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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다합(Dahab)에서 스쿠버다이빙 오픈워터(OpenWater)부터 다이브마스터(DM) 자격증을 취득하기까지의 과정입니다. 물 공포증이 있었던 필자가 2018년 12월 27일부터 그해 2월 19일(55일)까지의 생생한 기록입니다. - 기자말
 
 펀 다이빙 포인트가 있는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다이버들.
 펀 다이빙 포인트가 있는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다이버들.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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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물속 고수들 중 한 명

다이빙 센터에 출근하면 시커멓게 탄, 숱 많은 속눈썹에 깊은 눈매를 가진 중동 남자 몇이 그림자처럼 센터 한 곳을 차지하고 있다. 색 바랜 성장은 초라하기까지 하다(다합은 새것이랄 것이 없다. 짠 바람과 강한 햇살. 선명한 색을 금방 바래게 한다). 심지어 말수조차 적다.

커다란 눈으로 한 곳을 응시한다던가, 담배를 피우면서 그들 언어로 이야기를 한다. 처음에 나는 그들이 허드렛일을 하는 직원인 줄 알았다. 교육을 받을 때는 늘 긴장하고 있어서 한국 강사 외에는 관심 가질 여유조차 없었다. 오늘만 무사하면 모든 것에 무관심해도 될 때였다.

묵직한 그들이 슈트를 입고 물속으로 들어가면 다른 사람이 되었다. 이틀 동안 펀 다이빙을 다니면서 나는 물속 고수 두 명(한 명은 다음 회에 소개할 것이다)을 만났다. 다합을 떠나기 전까지 내게 많은 영향을 준 사람들이었다.
  
첫 번째는 이메드(Emad)이다.

그는 옥토퍼스 다이빙 센터(Otopus world Dahab dive center) 대표다. 손님이나 교육생들에게 농담을 걸며 분위기를 돋우는 말재주가 있다. 다합에서 우열을 가릴 정도의 다이빙 실력자이다. 긴장감으로 숨 막힐 것 같던 내 생애 첫 펀 다이빙을 구제해준 사람이 바로 그였다.

바로 앞바다인 라이트하우스를 제외한 펀 다이빙 포인트에 가려면 20~30분 차를 타고 가야 한다. 다합의 거의 모든 포인트는 비치 다이빙이다. 수레에 공기통과 장비를 싣고 5분 정도 걸어서 가는 포인트(Mashvaba)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차량 이동이다. 다이빙 포인트가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레스토랑이 있다.
  
 펀 다이빙을 가기 위해서는 장비를 싣고 20~30분 차로 이동해야 한다.
 펀 다이빙을 가기 위해서는 장비를 싣고 20~30분 차로 이동해야 한다.
ⓒ Octopus Dive Cente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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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에 짐을 풀고 장비를 세팅하고 슈트를 입는다. 미리 점심과 음료도 주문한다. 오전 다이빙을 마치고 나오면 점심 식사가 준비되어 있다. 식사와 휴식을 취한 뒤 오후 다이빙을 한다. 센터에 돌아오면 거의 4시이다. 돌아와서는 장비 세척과 샤워를 한다.

나는 4시까지 바닷속에 다녀와도 씻지를 못한다. 센터 샤워실은 밀리기 때문에 호텔에 와서야 씻을 수 있다. 한 가지 새로운 사실은 모든 물이 짜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지하수지만 바다가 가까이 있어서 담수와 섞여서 그런다고.

씻고 나면 5시가 지난다. 이곳도 서서히 해가 진다. 하루 마감이다. 술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인터넷이 잘 터지는 카페에서 노트북 켤 여유도 없다. 빨래하고 저녁 먹고 이론 공부 좀 하면 눈이 감긴다. 일찍 자야 아침 5시에 일어날 수 있다.
 
2. 아름다운 물속


글을 쓰다 보면 똑같은 소재를 가지고도 작가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주제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다이빙도 마찬가지였다. 물속 풍광도 풍광이지만 가이드에 따라서 풍광이 달라 보인다는 것을 직접 체험했다.
  
 Golden Blocks과 Moray Garden 포인트가 있는 레스토랑. 풍요로운 바닷속과 달리 산은 메마른 바위산이다.
 Golden Blocks과 Moray Garden 포인트가 있는 레스토랑. 풍요로운 바닷속과 달리 산은 메마른 바위산이다.
ⓒ Octopus Dive Cente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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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lden Blocks 해안가 정경.
 Golden Blocks 해안가 정경.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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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펀 다이빙은 다합 남쪽 끝인 Golden blocks, Moray garden을 다녀왔다. 이메드가 나를 위해 버디를 기꺼이 써주었다. 이메드는 로맨틱 코미디라고 할까. 그런 다이빙 장르가 있다면 말이다.

호흡기로 호흡을 하면 물방울이 생긴다. 방울방울들을 모아서 몇 가지 형상을 만들 수 있는데 그는 둥글게 뭉쳐서 내게 던졌다. 물속에서는 지레 겁을 먹고 뻣뻣하게 굳어 있기 마련이다. 그런 나를 일시에 무장 해제시켰다. 웃느라 마스크 안으로 물이 들어왔지만 즐거움은 공포를 압도했다.

그는 유영이 서툰 내게 왼팔을 내밀었다. 팔짱을 끼자 나를 데리고 날아다녔다. 물속에서 두 마리 새가 되어 날아다녔다는 말이 맞다(나는 아직도 자유로움을 '물고기' 보다는 '새'에 비유하는 게 더 좋다).

신기한 수중 생물을 보며 일일이 가리켜서 설명해 주었다. 마스크 안 그의 커다란 눈이 말을 하고 있었다. 굳이 입이 필요치 않았다. 눈으로도 충분했다. 총 42분 다이빙을 했고 끝나기 15분 전부터 그의 공기를 나눠서 사용해야 했다. 출수 전 5m 수심 3분 정지시간부터 다시 내 호흡기를 물었다(초보자는 공기 소모량이 많다).

나는 아름다운 산호초와 능숙한 리더자인 이메드에게 완전히 반해버렸다. 그 여운은 참으로 길었다. 며칠 동안 그와 다이빙했던 순간순간들의 감정들이 불시에 쳐들어왔고 그때마다 행복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그가 두 군데 포인트에서 주워왔던 돌멩이를 내가 가지고 와서 소중하게 보관했다. 그는 습관처럼 입수를 하면서 돌멩이 하나를 주웠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공기통을 두드려서 팀원들의 주의를 집중케 하는 도구라는 것을.
  
 2009년 1월 3일 생애 처음 펀 다이빙으로 Golden blocks, Moray garden을 갔을 때 버디였던 Emad가 그곳에서 주웠던 돌. 나는 이 돌들을 'Lucky Stones'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2009년 1월 3일 생애 처음 펀 다이빙으로 Golden blocks, Moray garden을 갔을 때 버디였던 Emad가 그곳에서 주웠던 돌. 나는 이 돌들을 "Lucky Stones"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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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바닥에 널리고 널린 것이 돌멩이였다. 특별히 예쁜 것을 줍지도 않았다. 손안에 들어오는 적당한 크기. 그 돌을 갖기 위해서 그와 약간의 실랑이질을 했다. 결국은 내 손으로 들어왔다. 일종의 놀이였다.

내 수중에 들어온 돌을 호텔로 얌전히 모시고 왔다. '행운의 돌'이라고 이름을 붙였다(한국에도 가지고 왔다). 다이빙이 두려울 때마다 그때의 즐거움을 환기시켜 준 나의 행운의 돌. 내가 다이빙에 능숙해질 때는 출수하면서 직접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다.

이런 세상을 보기 위해서 그렇게 발버둥을 쳤던가. 호텔 침대에 누워 행운의 돌을 보면서 나는 그날 처음으로, 다이빙을 하면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라이트하우스로 다이빙을 갈 때마다 나오면서 돌 하나씩 들고 나왔다. 그리고 한국까지 가지고 왔다.
 라이트하우스로 다이빙을 갈 때마다 나오면서 돌 하나씩 들고 나왔다. 그리고 한국까지 가지고 왔다.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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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해할 수 없는 조나단, 왜?

그러나 이 즐거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다이브마스터 훈련 4일 차. 펀 다이빙 6깡을 하고 온 오후였다. 오전에 앞바다인 라이트하우스로 펀을 갔다. 이메드가 또다시 버디여선지 처음으로 긴장하지 않은 날이었다(라이트하우스에 펀을 갈 때와 교육을 갈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오후에는 다이빙 센터와 가까운 곳으로 가기로 되어 있어서 아침에 함께 다이빙을 했던 펀 다이빙 손님과 점심 식사까지 여유롭게 했다.

오후 조나단이 더 이상 펀 다이빙을 가지 말라는 말을 들으려는 조짐이었을까.

나는 다이빙을 한 뒤로 점심시간의 평안을 누르지 못하고 있었다. 식사도 식사지만 오후 다이빙을 생각하면 여러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졌다. 마음을 다스리는 일에 더 중점을 두었다.

여러 사람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서 명상에 잠기는 것을 택했다. 거창한 명상이 아니다. 호텔이 다이빙 센터와 가까이 있었다. 식사를 일찍 끝내고 음악을 들으면서 두려운 것들을 하나씩 없애나가는 거였다.
  
 사막과 낙타 그리고 베두인. Golden Blocks을 떠나서 다시 센터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찍은 사진.
 사막과 낙타 그리고 베두인. Golden Blocks을 떠나서 다시 센터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찍은 사진.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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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날은 호텔 앞 카페에서 펀 다이빙 손님이었던 그녀와 수다를 떨었다. 쓸데없는 이야기로 많이 웃었다. 젖은 슈트를 벗어서 햇볕에 말려놓고는 마늘 샌드위치를 먹었다. 나와 상관없을 것 같은 바닷가에서 스노클링이나 수영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나도 저 사람들처럼 여유로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날따라 오후 다이빙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아일랜드는 최대 수심이 18m였고 산호초가 아름답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사진 촬영하러 많이 온다고들 했다. 눈부시도록 햇살이 좋아 산호초는 더욱 화려하게 빛날 거였다.

내 여유와는 달리 센터는 교육생(오픈워터나 어드밴스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들)들로 북적거렸다. 조나단은 다른 DMT와 이제 막 다이빙을 마치고 나온 참이었다. 내 즐거움이 얼굴에 표가 난 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다. 그가 내게 물었다.

"어디 갔다 왔어요?"
"점심 먹고 왔어요."
"차노휘 씨, 이제 펀 다니지 마세요."
"네에? 당분간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깡수를 늘려서 실력을 쌓으라고 했잖아요? 오늘 아침 처음으로 긴장하지 않았는데, 그리고 오후에 갈 아일랜드(The Isands)는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가면 안 될까요?"
"여하튼 펀 가지 마세요. 오후에 장비 브리핑이 있어요."


나는 느닷없는 조나단의 말에 수긍할 수가 없었다. 장비 브리핑이야 다음번에 들어도 될 일, 아침까지만 해도 펀을 가라고 했고, 며칠 전에는 일단 깡수를 채우라고 했다. 그리고 다이브마스터 훈련생을 모집할 때 훈련비를 내면 펀 다이빙 비용이 공짜라고 광고까지 했다. 어느 정도 깡수가 차야 레스큐 다이빙 시험도 볼 것이 아닌가. 그 몇 시간 사이에 말을 번복할 수 있다는 말인가.

나는 착잡해졌다. 앞뒤도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내지르는 그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찌 두 달 동안 부딪치면서 다이브마스터 훈련을 마칠 수 있을까. 머나먼 곳까지 날아와서 만만치 않은 교육비를 내고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음에 나는 언짢아졌다. 갈 수 없게 만드는 그 이유가 설득력이 없어서 더욱 그랬다.

나는 왜 펀 장비를 챙기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기 시작했다. 이메드도 오후 가이드를 맡은 마하무드 그리고 함께 오전 다이빙을 동행했던 사람들도. 심지어 줄리아까지도 물었다. 

그들이 장비를 챙겨 떠나는 것을 쓸쓸하게 봤다. 그리고 알았다(느꼈다), 내가 길을 잘못 들어섰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한 아주 사소한 것에서 첫 번째 위기가 왔다. 나는 나를 알고 있었다, 강압적인 것을 너무나 싫어한다는 것을. 다이브마스터 훈련생이 아니라 마스터스쿠버 다이버 길을 갔어야 했다. 아마추어로서도 충분했다.    
 
▲ Lighthouse 바닷속 거북이
ⓒ Octopus Dive Cente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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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가지 못한 아일랜드 펀 다이빙은 정확히 한 달 뒤, 아주 흐린 오후에 딱 한 번 가게 된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오픈워터와 어드밴스 교육시키는 교육생들 보조를 맡게 된다. 나이트 다이빙을 제외한 펀 다이빙은 20(1월 25일)일 뒤에나 몇 번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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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차노휘는 소설가이다. 2016년부터 도보 여행을 하면서 ‘길 위의 인생’을 실천하고 있다. 2009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얼굴을 보다〉가 당선되었고 저서로는 소설집 《기차가 달린다》와 소설 창작론 《소설창작 방법론과 실제》, 여행 에세이 《쉼표가 있는 두 도시 이야기》 와 《자유로운 영혼을 위한 시간들》, 장편소설 《죽음의 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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