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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사(1004)대교' 개통 이후 시쳇말로 뜨고 있는 전남 신안군 암태도 기동삼거리에 있는 마을벽화. 벽화의 주인공은 집주인인 손석심(78) 할머니와 문병일(78) 할아버지다.
 "천사(1004)대교" 개통 이후 시쳇말로 뜨고 있는 전남 신안군 암태도 기동삼거리에 있는 마을벽화. 벽화의 주인공은 집주인인 손석심(78) 할머니와 문병일(78) 할아버지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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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전남 신안군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천사(1004)대교'가 정식 개통했다. 15일 자정 현재를 기준으로 약 14만 대의 차량이 다리를 건너 암태도·안좌도·팔금도·자은도를 방문했다. 천사대교를 타고 그동안 외지인들에게는 잘 보이지 않던 섬의 아기자기한 이야기들도 뭍으로 전해지고 있다.

천사대교 구간이 끝나 10여 분 남짓 암태면 방향으로 가다보면 기동삼거리가 나온다. 자은도와 암태도, 천사대교로 가는 길이 갈리는 지점이다. 천사대교 개통 이후 이 삼거리가 암태도의 새로운 명소로 뜨고 있다. '동백꽃 빠마'를(외래어 표기법상 파마가 맞으나, 기사 안에서는 주민들의 입말 '빠마'로 쓴다) 한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그린 벽화 때문이다.

벽화의 주인공은 손석심(78) 할머니와 문병일(78) 할아버지. 물론 벽화가 그려진 담벼락은 이들이 사는 집의 담벼락이다. 멀리서 보면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동백꽃 빠마를 한 모습이다. 하지만 다가가서 보면 동백나무는 담벼락 안 집 마당에 살고 있다. 수줍게 웃는 할머니 얼굴과 장난기 있는 할아버지의 웃는 모습이 한없이 정겹기만 하다. 고향집에 온 듯 마음이 편안해진다. 천사대교를 건너온 도회지사람들이 벽화 앞에서 사진 찍는 모습이 해맑기만 하다.

벽화 작업은 김지안 작가와 동료들이 맡았다. 신안군 지도가 고향인 김 작가는 3년 전 귀향했다. 긴 도시생활에 몸도 축나서 고향으로 돌아가 편하게 작업에만 몰두하자는 생각에서였다. 올해 3월, 김 작가에게 벽화 작업 제안이 왔다. 작업을 제안한 곳은 뜻밖에도 신안군이었다.

"그럼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하자"... 그 뒤 뜻밖의 민원(?)
 
 애기동백꽃을 배경으로 한 이 마을벽화는 전남 신안군이 고향인 김지안 작가가 신안군의 제안을 받아 작업했다.
 애기동백꽃을 배경으로 한 이 마을벽화는 전남 신안군이 고향인 김지안 작가가 신안군의 제안을 받아 작업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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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신안군 공무원 A(45)씨는 육지 사람들이 섬 집 담벼락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을 봤다. 마당에 핀 애기동백꽃이 배경이 돼주고 있었다. 애기동백꽃을 이어서 벽화를 그리면 마을 분위기가 화사해지고 좋을 것 같았다. A씨는 애니메이션 주인공이 애기동백꽃을 쓴 모습의 벽화를 구상했다. 그리고 박우량 신안군수에게 마을벽화 사업 계획을 보고했다.

박 군수는 마을벽화 작업에는 찬성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주인공을 그리는 것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 집에는 누가 사나요?"라고 물었다. 손석심 할머니가 할아버지와 함께 산다고 하자 박 군수는 "그럼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하자"라고 말했다.

벽화 작업이 시작되자 수줍음 많은 손 할머니는 "얼굴이 너무 크게 그려지니까 창피하다"라며 지우면 좋겠다고 말했단다. 이웃 할머니들도 "무슨 사람 얼굴을 그렇게 크게 그리냐"라고 걱정 아닌 걱정을 했다고. 

김 작가는 작업 기간 동안 날마다 마을 노인정을 찾았다. 그리고 "고향집 부모님 같은 마을 어르신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말이 벽화 작업이지 가족으로 하나가 돼 가는 기분이 들었다.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벽화가 그려지자 뜻하지 않은 민원(?)이 발생했다. 벽화 작업을 지켜보던 문병일 할아버지가 박우량 신안군수에게 전화를 걸어 "내 얼굴도 그려달라"고 요구한 것.
 
 애초 이 벽화는 할머니만 그렸지만 작업을 지켜보던 할아버지가 군수에게 민원(?)을 넣어 두 분을 함께 그리게 됐다.
 애초 이 벽화는 할머니만 그렸지만 작업을 지켜보던 할아버지가 군수에게 민원(?)을 넣어 두 분을 함께 그리게 됐다.
ⓒ 신안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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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 그림 옆에 할아버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선 배경이 되어줄 애기동백나무 한 그루가 더 필요했다. 신안군은 어렵게 제주도에서 애기동백나무 한 그루를 구해 와 마당에 먼저 뿌리내리고 살고 있던 애기동백나무 옆에 심었다.
 할머니 그림 옆에 할아버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선 배경이 되어줄 애기동백나무 한 그루가 더 필요했다. 신안군은 어렵게 제주도에서 애기동백나무 한 그루를 구해 와 마당에 먼저 뿌리내리고 살고 있던 애기동백나무 옆에 심었다.
ⓒ 신안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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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배경이 되어줄 애기동백나무가 마당엔 한 그루밖에 없었다. 애기동백나무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신안군은 제주도에서 어렵게 애기동맥나무 한 그루를 구했다. 운송비용까지 포함해서 약 150만 원이 들었다.

마당에 먼저 뿌리내리고 살고 있던 애기동백나무 옆에 제주도에서 온 애기동백나무가 뿌리를 내렸다. 동백꽃 빠마를 한 할머니 옆에 똑같이 동백꽃 빠마를 한 할아버지 얼굴이 그려졌다.

김 작가에게도 마을 어르신들의 민원 아닌 민원이 들어왔다. 한 어르신은 소금밭 일구던 이야기를 전해주며 소금꽃 같았던 당신 얼굴을 그려달라고 했다. 한 어르신은 당신 얼굴은 됐고, 운동선수인 아들의 얼굴을 대신 그려달라고 했다. 아직까지 어르신들의 민원을 해결해 드리진 못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김 작가는 "작가 생활 30년 만에 소통이 이렇게 중요하고 아름답구나 하고 느끼고 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16일 오후, 전남 신안군 암태도 기동삼거리. 동백꽃 빠마를 한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수줍고 다정한 미소 앞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온 아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16일 오후, 암태도 마을벽화 앞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아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16일 오후, 암태도 마을벽화 앞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아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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