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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길녀
 김길녀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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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안에 숨겨둔 연두의 기척
   봄볕에 내어 놓는 일요일 한낮
          -김길녀 디카시 <비밀 서랍>


디카시가 일반 문자시와 어떻게 차별화된 미학을 지닐 수 있는가, 혹은 문자시가 아닌 디카시로만 표현할 수밖에 없는 당위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를 모색해 보는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다. 디카시라는 이름으로 발표되는 작품들 중에서 평시조 형식으로 언술하는 경우도 왕왕  본다. 시조 시인들은 시조 양식을 고수하기 위해 디카시라는 이름으로 발표하는 것에도 시조 언술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다.

영상과 결합된 문자가 완벽한 시조 형식을 갖추고 있다면 굳이 영상을 왜 붙이는 것일까. 영상 없이 문자만으로도 완벽한 시조가 되는 것인데 말이다. 시조를 보다 효과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사진을 붙인 것이라면 그것은 포토포엠이라 할 것이다. 완결된 시에 사진을 엮은 것이 포토포엠(포토시, 시사진)이다.

김길녀의 디카시 <비밀 서랍>(계간 《디카시》 2019년 봄호)은 왜 디카시가를 잘 드러낸다. 이 디카시의 언표는 "그 안에 숨겨둔 연두의 기척/봄볕에 내어 놓은 일요일 한낮"이다. 여기서 '그 안'이라는 것은 제목인 '비밀 서랍'을 환기하지만 영상(사진)을 배제하면 시적 의도는 제대로 드러날 수가 없다. 영상과 문자가 어떤 방식으로든 촘촘히 결합되어서 제3의 텍스트로 승화될 때 디카시가 되는 것이다.

포토포엠 같은 경우는 완결된 시에 사진을 엮는 것이기 때문에 사진을 배제해도 시적 완결을 지니지만 유사한 이미지의 사진을 곁들이므로 독자와 더 잘 소통하는자 하는 의도를 지닌다. 그런 점에서 포토포엠이 하나의 새로운 문학 장르로 독립되기는 어렵다. 시화 같은 것으로 보면 될 것이다. 물론 사진을 소재로 완결된 시를 쓰는 것도 넓은 의미로 포토포엠이라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SNS 소통 환경에서는 멀티 언어가 일상이 되었다. 즉 많은 분들이 스마트폰 내장 디카로 찍고 쓰는 멀티 언어(영상과 문자) 글쓰기를 즐겨 하고 있다. 이런 글쓰기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디카시는 최적화된 새로운 시의 양식으로서 멀티 언어 예술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디카시는 영상만으로도 아닌, 문자만으로도 아닌 영상과 문자가 한 덩어리가 되는 멀티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기에 영상과 문자의 텍스트성이 매우 중요하다.

사물과 시인과 의미가 완벽하게 융합 

김길녀의 디카시 <비밀 서랍>은 사물을 캡처한 영상에서 생의 비의를 직시하는 포즈를 취한다. 시멘트 바닥을 걷다 균열된 작은 공간에 이끼가 끼여 있고 연두의 작은 풀이 나 있는 것을 본다. 그 위로 봄볕에 시인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일요일 한낮의 풍경이다. 시인은 순간 그 안에 숨겨둔 연두의 기척을 읽어내고 그걸 비밀 서랍이라고 인식한다. '그 안'은 바로 '내 안'이고 시인의 내면세계가 된다. 이 디카시는 사물과 시인과 의미가 어떻게, 융합하여 완벽한 하나의 텍스트가 되는지를 절묘하게 보여준다.

이 디카시는 문자시로는 도무지 표현할 수 없는 디카시의 존재 의의를 뚜렷이 드러내는 수작이다. 오늘 나도 내 안의 비밀 서랍을 열어 절망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다시 살아내어야 할 이유를 확인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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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