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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시민의 알릴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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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회담 결렬 소식을 아베가 좋아합니다."

이 말만은 꼭 하고 싶었던 걸까. 합의문 발표에 실패한 '하노이 회담'의 경과와 전망을 되짚던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화가 난다"며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의 반응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지난 2일 자정 재단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유시민의 알릴레오> 9화를 통해서였다. 그러한 불쾌감이 비단 일본에 국한된 것도 아니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지난 1일 삼일절에 녹화했다는 9화에서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출연, '하노이 회담' 결과를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유 이사장은 "이 국면의 '키맨'은 김정은 위원장이라고 본다"며 "북한이 미국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김 위원장이 떨치고 나왔으면 좋겠다. 그러한 담대한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에 '결렬'이란 단어조차 꺼렸던 유 이사장의 일본을 향한 불만은 이야기 말미에서 나왔다. 이 전 장관과 김 의원의 분석을 정리하던 유 이사장은 "이번 하노이 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가 나서 전 세계에서 제일 좋아한 사람이 일본의 아베 총리 아니었나"며 "각료들도 희색이 만면해서 다 잘 됐다 그러고. 삼일절 날 그 장면을 보니까 되게 화가 나더라"고 말했다.

애초 2차 북미 회담과 관련 북한의 제재 완화에 부정적인 스탠스를 취했던 일본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내놓은 반응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은 유 이사장. 그런 일본의 반응을 전한 이는 또 있었다. 회담이 결렬된 지난 28일,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 역시 일본 정부의 반응을 전하며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일본인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해서 좀 거칠게 표현하자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일본인 것 같습니다. 회담 결과를 일단 표면적으로 반기고 있으니까요. 아베 일본 총리는 북미 회담이 결렬된 데 대해서 '미국이 안이한 양보를 하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또 어떤 얘기까지 나왔느냐면, '나쁜 협상 결과보다는 no deal, 즉 결렬된 것이 차라리 낫다 이런 표현까지 나왔습니다. 즉 외교 당국자가 아닌 총리가 직접 나서서 협상 결렬을 반색하고 나선 것입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결단이라면서 일본은 전면적으로 지지한다고 거들기도 했습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 반긴 일본, 그리고...

유시민 이사장의 비판은 일본에 그치지 않았다. 유 이사장은 "마음이 아프다"고까지 표현한 세력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었다. 일부 언론을 포함해 회담 결렬을 두고 일본과 엇비슷한 반응을 쏟아낸 이들 말이다. 유 이사장이 꼭 집어 지칭하진 않았지만, 충분히 미루어 짐작 가능할 만한 '워딩'은 이랬다.

"대한민국 국민들 중에서 또는 북한 인민들 중에서 이 회담 결렬을 기뻐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저는 생각했는데, 의외로 아베 총리만 기뻐하는 게 아니라 우리 주변 에도, 그런 사람이 있는 거 같아서요. 그래서 이게 아무리 우리가 민족주의가 문명의 대세는 아니라 하더라도, 국민국가 단위로 살아가고 있는 이 상황에서 이 일을 두고 기뻐하는 심리를 정말 이해하기 어려워요."

김종대 의원도 이에 "일부 언론도"라고 맞장구를 쳤고, 이에 유 이사장은 "참 마음이 아프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앞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역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기자회견 당시 한국 기자가 "대북 제재를 더 강화할 의사 있나"라는 질문을 던진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 기자의 소속은 채널A였고, 그의 질문은 실제로 이랬다.

"북한 지도자가 언제 또 회담장에 나와서 필요한 조치를 취할지 아직까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대북 제재를 더 강화해서 북한이 더 신속하게 움직이도록 압박할 생각이 있나."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의 답이 걸작이었다. "그건 답하고 싶지 않다"던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강력한 제제가 있기에 더 필요하다 생각지 않는다"며 "북한 주민들도 생계를 이어가야 한다"고 답했다. 놀라운 답이 아닐 수 없었다. 수십 년간 적국이었던 북한 '인민'들의 (인권이 아닌) 생계를 염려하는 미 대통령이라니.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것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문제"라며 "김 위원장과 더 좋은 관계를 이어가면서 내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 그들도 그들의 관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기자회견이 전 세계에 동시에 생중계된 직후, 소셜 미디어 상에서는 해당 질문을 한 기자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우호적인 뉘앙스와 차후 3차 회담에 대한 희망을 언급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가던 회견장에 찬물을 끼얹은 듯한 질문을 한 기자가 한국 특파원이었다는 사실에, "이 일을 두고 기뻐하는 심리를 정말 이해하기 어려워요"라던 유 이사장의 입장과 다를 바 없는 반응이었다.

한 술 더 떠, <동아일보>는 특파원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긴장시켰"다고 자화자찬했다. 지난 1일자 <'아이돌급 외모'로 인기… 트럼프에 돌직구 질문> 제목의 지면 기사였다.

해당 기사에서 <동아일보>는 "동아미디어그룹 기자들의 활약이 화제였다"며 김정안 동아일보·채널A 워싱턴 특파원과 "'아이돌급' 외모로 종횡무진 취재 현장을 누벼 현지인들 사이에서 유명해"졌다는 백승우 채널A 기자를 칭찬하기에 바빴다. 이례적인 이 자사 기자 홍보 기사에 비난과 조롱이 쏟아진 것은 당연지사. 지난 2일 <미디어오늘>은 해당 기사를 소개하며 <지금까지 이런 북미정상회담 기사는 없었다>라는 제목으로 비꼬기도 했다.

"마음 아프다"던 유시민 이사장, 그럴 만했다
 
ⓒ 유시민의 알릴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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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가 기자회견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몰아세웠다면, <한국경제>는 같은 날 오후 <결렬 낌새 못 챈 靑 "트럼프가 큰 타결 원했다" 미국 탓>이라는 기사로 청와대를 몰아 세웠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해 전 세계와 북측 실무단까지 놀라게 했던 회담 결과가 나온 직후, 문 대통령과 청와대를 압박하는 모양새였다.

해당 기사는 "정치권에서는 미·북 실무협상자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던 청와대 주장과 달리 회담이 결렬되기 전까지 청와대가 아무런 낌새도 채지 못한 것은 문제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며 "회담을 앞두고 연일 '핑크빛 전망'을 내놨던 청와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마치 약속이나 한듯,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회담 결렬 직후 "그동안 우리 정부가 장밋빛 환상만 이야기했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이번 정상회담 과정에서 보면 '한국과 미국 간 과연 활발한 소통이 있었느냐'에 대해서 굉장히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며 "결국 한미 간의 아주 긴밀한 공조만이 북한의 비핵화를 좀 더 빠르게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에둘러 애먼 정부 탓을 했다.

<조선일보> 역시 회담 결렬 이튿날인 지난 1일자 사설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북을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위 사실의 제목은 <최소한 지금 김정은은 핵을 포기할 뜻이 없고 '비핵화'는 가짜다>였다. 북미정상회담 결렬을 무조건 북한 탓으로 돌리는 한편, 쉽게 말해 '미국에 모든 걸 내주지 않은 것'에 대해 맹비난을 쏟아낸 것이다. 마치 이번 회담의 결렬이 당연한 결과라는 듯이. 우리 정부 역시 부화뇌동하지 말라는 투로.

"김정은이 정말 핵 포기를 결단했다면 우라늄 농축시설과 핵폭탄을 신고하고 검증·폐기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미국에 공격 목표를 알려주는 것이어서 못한다'고 하지만 비핵화와 제재 전면 해제를 맞교환하는데 무슨 '공격'인가. 지금 미국이 한반도에서 어떻게 한국이 반대하는 전쟁을 하나. 비핵화하는 척 시간을 무한정 끌면서 제재만 무너뜨리려는 것이다."

안타까운 회담 결과를 두고 반색하는 이들이 누구인가. 미국과 북한 모두 자국의 이익을 위해 협상 테이블에 앉았고, 합의문을 발표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차후를 기약했다. 이 와중에 협상 결렬을 반색하고, 북한을 맹비난하거나 우리 정부 탓을 하고, 심지어 핵 균형 운운하는 이들. 이들에게 한반도 평화는 그저 제 이익에 걸림돌라는 사실, 너무나 명확하지 않은가.

"결혼식 날짜를 다시 잡아보자, 이런 식으로 (회담을) 연기한 것이지 여전히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은 확인된 거죠."

앞서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한 김종대 의원은 회담 결과를 두고 이렇게 비유했다. 쉽고 명확했다. 이 전 장관도 "여전히 사랑하는 사이라는 건 공식적 언술 차원에서는 맞는 얘기"라고 거들었다. 북한의 입장을 거듭 가늠하던 유 장관 역시 "열매를 맺지 못했지만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가능성은 더 커졌다"면서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회담 결렬 이후 미국과 북한이 북한의 "전면 제재 해제" 요구를 두고 설왕설래를 벌였지만, 이러한 우호적인 분위기는 지속되는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보수층 유권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과) 어떻게 돼갈지 보겠지만, 잘 될 겁니다"며 "지난 이틀간 많은 걸 알게 됐습니다. 북미 관계는 아주 강력합니다"라며 이러한 분위기를 재확인했다.

이 정도면, "참 마음이 아프다"던 유시민 이사장의 그 마음이 피부로 와 닿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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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