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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호팜 김재호씨 노명숙씨 부부  천년초 농장에서 재호씨와 명숙씨
▲ 재호팜 김재호씨 노명숙씨 부부  천년초 농장에서 재호씨와 명숙씨
ⓒ 김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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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대의 곡창지대인 김제에서 3년째 천년초 농사를 짓고 있는 '재호팜' 농장 지기 김재호(53)씨와 노명숙(52)씨 부부와 아들 김태광(26)씨를 만났다. 재호씨는 귀농 전 환경 설비 현장에서 30년간 근무를 했다.

"직장을 다니면서 열심히 일은 했지만 항상 '퇴직하면 뭐 할까' '언제까지 이걸 해야 하나' 고민을 달고 살았어요. 직장생활에 대한 보람이 없지는 않았지만 반복된 노동 속에서 보람을 느끼기엔 한계가 있더라고요. 지금은 매일매일이 새로워요. 농장에 나오면 작물들이 자라는 게 보이니까. 농장에는 해야 할 일들이 항상 줄을 서 있는데 그게 오히려 즐겁네요."

재호씨가 처음부터 천년초 농사를 염두에 둔 건 아니었다. '농사나 지어볼까'가 아니라 '죽어도 농사를 짓겠다'라고 결정한 후 그는 전주에서 여주를 왕래하며 5개월간 매월 1주일씩, 총 5주 동안 버섯 전문가 과정 교육을 받았다.

"버섯 농사를 지으려고 5개월간 교육을 받다 보니까 하우스 시설에 대한 시설비 투자가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매장부터 판매장까지 둘러보며 시장조사를 했을 때 버섯은 중국에서 수입되는 물량이 많다 보니 섣불리 시작하기엔 위험부담이 컸어요. 초보 농사꾼에겐 초기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잖아요."
  
재호씨는 이후로도 고민하는 작목에 대해 각 지역별 농가마다 방문해 시설투자비용을 고민하고 직접 먹어보는 등 시장 조사도 함께 했다. 소비자의 선호도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천년초 농부 가족  천년초 농장에서 재호씨와 명숙씨 그리고 태광씨
▲ 천년초 농부 가족  천년초 농장에서 재호씨와 명숙씨 그리고 태광씨
ⓒ 김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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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처음부터 '농사를 짓자'고 같은 마음을 가진 건 아니었다. 재호씨가 농사를 짓겠다고 했을 때 명숙씨의 반대가 없던 건 아니다. 그럼에도 명숙씨는 재호씨 곁에서 묵묵히 농장 일을 돕고 있는 든든한 응원군이자 지원군이다.

"남편도 저도 농사 경험이 없다 보니까 염려가 돼서 처음에 반대를 했었어요. 다만 농사를 꼭 해야겠다면 '원 없이 해보라'고 했어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차근차근 하나씩 하다 보면 될 거라 생각해 크게 걱정은 안 하고 있어요. 남편은 판로 때문에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는데 제가 보탬이 못돼 그게 미안하지요."
   
천년초농장  수확중 천뇬초를 수확하고 있는 재호씨와 아들 태광씨
▲ 천년초농장 수확중 천뇬초를 수확하고 있는 재호씨와 아들 태광씨
ⓒ 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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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초는 가시가 달린 2만 2천장의 모종을 일일이 손으로 심어야 하기 때문에 여간 고생이 아니다. 일반 선인장 가시처럼 길고 뾰족한 게 아니라 얇은 가시가 송이처럼 달려 있기 때문에, 줄기를 살짝만 건드려도 가시가 마치 민들레 씨앗처럼 날려 살에 박힌다. 바람이 통하지 않는 우의를 입고 일하며 고안해 낸 방법이 바지 허리춤에 주먹만 한 구멍을 뚫어 통풍구를 만든 거였다. 다른 대안이 없었다.

"남편한테 허리 굽히고 땅에 앉아서 하는 일만은 하지 말자고 했는데, 결국 쪼그려 앉아서 일을 하고 있네요. 봄에 처음 모종을 심을 때 가시 때문에 엄청 고생했어요. 아무리 더워도 긴 장화에 두꺼운 우의를 입지 않으면 작업을 할 수가 없거든요."

농사는 풀과의 전쟁
 
천년초 농장  한겨울 눈 내린 천년초 농장
▲ 천년초 농장  한겨울 눈 내린 천년초 농장
ⓒ 김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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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제초 매트를 깔지만, 고랑 간격이 일정하지 않을 경우 여지없이 풀이 비집고 나오기 시작한다. 풀이 더디게 자랄 때는 뽑아낼 여유라도 있지만 장마철에는 걷잡을 수없이 자란다. 결국 제초 매트를 걷어내고 제초기를 써야 한다.

"장마철에는 이쪽에서 풀을 뽑고 있으면 저 아래쪽에서 풀이 우거져요. 우거진 곳을 뽑아내고 나면 또 다른 쪽에서 풀이 우거져요. 풀을 다 깎고 나니 가을이 왔어요."

천년초는 가뭄에도 물을 주지 않다 보니 별도의 관수시설이 필요하지 않다. 연중 수확이 가능한 작목이기 때문에 수확 시기에 대한 고민이 없으며, 그때그때 필요한 양만을 수확하다 보니 재고도 쌓이지 않는다. 특히 자가 분양이 가능하기 때문에 추가로 모종 구입비를 지출하지 않아도 된다. 초보 농사꾼이 적은 자본으로도 시작하기에 큰 어려움이 없는 편이다.

"자세히 보면 잎을 갉아먹는 파란 벌레가 있는데 농약은 일절 사용하지 않고 그때그때 손으로 잡아요."

재호씨의 일과는 오전 5시 반부터 시작이다. 눈뜨면 맨 먼저 블로그,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 SNS를 관리한다. 스터디 모임의 과제도 꼼꼼히 체크해 작성한다. 농장일 외에도 판로 확보를 위해 온라인 농사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어 매일 아침 농장에 나와 밭고랑을 따라 2시간 가량 걸으며 천년초를 하나하나 살핀다. 매일 걷다 보니 웬만한 잎들을 기억한다.

"아침마다 밭고랑 사이사이를 걸으면서 '어, 이만큼 컸네?'라고 생각해요. 저도 믿기지 않지만, 쭉 보면서 걷다 보니 거의 다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벌레가 먹었나, 안 먹었나?' '새로 잎이 나왔네' '좀 더 컸네' 하는 식으로 보여요." 

농장 일이 직장일 만큼 힘들지 않은 건 아니다. 오히려 육체적인 노동의 강도는 더 높을 수 있다. 농장 일과를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로 가정했을 때 최소 11시간을 일하게 된다. 고된 노동이 앞서지만 재호씨에게는 농장이 즐거운 놀이터다.

꽃이 5월부터 7월까지 피면 10월부터는 열매를 수확하는데 줄기나 뿌리는 아무 때고 수확할 수 있다. 열매는 즙으로 가공을 하거나 분말이나 환 그리고 단맛이 있기 때문에 샐러드용 생과로도 판매를 한다.

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백년초와 천년초의 차이점이라고 한다. 둘 다 여러해살이 선인장이지만 백년초는 냉해에 약해 제주도와 같은 비교적 따뜻한 지역에서만 생장이 가능하지만 천년초는 영하 20도 이하에서도 생존할 수 있어 중부지방에서도 충분히 재배할 수 있다.

또한 백년초는 열매만 먹을 수가 있는데 천년초는 열매는 물론이고 줄기, 뿌리까지도 섭취할 수 있다. 열매즙과 줄기즙 그리고 분말로 가공해 선식으로도 섭취가 가능하다. 그밖에도 천년초 환이나 화장품, 비누, 치약의 원료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천년초 농부  천년초농부 재호씨와 태광씨
▲ 천년초 농부  천년초농부 재호씨와 태광씨
ⓒ 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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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태광씨는 3개월 전부터 농장 일을 돕고 있다. 재호씨는 태광씨에게 본인만 좋다면 '얼마든지 농사를 지으라'고 권했다.

"우리 부모 세대가 했던 농사는 몸으로 때우는 식의 농사를 짓고 원물을 시장에 내다 파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내가 수확한 농산물을 가공해서 판매까지 할 수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고소득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태광씨는 모임 자리가 생기면 천년초즙 파우치를 내미는 것이 자연스럽다. 김제로 내려오기 전 영업 업무를 배워 홍보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고 한다. 

"백년초는 뭐고 천년초는 뭐냐고 자주 묻는다. 그럼 간단히 답변을 해주고 성분이나 효능에 관해서도 설명을 해줘요. '열매즙은 당분이 들어 있어서 달곰하고 먹기에 편하다. 반면 줄기즙은 맛이 없다, 왜냐? 시큼한 맛이 강한데 그건 비타민 함량이 높아서 그렇다'고 설명을 하죠." 

건강에 관심이 커지는 시기의 이들에게는 혈관, 관절 그 밖에 허리 등 특히 뼈 건강과 피로 해소에 중점을 두고 설명을 한다. 건강에 큰 관심이 없는 젊은 층에는 피부, 눈, 노화 방지에 관해 설명한다고 한다. 

"농사를 아무리 잘 지어도 판매를 못 하면 아무 의미가 없거든요, 저는 농사는 안 배웠지만, 판매를 배웠고, 아버지는 농사는 배웠지만, 판매는 차근차근하자는 생각이시거든요. 아버지가 SNS 활동을 열심히 하고는 계신데 아직은 장사에 크게 중점을 두지는 않으신 거 같아요. 잘 가꾼 후에 판매하자는 건데 저는 우선 있는 거부터 팔자는 생각이다 보니까 일할 때는 손발이 잘 맞는데 판매 얘기만 나오면 의견 차이로 종종 부딪혀요. 

가장 바라는 것은 많은 사람이 천년초에 대해서 좀 더 아는 것이에요. 저도 당당히 설명할 수 있을 만큼 공부해야 하는데 냉이나 캐고 있네요. 하하하. 언제고 다시 뵙게 된다면 제가 어떤 농부의 모습으로 보여드리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재호씨에게는 요즘 아주 신나는 일이 생겼다. 

"얼마 전 마을 이장님을 만났는데 집사람이 마을 어르신들 사이에서 착하고 부지런하다고 소문이 났다는 거예요. 어르신들이 자신의 자녀들, 친지들에게 앞장서서 천년초즙 홍보까지 해주시고 계시다는 겁니다. 어르신들 소개로도 알음알음 주문이 들어오고 있어요."

귀농, 귀촌인 중 이웃과의 불협화음으로 정착하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들 가족에게는 이웃이 희망이고 보람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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