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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빼바지 무늬
 몸빼바지 무늬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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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매를 잊은 지 오래된 어머니가
         일바지를 입고 밭고랑 논두렁으로
         일흔 해 넘게 돌아다니다가 돌아가셨습니다.
         벗어놓은 일바지에 꽃들이 와서
         꽃무늬 물감을 들여 주었습니다.
               -공광규 디카시 <몸빼바지 무늬>


광과규 시인의 <몸빼바지 무늬>는 제1회 디카시작품상 수상작이다. 2015년의 일이다. 이 디카시는 최광임 시인이 머니투데이에 소개하고 그것이 모바일 네이버 메인에도 떠서 SNS로도 널리 공유되어 아마 수백만 명은 읽었을 터이다.

디카시는 SNS 환경에서 최적화된 시의 새로운 양식이라 지금은 하루가 다르게 한국을 넘어 해외로도 신속하게 확산되고 있지만, 2015년만 해도 디카시가 정식 문학용어로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 등재도 되기 전이고 디카시가 완성된 시에 어울리는 사진을 붙어 감상의 효과를 제고하는 포토포엠과도 어떻게 다른 것인지에 대한 이해도도 낮았다.

디카시는 찍고 쓰는 영상과 문자의 멀티 언어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시대의 전혀 새로운 시의 양식이라는 인식이 아직 부재할 때 제1회 디카시작품상이라는 타이틀로 나간 <몸빼바지 무늬>는 디카시가 새로운 시의 양식으로서의 시금석이 되었다 하겠다.

디카시는 스스로 진화를 하며 점점 SNS 환경에 맞게 더욱 촌철살인의 순간의 언술로 실시간 소통하는 양식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금 읽어보면 <몸빼바지 무늬>도 문자시의 상상력과 큰 변별성이 없는 것으로 오독할 수도 있을 만하다. 그만큼 디카시는 빠르게 스마트해지고 있다. 디카시 작품상은 한 해 동안 최고의 디카시 한 작품을 선정하여 시상하는 바, 회를 거듭할수록 수상작은 영상과 함께 강렬한 짧은 언술이 한 덩어리로 촌철살인의 메시지를 뿜어내는 디카시의 진면목을 더욱 확연하게 드러낸다.

디카시는 극순간의 예술이라 일반 문자시와는 달리 주제가 넓게 확산되는 것이 아니라 좁고 깊은 순간의 울림을 준다. 공광규의 디카시 <몸빼바지 무늬>도 서술성을 드러내지만, 일바지를 입고 일흔 해 넘게 논두렁 밭두렁을 돌아다니시던 늙으신 어머니가 떠나시며 벗어놓은 몸빼바지 무늬 같은 꽃을 보며 울컥하던 그 뜨거운 감격의 생생함을 순간 포착한 것이 아닌가. 진술이 좀 서술적이라 해도 꽃을 보며 순간 어머니를 떠올리는 극순간의 시적 감흥을 영상과 문자를 한 덩어리로 표현해 낸 것이다. 이 디카시의 문자를 영상의 아우라 없이 읽을 때는 문자 자체만으로는 시적 완결성을 지닌다고 보기는 힘들다.

디카시 이야기성의 진술도 가능

 디카시는 영상을 아우라로 3행 내외의 짧은 언술로 드러내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공광규의 디카시 <몸빼바지 무늬>처럼 이야기성의 진술로도 그 속에 극순간의 감흥을 키워드로 한다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문자시와 다른 디카시의 매혹을 드러나게 할 수도 있다.       

덧붙이는 글 |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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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