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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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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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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낡았다고
뜨고 지는 태양이 지겹다고
하늘을 재개발한다
- 이달균 디카시 <재개발>

 

이달균 시인의 디카시 <재개발>은 계간 <디카시> 2019년 봄에 수록된 것이다. 이달균 시인은 자유시면 자유시 시조면 시조 가사시면 가사시 칼럼이면 칼럼 비평이면 비평 등 전방위적 글쓰기를 하는 보기 드문 문필가다. 이 시인은 필자와는 갑장 친구라 자주 만나 정담을 나눈다.

지난해 어느 날 필자의 서재에서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중에 디카시에 대해 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다 이시인에게 디카시 창작을 본격적으로 해볼 것을 권했다. 즉석에서 그렇게 해보겠다고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카톡으로 즉석에서 포착한 디카시를 보내는 걸 읽으며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디카시가 뭔지 제대로 이해하고 나서 이달균 시인에게 영감이 쏟아져서 짧은 기간 수 십 편의 디카시를 창작했다. 이달균 시인의 경우를 보아도 디카시의 특성을 잘 알 수 있다. 디카시는 문자시의 창작 방법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디카시 창작에 있어서는 영감이 99%로 시인은 영감을 받아적는 정도로의 역할을 하면 된다. 물론 이건 좀 극단적인 얘기이긴 하지만 꼭 과장된 것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재개발 현장에서 시인은 하늘을 찌를 듯 치솟은 건설 장비를 보고 구름이 낡았다고 뜨고 지는 태양이 지겹다고 하늘을 재개발한다고 말한다. 문명 비판 디카시다. 디카시를 비평함에 있어서는 사실 작품의 의미를 해석할 공간은 그렇게 많지 않다. 사진과 문자로 명징하게 표현된 멀티 메시지를 오감 전체로 촌철살인하는 디카시를 뭐라고 또 중언부언 해석하겠는가.

문자시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구조와 고도의 수사 기법으로 구축된 언어의 건축물로 그걸 한 순간에 파악할 수 없다. 읽고 또 읽고 분석하고 또 분석해야 작품의 내밀한 속살을 엿볼 수 있다. 디카시는 창작에 있어서도 순간적 영감에 의존하듯 감상에 있어서도 문자시와는 달리 사진과 문자가 멀티 언어로 순간 독자에게 스파크를 읽으키듯 감동을 준다. 디카시가 시인에게 온 몸으로 찾아오듯 독자에게도 온 몸으로 바로 찾아간다.

문명비판 디카시

이달균의 디카시 <재개발>이 그렇다. 이 작품을 보는 순간 아, 하는 탄성이 날 만큼 즉각적으로 시인의 언술에 공감한다. 그 언술을 환희 뒷받침해주는 것은 역시 사진이다. 인간은 도시를 만들고 또 도시가 낡았다고 파괴하고 또 재개발한다. 이를 시인은 절대자를 상징하는 하늘을 재개발하는 것에 대한 다름 아니라고 인식한다. 인간의 역사는 어쩌면 신에 권위에 대한 도전의 역사가 아니었을까.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서 인간이 AI로봇에게 생기를 불어 넣어 조물주의 반열에 오를 것 같은 이즈음 다소 식상할 것만 같은 이달균의 문명 비판 디카시 <재개발>이 여전히 유효하게 느껴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덧붙이는 글 |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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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