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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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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뒤에서 다시 보면
온몸으로 봄을 싣고 날아가는
새 한 마리
-리호 디카시 <투영>



왜 디카시인가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리호의 <투영>은 제4회 디카시작품상 수상작이다. 제1회 공광규의 디카시 <몸빼바지 무늬>, 제2회 김왕노의 디카시 <길의 꿈>, 제3회 송찬호의 디카시 <비상>에 이어 제4회 수상로 신예 리호 시인이 결정되자 처음에는 디카시마니아 카페를 중심으로 의아해하는 기류가 없지 않았다.

디카시로서는 최고 권위의 상이 디카시작품상이고 보니, 다들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기존의 수상자들은 중견시인인 데다 디카시작품도 많이 낸 데 반해 리호 시인은 디카시를 거의 쓰지 않은 신예 시인이다 보니 선뜻 납득이 안 갔을 터이다.

디카시작품상은 한 해 동안 최고의 디카시 한 편을 선정하여 수상하는 것이다. 당시 본심을 맡았던 김종회 교수는 심사평에서 이렇게 밝혔다. 

"예심을 거쳐 작품상 후보로 올라온 10여 편 중에서 이대흠의 <학생부군신위>와 리호의 <투영>을 두고 고심했지만 결국 리호의 <투영>으로 귀결된 것은, 선명한 영상과 압축적인 문자가 하나로 융합되어 관습화된 상징에 머물기 십상인 '봄'을 전혀 새롭게 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호의 디카시 <투영>은 영상과 문자가 한 덩어리로 시가 되는 디카시의 특성을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당시 이대흠의 디카시 <학생부군신위>도 짧은 언술로 심오한 깊이를 보여주었지만 영상의 사물성이 다소 약화되어 나타나 최종 리호의 디카시 <투영>이 선정된 것이다. 리호의 디카시 <투영>은 영상과 문자가 그야말로 상호텍스트성을 구축하면서 대화하며 읽을수록 더욱 많은 새로운 의미를 생산해낸다.

디카시에서 시인은 조물주와 같다 

바위 속에 새가 갇힌 것 같기도 하고, 바위를 뚫고 새가 날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밤하늘을 새가 날아가는 것 같기도 하다. 이것은 사물성이다. 이 사물성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문자기호이다. 새라는 형상 자체는 아직은 사물성에 불과하다. 그 사물에 생기를 불어 넣는 것이 문자 언어이다.

디카시의 시인은 조물주와 같다 할 것이다. 흙으로 사람을 빚어 놓고 코에 생기를 불어 넣어 살아 숨쉬는 사람을 창조해 낸 것과 같지 않는가. 시인이 의미 없는 사물을 주목하고 한 마리 새라고 호명하니 사물은 비로소 새가 되어 어둔 하늘을 힘찬 날갯짓으로 날아간다. 이 새는 단순한 한 마리 새가 아니다. 빛나는 비유, 상징의 새다.

가까이서 보면 어둠이고 절망으로 가득해도 한 발 뒤에서 보면 신비스럽게 또 희망이 보이는 것이 생이지 않는가.

덧붙이는 글 |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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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다.