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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다합(Dahab)에서 스쿠버다이빙 오픈워터(OpenWater)부터 다이브마스터(DM) 자격증을 취득하기까지의 과정입니다. 물 공포증이 있었던 필자가 2018년 12월 27일부터 그해 2월 19일(55일)까지의 생생한 기록입니다. - 기자말
 
 Octopus World Dahab Dive Center 안뜰에서 줄리아와 조나단과 사진을 찍었다. 내가 다합을 떠나기 전날이다. 오픈워터 교육 받을 때는 저렇게 웃을 수 있는 여유조차 없었다.
 Octopus World Dahab Dive Center 안뜰에서 줄리아와 조나단과 사진을 찍었다. 내가 다합을 떠나기 전날이다. 오픈워터 교육 받을 때는 저렇게 웃을 수 있는 여유조차 없었다.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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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리아

수심 15m에서 나를 마주보며(변기에 앉은 자세로 뒤돌아보며) 이끄는 그녀의 입술은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마스크 속 두 눈은 강렬했고 내게 한시도 눈을 떼지 않으면서 수신호를 보냈다. 입수 전 그녀가 말했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물 밖으로 바로 나올 수 있어요. 오픈워터는 최대수심이 18m밖에 되지 않거든요. 정말로 문제가 생기면 급상승해도 죽지 않을 깊이라는 거죠. 하지만 나오고 그렇지 않은 것은 정신력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강사라고 해서 물속이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거든요. 견디는 거죠. 자꾸 올라오는 버릇하면 수심 30~40m에서는 어떻게 하죠?"
 
그녀는 조나단의 아내 줄리아(그녀도 강사다)였다. 장비 교육을 받을 때 너무나 똑 떨어지는 설명에 살을 베이는 듯한 날카로움이 느껴졌다.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용서하지 않을 것 같아서 자연스럽게 심리적인 거리를 두고 있었다.

체형 또한 지방 없이 팔다리가 긴 미인이었다. 체형을 굳이 언급하는 것은 체온과 관련이 있어서다. 물속에서는 지상에서보다 열손실이 20~30배 빠르다. 지방 없는 그녀의 체온은 나보다 열손실이 커서 입술이 하얗다 못해 시퍼렇게 변해가는 것이 육안으로도 확인되었다. 10년 이상 관록 있는 프로도 매번 다이빙할 때마다 긴장한다는 것.

징징거릴 필요는 없었다. 나는 그녀의 눈을 방향지표 삼아 따라갔다. 다른 곳을 볼 여력도 없었다. 깊은 수심의 어두움은 내가 그동안 숨겨놓았던 공포를 재생시키기만 했다.
 
 오픈워터부터 다이브마스터까지 교육을 받았던 장소인 Octopus World Dahab Dive Center.
 오픈워터부터 다이브마스터까지 교육을 받았던 장소인 Octopus World Dahab Dive Center.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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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ctopus Dahab World Dive Center 안뜰. 이곳에서 장비 세팅을 하거나 해체를 한다.
 Octopus Dahab World Dive Center 안뜰. 이곳에서 장비 세팅을 하거나 해체를 한다.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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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관념적인 물 공포증

그 공포라는 것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이 이상하다. 학기 초마다 학생들의 글쓰기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진단평가를 실시한다. '생애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글감으로 주곤 하는데 학생들 중 의외로 물 공포증이 있었다. 물놀이를 갔을 때 바나나 보트가 뒤집어졌다거나 같이 간 어른이 심하게 장난을 쳤다거나 해서 얻게 되는 그런 구체적인 거였다.

내게도 물과 함께한 기억이 있다. 어렸을 때는 팬티만 걸치고 동네 아이들끼리 시냇가에서 물놀이를 했다. 엄마가 들려준 물귀신 이야기도 생생하다. 가지처럼 보랏빛 얼굴을 하고는 물에서 노는 아이들의 다리를 잡아당기고는 놔주지 않는다고 했다. 물귀신이 다리를 잡은 아이는 물속에서 꿈쩍도 못하고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다(신춘문예 등단작을 쓰기 위해 장례식장을 취재한 적이 있다. 그때 익사한 사체를 처음 봤다. 퉁퉁 부른 보랏빛이었다).

십년 전에는 발을 헛디뎌 사찰 호수에 빠진 적이 있다. 급히 나오긴 했지만 그 몇 초간의 파노라마처럼 흘러가던 내 인생과 물 밖으로 나왔을 때 구경하던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얼굴 표정을 결코 잊을 수 없다. 사찰 사건 전부터 나는 저수지 주위로 아침 운동을 갈 때면 물가로 가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어떤, 아주, 끔찍한 물과 관련된 트라우마가 있어서 아예 머릿속에서 삭제해 버린 것이 아닐까, 라고 돌려 생각해 보기도 했다.
  
내가 물속이 궁금해진 것은 작년 여름이었다. 요르단 와디무집(Wadi Al Mujib) 계곡 어드밴처 때였다. 로컬가이드와 물살을 헤치며 목적지(Siq Trail)까지 올라갔을 때(쉬운 코스는 아니었다. 하지만 하이킹을 시작한 뒤로 내게 근력과 담력이 붙어 해볼 만했다) 그가 내게 수경을 건넸다. 폭포 아래라 하얀 포말이 비누거품처럼 일었다. 물속이 보일까 싶었다. 수경 너머로 보이는 물속은 의외로 잔잔했고 반질반질 돌멩이 위로 물고기들이 유영했다.

나는 귀국하자마자 수영 강습을 신청했다. 호흡법, 발차기 등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수영장에 다녔다. 물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접근이 쉬운 집 근처 체육관 수영장이 적당했다. 스쿠버 다이빙을 염두에 둔 일이기도 했지만 스쿠버 다이빙을 할 때 굳이 수영 실력과 상관 없다는 말을 들었다.

다합으로 떠나기 전 3개월 동안 수영을 배웠다. 자유형, 배영, 평영을 그런 대로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침 일찍 수영장으로 갈 때면 가슴이 답답했다. 물속에 머리를 집어넣는 것 자체가 두려웠다. 두려움은 가슴 압박으로 이어졌다. 소독한 물을 꽤나 마셨지만 나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견디면 극복되리라 여겼다.
 
 Octopus World Dahab Dive Center 뒤뜰에 늘 있던 자전거. 거의 두 달이 지나서야 저 자전거 주인이 가이드 Kamal 거라는 것을 알았다.
 Octopus World Dahab Dive Center 뒤뜰에 늘 있던 자전거. 거의 두 달이 지나서야 저 자전거 주인이 가이드 Kamal 거라는 것을 알았다.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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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견디면 모든 것이 극복되리라?

줄리아 눈을 보며 따라가는 나는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답답했다. 여전히 코로 숨을 쉬었다. 코로 숨을 쉬면 마스크 안으로 물이 들어왔다. 인위적으로라도 입으로만 호흡해야 했다. 코를 움켜잡았다. 그녀는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도 할 수 있어. 그까짓 것 뭐!'

용기가 생겼다. 어제 실패했던 5m, 10m, 12m를 그녀와 함께 성공적으로 끝냈다. 입수했던 장소로 되돌아왔을 때 바로 출수하지 않았다. 그녀가 물 바닥에 나를 앉히더니 잡았던 코를 놓게 했다. 입으로 호흡하는 방법을 다시 가르쳐 주었다.

모든 교육을 마치고 호흡기를 뺐을 때였다. 호흡기 안쪽에 피가 묻어 있었다. 얼마나 꽉! 깨물었는지 잇몸에서 피가 나왔다.
  
 인근 바다(Lighthouse) 수심 7.6m~8.4m에 있는 사각틀. 모든 다이브마스터 테스트를 통과한 뒤에 찍은 모습이다.
 인근 바다(Lighthouse) 수심 7.6m~8.4m에 있는 사각틀. 모든 다이브마스터 테스트를 통과한 뒤에 찍은 모습이다.
ⓒ 고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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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휴식하고 다시 입수했을 때는 10m에 설치된 수중 사각틀 네 개를 통과해야 했다. 인플레이터를 사용하지 않고 호흡만으로 중성부력을 유지해야 했다. 등에 짊어진 공기통이 사각틀에 걸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너무 떠도 안 되었다. 난코스라면 난코스였다. 그녀는 내 위에서 나를 지켜보며 높게 뜨면 눌러주고 낮으면 레귤레이터 제1단계를 잡아서 올려준다고 했다.

아무 도움 없이 통과했다. 아, 이렇게 해낼 수 있는 것을. 다이빙 두 번 무사히 마치고 장비 세척을 끝낸 뒤 수영복 위에 수건만 걸치고 숙소로 향했다. 다른 중동과 달리 다합 라이트하우스 거리는 비키니 입고 활보가 가능하다. 독일과 러시아 사람들이 현지인만큼이나 거주한다. 여행객도 많다. 나는 다이빙 센터보다 숙소에서 샤워하는 것이 더 편했다.

그 짧은 거리를 걷는 동안 온 몸을 도는 자부심에 발걸음이 날 듯이 가벼웠고 미소가 절로 퍼졌다. 인터넷이 잘 터진다는 2층 Mojo 카페에서 이론시험을 마무리하면서 길거리를 내려다봤다. 베두인 택시 호객꾼과 행인들, 다이버들이 지나갔다. 전날은 이런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칭찬받은 오늘은 모든 것에서 너그러워졌다.

뭐랄까, 물속에서 끊임없는 수신호와 주의로 나를 지켜주는 줄리아는, 그녀의 눈빛은, 피조물에게 호흡을 불어넣어주는 조물주의 눈빛이랄까. 너무 거창한 비유라면, 그렇다면 아기에게 숨을 불어넣어주는 어머니의 눈빛이라고 할까.

그녀는 내게 미지의 세계로 가는 문을 열어주었다. 미지의 세계를 좀 더 잘 보기 위해서는 혹독한 대가를 지불해야 했지만 나는 무사한 다이빙에 마냥 행복해 했다. 나는 점점 단순해져 가고 있었다.
   
 인터넷이 잘 터진다는 Mojo Cowork Cafe 2층에서 바라본 풍경. 베두인 복장 택시운전사(하얀 트럭이 택시다)와 슈트 입은 다이버들. 대조되는 풍경을 종종 접할 수 있는 곳이 다합이다.
 인터넷이 잘 터진다는 Mojo Cowork Cafe 2층에서 바라본 풍경. 베두인 복장 택시운전사(하얀 트럭이 택시다)와 슈트 입은 다이버들. 대조되는 풍경을 종종 접할 수 있는 곳이 다합이다.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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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차노휘는 소설가이다. 2016년부터 도보 여행을 하면서 ‘길 위의 인생’을 실천하고 있다. 2009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얼굴을 보다〉가 당선되었고 저서로는 소설집 《기차가 달린다》와 소설 창작론 《소설창작 방법론과 실제》, 여행 에세이 《쉼표가 있는 두 도시 이야기》 와 《자유로운 영혼을 위한 시간들》, 장편소설 《죽음의 섬》이 있다.

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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