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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본에서 교육사를 연구하고 있다. 주된 연구 범위는 일제강점기다. 문헌 조사를 하다 보면 우리의 지난 아픈 역사에 가슴이 미어지는 일이 종종 있다. 그때마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아파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다.

이런 작은 소망을 담아 일본 내에 있는 우리 선조의 아픈 발자취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 선조의 삶이 험난했기에, 역사가 깃든 곳은 도심과 유명 관광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을 거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거다. 실제로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 곳도 많다.

하지만 몇몇 곳은 도심과 유명 관광지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있으며, 손쉽게 다녀올 수 있다. 나의 소소한 역사 이야기가 당신의 아름다운 일본 여행에 뜻깊은 한 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소개한다.
 
 덴노지 공원
 덴노지 공원
ⓒ 제갈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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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Expedia)의 2018년 여행 통계에 따르면,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방문한 여행지는 예년과 같이 일본이었다. 그중에서 오사카가 1위를 차지했다. 오사카는 어김없이 올해도 벚꽃 시즌에 한없이 아름다울 것이며, 한국에서 온 관광객으로 붐빌 것이다. 그런데 숨이 멎을 듯 아름다운 벚꽃을 즐길 때, 당신은 이곳을 둘러싼 역사의 흔적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100년을 거슬러 올라간 오사카에는 독립을 향한 투쟁과 염원으로 가득했다. 나는 1919년의 3.19 독립운동의 정신과 1932년의 윤봉길 의사의 순국 그리고 1940년대 태평양 전쟁 말기의 강제 징역의 서러움에 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2019년,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다. 3.1 운동은 민족 최대의 독립운동이었으며, 식민지에서 일어난 최초의 독립운동이자 비폭력 만세 운동이었다. 나는 크고 작은 촛불시위가 있을 때마다 우리의 몸속에 흐르는 3.1운동의 정신에 대해서 되새기곤 한다.

3.1운동은 일제에 큰 타격을 입혔으며, 조선총독부의 총독은 물론이거니와 관료에서 정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뒤집어엎은 사건이었다. 비록, 독립은 못 했으나 우리 민족의 힘을 보여준 숭고한 사건임은 확실하다. 그런데, 이 숭고한 정신을 오사카에서 이어가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1919년 3월 19일의 일이다.

덴노지 공원과 3.19 독립운동   
 
 덴노지 역
 덴노지 역
ⓒ 제갈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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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암대학교 재일코리아 연구소 김인덕 교수의 저서 <망국의 추억-재일조선인의 민족운동->(2011)에는 덴노지 공원에서 일어난 3.19 독립운동에 대해 자세히 기록돼 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일본 경찰의 조사 기록에 의하면, 1919년 3월부터 5월까지 2개월 동안 귀국한 조선인은 491명이었고, 그 가운데 359명이 재일조선인 유학생이었다. 유학생 중에는 '표본실 청개구리'(1921)와 '삼대'(1931)의 소설가 염상섭도 있었다. 염상섭을 비롯한 오사카의 재일조선인 유학생들은 3.1 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3월 19일 덴노지 공원에서의 독립 선언을 계획한다.

그러나 시위에 동조하지 않은 유학생들도 있었다. 그러자 염상섭은 자신이 직접 작성한 선언서와 격문을 복제해, 오사카의 공장지대를 돌며 격문을 붙이고 재일조선인들에게 붉은 완장을 나누어 주었다.

3월 19일 오후 3시, 염상섭은 덴노지 공원에서 시위를 주도했고, 재일조선인들에게 독립선언서를 나누어 주었다. 그후, 일본의 총리대신, 중앙위원장, 신문사, 각 대학교수 등에서 보내는 선언서를 낭독하고 경찰에서 체포됐다.

나는 염상섭을 비롯한 오사카에 거주했던 재일조선인 노동자와 유학생들의 염원이 담긴 덴노지 공원을 찾았다. 덴노지 공원은 덴노지역(天王寺駅) 바로 앞 길 건너편에 위치해 있다.
 
 아베노 하루카스 300에서 본 덴노지 공원 전경
 아베노 하루카스 300에서 본 덴노지 공원 전경
ⓒ 제갈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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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노지 공원의 엔트런스 에리어 덴시바(てんしば)에는 카페와 레스토랑 그리고 꽃집이 있었다. 꽃을 한 송이 사서 덴노지 공원에 헌화하고 싶었으나, 애도를 표할 수 있는 공식 장소가 마련되지 않았기에 꽃은 사지 않았다.

짧게 묵념을 하는 동안, 바람은 매섭게 불어왔고, 거칠게 나를 감싸 안았다. 덴노지 공원이 마치 황야 같았다. 3.1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일제의 총칼 앞에 잔인하게 목숨을 잃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사카에서 다시 한번 피를 흘리기를 자청한 우리 선조들의 굳은 의지가 가슴 한쪽을 시리게 했다.

덴노지 공원 바로 옆에는 오사카의 떠오르는 핫플레스 '아베노 하루카스 300'(あべのハルカス300)이 이다. 그곳에서 바라본 덴노지 공원이 애틋하게 느껴졌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광양시민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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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여행에서 1시간만 마음을 써 주세요” 일본의 유명 관광지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우리의 아픈 역사가 깃든 장소가 많습니다. 하지만, 정보 부족과 무관심으로 인해, 추도 받아야 할 장소에는 인적이 드물다는 현실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많은 분들이 역사에 관심을 가져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사(칼럼)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부 에디터. "쓰는 일에, 그렇게 해서 당신을 만나는 일에 나는 어느 때보다 욕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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