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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뛰어넘어 살아남은 문학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서나 생생한 생명력으로 살아 움직인다. 소설 <순교자>가 던지는 질문 또한 지나온 숱한 시대, 그리고 바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가슴에 품고 있는 뜨거운 질문이다.
 
" 목사님의 신, 그는 자기 백성들이 당하고 있는 이 고난을 알고 있을까요? "
  
 김은국의 < 순교자 > /문학동네
 김은국의 < 순교자 > /문학동네
ⓒ 추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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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는 문학동네가 펴낸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돼 있는 소설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인이 집필한 소설이다. <순교자>가 초판 출판된 것은 1964년, 작가 김은국이 미국에서 석사학위 작품으로 써낸 작품이 모태가 된 소설이라 영문으로 미국에서 먼저 출판됐다.

당시 이 젊은 한국 작가가 펴낸 작품에 대한 미국 평단의 평가는 놀라웠다. 미국 전역에서 20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한국인이 쓴 소설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세계 명작 소설 <대지>를 쓴 작가 펄벅은 이 책을 보기 드문 걸작이라고 평가했다.
 
" 보기 드문 걸작이다. 하나의 사건을 소재로 신에 대한 인간다운 믿음의 보편성을 표현하고, 신앙을 갈망하는 데서 비롯되는 의혹과 고뇌를 다루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김은국은 바로 그 어려운 작업을 해냈다" - <대지>의 작가 펄벅
" <순교자>는 도스토옙스키, 알베르 카뮈의 문학 세계가 보여준 위대한 도덕적, 심리적 전통을 이어받은 훌륭한 작품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 뉴욕 타임즈
  
 이 책에 대한 세계인의 평들
 이 책에 대한 세계인의 평들
ⓒ 추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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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의 배경은 한국전쟁, 1950년 한국전쟁 중 평양을 장악한 공산당이 목사 14명을 끌고 가 그 중 12명을 총살시키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소설은 이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전개된다. 전쟁이 발발한 지 4개월여 뒤인 10월, 유엔군이 평양을 접수하면서 이 대위는 육군본부 정치 정보국 소속으로 평양에 파견된다.

처형된 12명 목사들의 진실을 파헤치는 사건을 맡아 조사하게 된 이 대위는 비극적인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 돌아온 신 목사를 만나게 된다. 14명의 목사 가운데 생존자는 단 두 사람, 그 가운데 20대의 젊은 한 목사는 정신 이상이 되어 돌아왔기 때문에 처형당한 12명 목사의 진실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유일한 목격자는 신 목사뿐이다. 그러나 그는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배신자 유다'로 까지 낙인 찍히는 상황에서도 처형의 진실에 대해 침묵한다.

처형의 진실을 밝히라는 기독교인들의 요구에 단상에 선 신 목사, 그는 12명의 목사들은 신앙의 신념을 굳건하게 지키다 장렬하게 순교해 갔으며 자신은 공산당의 유혹에 넘어가 신을 부정하고 살아 남았다고 거짓 고백을 한다.

그러나 사건의 진실은 그것과는 정반대, 12명의 목사들은 공산당의 총칼 앞에서 죽음을 두려워해 목숨을 구걸하며 신을 배교했고, 신 목사만이 유일하게 신앙을 지키며 당당하게 대항했던 인물이다.

기적인지, 신의 뜻인지 12명이 처형된 직후 군인들이 들이닥치면서 신 목사와 한 목사 두 사람만 목숨을 구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신 목사는 왜 거짓 고백을 했을까? 이 대위의 추궁에 신 목사는 거짓 고백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한다.
 
" 불쌍한 내 교인들, 전쟁과 굶주림과 추위와 질병, 그리고 삶의 피곤에 시달리는 이들을 내가 사랑할 수 있게 도와 주시오. 고난이 그들의 믿음과 희망을 움켜쥐고 절망의 바다로 떠내려 보내고 있소. 우린 그들에게 빛을 보여주어야 해요. 영광과 환영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고 하나님의 영원한 왕국에서 마침내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확신을 주어야 합니다."
  
이유도 없이 고난 받고 의미도 없이 죽어가야 하는 전쟁 , 그런 가운데 교인들의 기도는 더욱 간절해 지지만 현실의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 기독교인들이 고난의 나날들을 버티고 나갈 희망을 가지려면 신앙의 신념을 지키다 장렬하게 죽어간 순교자들이 필요하다는 것, 신 목사는 그들에게 삶의 희망을 주기위해 끝내 진실을 함구하고 자신은 비겁자로 남는 길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이 대위는 신 목사를 이해하지 못한다.
 
" 목사님의 신이건 그 어떤 신이건 세상의 모든 신들은 대체 우리에게 무슨 관심이 있습니까? 당신의 신은 우리의 고난을 이해하지도 않을뿐더러 인간의 비참, 살육, 굶주린 백성들, 그 많은 전쟁, 그리고 끔찍한 많은 일들과는 애당초 아무 상관도 하려 하지 않습니다"
" 그동안 얼마나 괴로웠겠소, 이 대위. 지금도 괴로워하고 있겠지요, 나도, 나 역시도 괴롭소"
 
고통받는 수많은 교인들의 피끓는 기도에도 침묵하는 신에 대해, 12명의 동료목사들이 처형당하는 가운데도 끝내 침묵할 뿐인 신에 대해 목사이기 이전 평범한 한 인간에 불과한 그도 절망하고 흔들린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절망은 스스로의 '십자가'로 지고 자신은 절망하는 교인들의 희망이 되는 길을 택한다.
  
 수영로교회 부활절 사진 전시회, 이요한작
 수영로교회 부활절 사진 전시회, 이요한작
ⓒ 추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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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중공군의 개입으로 평양철수를 단행하게 된 이 대위는 신 목사에게 군사기밀인 평양철수를 은밀하게 알리고 군대와 함께 남하할 것을 제의한다. 그러나 신 목사는 남하하지 않고 눈물 흘리며 절망하는 신도들 옆에 남는 방법을 택한다. 비록 자신의 믿음은 흔들리고 있지만 자신을 통해 신앙의 희망을 가지려는 신도들을 버리고 갈 수 없다는 것, 결국 신 목사를 적진에 남겨둔 채 남하하는 이 대위는 한 번 더 질문한다.
 
" 목사님, 목사님의 신은 저들의 고난을 진정 알고 있을까요?"
 
고통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한 참담한 절망과 비판, 고난에 빠져 있을 때 신은 무엇을 하는가? 그때 드리는 그 간절한 기도를 그는 듣고 있는가? <순교자>의 이 대위가 던지는 질문은 비단 한국전쟁뿐만 아니라 역사 속에, 우리의 삶 속에 종종 되풀이 돼 왔다.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아우슈비츠에 끌려가 이유 없이 죽음을 맞닥뜨려야 했던 이들, 숱한 내전과 전쟁 중에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가는 이들, 혹은 살아가면서 맞딱뜨리는 절망의 순간에 간절하게 기도하는 모든 크리스천들은 이 대위와 같은 질문을 하지 않았을까?
  
 수영로교회 부활절 사진 전시회, 이요한작
 수영로교회 부활절 사진 전시회, 이요한작
ⓒ 추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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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들이 질문했으나 누구도 명확한 '정답'을 제시할 수는 없는 문제, 그저 개개인이 어렵게 찾은 희미한 '자신만의 답'이 있을 뿐, 그 속에서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시대를 뛰어넘어 매 순간 가치를 지니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을 2번이나 번역했던 영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도정일은 이 책을 처음 번역했던 1978년에는 이 책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는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이 너무나 서구적인 것이어서 한국에서 공감을 얻지는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2010년 이 책을 다시 번역하면서 '고통의 의미와 무의미' 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하는 이 책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놀랐다고 말한다.

침묵하는 신 앞에서 누군들 흔들리지 않을 수 있으랴, 누가 감히 그 흔들림에 돌을 던질 수 있으랴, 중요한 것은 수많은 흔들림과 질문 속에서도 결국은 바른 길을 찾아 행동하는 것, 그것이 신앙인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아닐까? 숱하게 흔들리고, 치열하게 질문한 뒤 결국 아름다운 선택을 하는 <순교사> 속 신 목사와 장 대령과 민 소령은 이 시대 더욱 빛을 발한다.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믿음을 가졌다는 기독교인들이 부끄러운 숱한 문제들로 뉴스의 톱을 차지하는 일이 잦은 요즘, 과연 진정한 믿음이란 무엇인지, 신이 아닌 인간의 한계 속에 때로는 한없이 나약한 모습으로 흔들리면서도, 얼마나 품격 있는 크리스천으로 행동할 수 있는지를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보여주고 있다.

부활절이 있는 4월, 파도처럼 밀려오는 숱한 고난의 바다같은 삶 속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비단 크리스천이 아니더라도 고난과 삶의 의미를 질문하는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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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송작가 협회회원, 방송작가, (주) 바오밥 대표, 동의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바오밥 스토리 아카데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