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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봄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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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쉿!
    봐봐. 움직이잖아
    꿈틀꿈틀
    개똥쑥 같은 그늘에서
    초록 햇살을 품고 가는 애벌레야
             -서동균 디카시 <봄>


2016년 광화문 교보문고 디카시 낭독회에서 처음 디카시가 중등학교 검정 국어교과서에 수록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언을 들었다. 실현될지는 미지수였으나 참으로 가슴 벅찬 정보였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동년 10월경 디카시라는 용어가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 등재됐다.

지금 생각해 보면 2016년은 디카시로서는 참 의미 있는 한해였다. 국립중앙도서관 주관으로 2016년 1월 26일부터 3월 13일까지 'SNS 시인시대'라는 기획전에 디카시라는 장르가 초대받아 전시회도 하고, 디카시 특강도 4차례 행해졌다. 또한 한국문학번역원이 해외에 한국문학을 소개하는 잡지 계간 《list》 2016 봄호에 '한국의 단시' 특집 섹션에 디카시가 한국의 새로운 시로 조명되었다.

2004년 고성에서 지역 문예운동으로 시작된 디카시가 2016년에는 한국을 넘어 해외로 처음 소개되는 원년이었다. 그 당시 외국어 종합 편성채널인 아리랑TV를 통해서도 디카시가 해외에 소개되었다. 2016년은 제9회 경남 고성국제디카시페스티벌도 열렸는데, 8회까지는 국제라는 말을 붙이지 않고 경남 고성디카시페스티벌이었던바, 2016년부터 디카시를 해외에 본격 소개하게 되면서 2008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디카시페스티벌을 2016년부터 국제라는 말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2016년 처음 디카시의 교과서 수록에 기대를 가졌던 것이 거짓말처럼 2018년도에는 정말로 실현되었다. 서동균 시인의 디카시 <봄>이 바로 그것이다. 이 디카시는 2018년 검정 중고등학교(중학교는 미래엔, 고등학교는 천재교육) 국어교과서에 동시에 수록되었다.   
 
 계간《list》(한국문학번역원, 2016년 봄) ‘한국의 단시’ 특집 섹션에 디카시 조명.
 계간《list》(한국문학번역원, 2016년 봄) ‘한국의 단시’ 특집 섹션에 디카시 조명.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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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균 디카시 <봄>은 제목이 드러내듯이 '봄'이라는 메시지 자체다. 봄이라는 정보를 영상과 문자로 드러낸다. 시인의 존재는 숨어버렸다. 봄이라고 말하는 화자는 시인이 아니다. 영상 속의 아이들 중 누군가가 말하는 형식이다. 이 디카시는 영상과 문자가 완벽하게 한 몸이다.

시인이, 꿈틀꿈틀 기어가는 애벌레를 발견하고 탄성을 지르는 풍경을 찍고 그 말을 옮긴 방식이다. 여기서 시인은 완벽한 에이전트이다. 풍경과 말을 고스란히 옮겨 전달해주는 에이전트라는 말이다. 너무나 천진무구하고 아름다운 풍경이라 혼자만 보기에는 너무 아까워 이걸 전달해주고 싶어하는 포즈다. 디카시는 자연이나 신의 말을 받아 옮기는 에이전트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디카시가 정말 그렇다. 그렇다고 시인의 생각이 전혀 개입되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하는 그 자체가 시인의 책략이다.

영상과 문자가 완벽하게 한 몸

초록햇살의 신선함, 아이들의 천진무구, 애벌레의 생명성 등이 조합된 봄이라는 정보, 봄이라는 실재가 거의 손상없이 고스란히 재현된 것이 디카시 <봄>이다.

덧붙이는 글 |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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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