회의원 임기도 4년이고요.  패스트트랙은 시한을 정해 놓고 그 안에 추가로 타협이 안 되면 본회의 표결에 부치는 제도입니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못하고 마냥 시간만 끌 수는 없는거죠.  

그리고 한국당은 지난해 12월 15일 5당 원내대표끼리 올 1월 말까지 선거법을 합의 처리하기로 약속했는데, 그걸 어긴 거잖아요. 어긴쪽이 이제 와서 패스트트랙에 올린 걸 문제 삼는 건 전혀 명분과 논리가 없는 일입니다."

- 선거제 개혁 합의안이 패스트트랙에 올라갔지만 여야 4당이 협상하면서 수정할 수 있는거잖아요. 현재 준연동형에서 더 후퇴할 가능성은 없나요?
"있죠. 패스트트랙에 올리더라도 협상을 추가로 할 수 있고요. 추가 협상을 해서 더 나은 안이 나올 수도 있지만 더 후퇴된 안이 나올 수도 있어요.  지금은 장외투쟁을 하지만 한국당이 앞으로는 협상 테이블에 들어와서 주장하는 걸 민주당이 받아주면 후퇴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여전히 키를 쥔 건 민주당이라고 생각해요. 민주당이 한국당과 협상하긴 해야 하겠지만  최소한 지금 나온 안에서 후퇴하는 협상을 해서는 안 됩니다. 민주당이 합리적인 선에서 세부적인 걸 조정할 수는 있지만, 지금 나온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안보다 후퇴해서는 명분을 잃게 됩니다."

- 지난주 토론회에서 패스트트랙 이후 전망에 대해 한국당이 협상에 임할 경우와 아닌 경우, 두 가지를 전망하셨습니다. 어느 가능성이 높은가요?  
"저는 한국당에 상식이 있다면 들어오는 게 맞다고 봐요. 왜냐하면 안 들어올 경우 국회가 거의 마비 상태로 가는 거고 한국당 의원 입장에서도 지금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안이 지역구 28개를 줄이는 안으로 돼 있는데 자기 지역구가 없어질 수도 있잖아요. 그런 걸 생각하면 한국당이 협상에 들어오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가 요즘 움직이는 걸 보면 합리적 선택을 안 할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이 한 달 안에 들어온다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비합리적 선택을 할 경우 빨리 안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당에게 양보안 제시하면 안돼... 스스로 돌아오게 만들어야"
 
 하승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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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년 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이 장외투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열린우리당이 결국 타협을 했잖아요. 그렇게 될 가능성은 없나요?
"그때 개혁입법이 좌절됐죠. 이번에는 그런 전철을 밟으면 안 된다고 봅니다. 민주당이 섣불리 양보안을 제시하는 건 잘못된 생각인거죠. 사실 추가경정 예산이 여당 입장에선 문제인데, 정 안되면 정부가 예비비로 급한 부분은 쓰고 필요성이 떨어지는 부분의 예산을 줄여서 필요한 부분에 쓰는 조치를 취해야지, 명분 없이 양보하는 건 안 된다고 봅니다. 분명히 한국당 내부 분열이 생길 거예요. 한국당이 제풀에 지쳐 돌아오도록 만드는 게 맞다고 봐요."

- 그렇지만 한국당 지지율이 오르고 있습니다.
"다들 예상하는 거처럼 한계가 있을 겁니다. 언론사들의 여론조사를 보면 패스트트랙에 대한 지지 여론이 우세하고, 한국당이 국회에 복귀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습니다. 그런 내용을 보면 한국당이 일정 정도 지지율 확보는 할 수 있겠지만 계속 이렇게 가기는 어려울 거라고 봐요"

- 선거법 통과 가능성과 앞으로 고비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민주당이 한국당과 어떻게 협상할지가 중요합니다. 섣불리 양보할 거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따라서 본회의 통과는 올 연말이나 내년초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때 의원들이 어떻게 표결할지가 관건이겠죠.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건 국회 특별위원회 권한이지만, 본회의 통과가 되려면 전체 300명 의원 중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 필요합니다. 지금 패스트트랙에 찬성한 정당의 소속의원들을 합치면 과반이 넘지만, 그중에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요. 제일 큰 고비는 결국 본회의에서 이탈표를 어떻게 막느냐가 관건일 거 같아요."

-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맞아요. 특권을 없애고 의원 수를 늘리는 게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서도 바람직할 뿐 아니라, 국민들이 원하는 국회를 만드는 방법이기도 하거든요. 지금 받는 국회의원 연봉을 30% 줄이고, 의원 수를 10% 늘리자고 하면 국민들도 동의하지 않을까요?

특권 폐지가 되면 선거제도 개혁도 훨씬 쉬워질 거라고 봅니다.  패스트트랙에 올라갔기 때문에 지금부터 중요한 건 특권 폐지라고 봅니다. 특권을 폐지해야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지역구 줄이는 게 문제가 될 수 있는 게, 줄어드는 지역구의 유권자가 반대할 수 있거든요. 지금도 강원도 같은 경우 5개 군이 합쳐서 1명 의원을 뽑는데 지역구가 넓어지면 농어촌 유권자들은 불만이 있을 수 있어요. 그걸 감안하면 지역구를 덜 줄이고 의원 수를 늘리는 게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전제가 되는 게 국회의원 특권 폐지입니다."  

- 지역구가 줄어들면 그만큼 의원 한 명이 과다 대표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1명이 대표하는 국민 숫자가 17만 명 정도 됩니다. 그러나 OECD 국가 평균은 국민 10만 명당 국회의원 1명이거든요. OECD기준으로 보자면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500명은 돼야 하지만, 당장 그렇게 하는 건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지난해 여야 5당이 합의한 안에서는 10% 정도 늘리는 걸 검토하자고 했거든요. 특권 폐지가 보장된다면 10% 늘리는 건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걸 위해 국민 여론을 모아 나가는 게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중요한 숙제인 거 같아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선거제도 개혁 운동 본격적으로 한 게 2016년 가을부터입니다. 처음 시작할 때 많은 분들이 '안 될 거다'라고 이야기하셨어요. 그러다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12월 15일 여야 5당 합의문이 만들어지면서 '잘하면 되겠다'는 말이 나왔어요.

그런데 올 1월을 넘기면서 '역시 안된다'는 얘기들이 많았는데, 이번에 패스트트랙까지는 된 겁니다. 그만큼 선거제도 개혁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만큼까지 온 건 우리나라 국민들의 마음 속에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는 바람이 있고, 특히 촛불 이후 정치인들이 그걸 신경 쓰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본회의 통과까지 가려면 여론이 중요한 만큼 <오마이뉴스> 독자나 시민기자분들께서 끝까지 관심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제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이 지역구에 얼굴을 많이 보일 겁니다. 지역에서 국회의원을 만나면 '당신 연봉 1억 5천 가운데 5천 깎고 1억만 받으라', '특권 없애고, 정당 득표율대로 의석이 배분되도록 선거제도 개혁안 통과시키라'라고 얘기해 주시는 게 중요합니다. 그렇게 국회의원들이 압력을 받으면 특권 폐지도 되고, 선거제도 개혁도 성사되고, 만 18세 선거권과 공수처 설치까지 한꺼번에 이뤄낼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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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